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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y 16. 2023

좋아하는 일을 하시니까 좋으시죠?

마냥 좋은 것은 없다

“ 선생님은 좋아하는 일 하시니까 좋으시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공간을 마련하고 클래스를 연지 2달.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이런 공간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부러워했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수강생의 물음에 내가 무어라 답했을까.


“좋아하는 일 맞아요. 그런데 마냥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막상 일이 되고 보니 다른 고민들이 생겨요.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싶고, 더 솔직하게는 월세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커요.

이건 현실이니까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내 일을 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공짜는 없고 마냥 좋은 것은 없지 않은가. 직장 상사나 얽힌 관계는 없으니 편하지만, 대충 일한다고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기획, 홍보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실력을 쌓아야 하고 1인 창업은 혼자 10명 이상의 몫을 해내야 한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면 정말 좋은 일, 대단한 일 맞다. 용기, 강단, 믿음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한 일이다. 누구나 원하는 삶이기도 하겠다. 그렇지만 현실에 대입해 보면 어려움들이 곳곳에,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온다.



나담스튜디오라는 글그림공방을 열고 하나둘씩 내가 하고 싶었던 클래스를 늘려가고 있다. 몇 달은 적자겠거니, 그렇게 다들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은 버텨야 이곳을 아는 사람들이 늘 테니 최소 3개월은 내 돈으로 월세를 낼 수 있다고 계산해 놓았다. 최대 6개월까지도. 그런데 다행히도 첫 달부터 월세를 넘어선 매출이 일어났고(그렇다고 흑자는 아니고, 월세는 메꿀 수 있을 딱 그만큼 벌었다) 어떻게 여길 알고 예약을 하는지 사장인 나조차도 궁금해졌다. 시작하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예약도 있었지만,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이 왔기에 신기할 뿐이었다. 초심자의 행운. 그 말이 생각날 만큼.



첫 달 나름의 성공(월세를 번 돈으로 냈으니 완전 성공)을 하고 오픈 한지 1달,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가 생각한 이곳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더 홍보를 해야 사람이 많아질지 마음도 갑자기 바빠졌고, 반대로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당시에는 왜 그렇게 쳐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시간을 넘긴 지금, 알 것 같다.  

먼저 아이들을 등원, 등교시키고 집으로 가 이런저런 일들을 하던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집 대신 내 공간으로 바로 출근을 했고 수강생이 있든 없든 나는 일을 시작했다. sns에 글을 올리거나 그림 샘플을 만드는 등 이곳과 직간접적인 일들을 처리했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다 보니 집은 언제 정리하고, 저녁준비는 언제 할지.. 시간틈이 나지 않아 아이들이 온 후 마음이 급해지기 일쑤였다.  내 일에 집중하면서 집안일과의 발렌스는 깨졌고, 나에게 더 부담으로 다가와 스트레스가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는 몰랐는데 클래스가 진행되는 동안에 알려주는 사람(나)은 내내 서있어야 했다. 2시간 동안 한 번도 앉지 못하고 그림을 봐주고 그리는 동안 기다리느라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하루 3타임을 수업한 날은 6시간 동안 서 있었으니 퇴근할 때는 이미 다리에 힘이 없고 눈이 절로 감겼다. 체력의 한계로 아이들 저녁도 대충 챙겨주고는 나는 밥도 굶은 채 잠을 자는 날이 많았다.



내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쳤고, 시작한 지 1달이 지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그간의 힘듦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긴 하지만 즐길 틈도 여유도 없었다. 컨디션이 나빠지니 목은 자꾸만 잠기고, 밤에 기침이 나와 잠도 설쳤다. 할 수 없이 병원을 가 약을 1주일씩 먹고 나서야 조금씩 낫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또 며칠 후 몸살을 앓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시작한 지 고작 1달, 이러려고 일을 시작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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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고 해서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다만,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그런 상황과 비교한다면 복 받은 게 맞다. 현실이 따라주어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내가 계속 좋아하면서도 돈이 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아웃풋이 있어야 하는 그 전제가 함께 있어야 한다. 손가락 빨면서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 나에게 시간과 경험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그리고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는 많은 애를 써야 한다. 해본 방법과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하나씩 동원해서 말이다. 이제 창업 2달 차,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10년 후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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