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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Jan 15. 2023

어찌어찌 행복하다.

반가운 행복에 잠식되어,

1. 작년 연말에는 번아웃 문턱에서 전사 오프 주간을 맞았다. 번아웃이 다가온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뭘했다고 번아웃이 오는거야? 아직 이룬 것도 없고, 해낸 것 조차 만족을 못하겠는데? 하며 몰아세운 건 내 스스로였다. 어렵게 돌려세운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기필코 마음에 들고 싶어서 속도낸 시간들이 되려 나를 브레이크 잡게 했다. 


2.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 이런 생활이 맞는건지? 아니 원한건지? 기시감이 느껴지지는 않는지? 같은 실수 하는 거 제일 싫어하면서 지금 같은 실수하는 거 아니냐고. 얼레벌레 뾰족한 답 하나 못내리면서 맞이한 새해가 그저 무탈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안들어서 꿍해있던 마음이 풀리는건 10일 정도 걸렸다.


3. 갑작스레 오는 행복도 결이 달라서 어쩔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쩔 때는 무섭기도 하다. 가장 좋을 때는 갑작스레 오는 행복이 반가워 잠식해버리는 것이다. 오늘이 꼭 그랬다.


4. 나에게 오는 행복을 반겼다. 너무 보고 싶었던 누군가였던 것처럼, 널 많이 기다렸다- 하며 양팔을 벌려 맞이했다. 만끽하고, 만족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상쇄되는 행복. 이전의 것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행복. 참다운 행복의 맛을 느끼니, 나는 또 어찌어찌 행복하다.


5. 두 손에 행복을 담아 얼굴을 감싸쥘 것이다. 그리고 호흡을 깊게 들이쉬며 행복을 음미하고, 호흡을 깊게 뱉어내며 다독일 것이다. 타인에게서 오는 행복조차 내가 만들어낸 행복이라고. 그러니 나 자신에게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친절히 대하자고. 그러면 우리는 또 어찌어찌 행복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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