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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Feb 07. 2022

밀레니얼 세대의 앞서가는 비밀노트(스포 O)

럭키 드로우-드로우앤드류

화려하게 돌아가는 슬롯머신 앞에서 탄식과 탄성을 내지르는 사람들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직 운으로만 결정되는 이 게임에서는 두려움 없이 돈을 넣고 레버를 당기면서 왜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레버를 당기는 것은 그토록 망설이는 걸까? 어쩌면 진짜 잭팟은 슬롯머신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한창 회사 밖에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던 시기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드로우앤드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영상 속 그는 자신의 개성이 잘 담겨 있는 초록색 배경의 작업실에서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돈 버는 방법'을 주제로 친근하게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영상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키워드는 '소셜 미디어'와 '퍼스널 브랜딩'이었다. 그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지금이 밀레니얼 세대에겐 최고의 기회'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진정성 있는 여러 영상들을 보며 나는 꿈을 불안하지 않게 키워갈 수 있었다. 자연스레 드로우앤드류는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자기계발서를 출간했다. 드로우앤드류의 특징을 잘 드러낸 초록색 표지의 <럭키 드로우>이다. 유튜브 채널이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돈 버는 방법'의 요약본이라면, 이 책은 전문(文)에 해당한다.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좋아하는 일로 수익 창출하는 방법'을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일로 3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한국에 취업할 자신이 없어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다행히 그가 당긴 첫 번째 레버가 성공하며 LA의 작은 회사에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한 번 당긴 레버만으론 꾸준한 행복을 이룰 수 없었다. 3개월이 되어도 반복되는 심부름에 지친 그는 결국 이직을 선택했다. 두 번째 레버를 당긴 곳은 문구 사업을 하는 신생 회사였다. 드로우앤드류는 그곳에서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관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된다.


그때 사용한 마케팅 방법이 바로 '인스타그램'이었다. 그는 다른 경쟁업체가 올린 콘텐츠를 리서치하며 자신이 디자인한 문구용품 사진을 SNS에 꾸준히 업로드했고 팔로워 수가 늘면서 회사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그의 문구용품을 찾는 대중과 기업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그는 시니어 디자이너의 자리에 올랐고 회사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새로 들어온 직원 중 한 명이 그에게 사내 정치를 일삼으면서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를 받게 된 것이다. 자신의 회사처럼 생각하며 열심히 브랜드 입지를 쌓아 왔던 드로우앤드류는 큰 상처를 떠안고 두 번째 회사를 나왔다.


이후 그는 두 번의 회사를 더 거쳤고, 마지막 회사는 좋은 곳이었지만 결국 퇴사 후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드로우앤드류는 미국에서 5년 간의 직장생활 끝에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이상하게도 워라밸을 지키면 지킬수록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기보다는 서로 대립하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는 일의 효율마저 떨어졌다. 일은 나의 행복을 갉아먹는 '나쁜 것'이고, 그에 반해 삶은 내가 조금이라도 더 챙겨야 할 '좋은 것'이라고 맹신했다. 결국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삶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나날이 지속되었고 나는 그저 남들보다 빨리 퇴근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퇴사하기 전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나도 얼마 전까지 워라밸을 꿈꾸던 사람이었다. 8시간 근무를 끝낸 후 집에 돌아오면 업무 스위치를 꺼둔 채 휴식을 취하는 삶이 최고라 생각했다. 하지만 업무 스위치는 그렇게 쉽게 껐다 켰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생활이 답답해지자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다음 날 출근 걱정을 하는 데 소비했다. 결국 불면증과 여러 불안 증세에 시달렸고 업무 중엔 호흡곤란과 어지러움을 느끼며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고민 끝에 1년 간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기로 결심했고, 마지막 회사에서 퇴근 후 틈틈이 올렸던 유튜브 영상을 매일 12시간씩 제작하며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당긴 레버는 드로우앤드류가 오랜 기간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결정적인 럭키드로우였다. 현재 그는 구독자 30만 명이 넘는 유튜버가 되었고, 수많은 강의와 강연, PDF 전자책 판매,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매달 수천만 원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모두 좋아하는 일로 번 돈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결과물인 수익에만 집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무료로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제공하면, 훗날 더 큰 수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드로우앤드류는 이런 방식을 통해 30대의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한 영상에서 댓글 관련 내용이 언급된 적이 있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성공 이유를 '그저 운이 좋아서', '나보다 돈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었다. 드로우앤드류는 대학 인턴쉽에 합격해 비행기 값만 내고 미국 생활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5년 간 열심히 디자이너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 경력을 쌓은 뒤 이 소중한 정보를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무료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시작은 대부분 거창하지 않았고, 과정은 괴롭고 거칠었으며 그들의 목적은 돈이 아닌 남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심지어 성공한 지금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우아한 백조'의 삶을 살고 있다. 겉모습만 부각해서 보지 말고 그 안의 치열했던 발길질도 봐주길 바란다.


<럭키 드로우>는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음을 증명해준 책이다. 이에 대한 여러 꿀팁과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드로우앤드류가 당긴 행운의 레버들을 들여다보자.




p. 70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맞는 말이다. 벼가 '익어야지'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아직 자라지도 않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다른 벼들에게 짓밟힐 뿐이다.


p. 114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늘 계획이 아닌 기회를 따라갔다.


p. 190

이키가이는 모두 4개의 동그라미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동그라미는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이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즉 아침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한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키가이의 정신이다.


p. 196

만약 내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0부터 시작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찾기 위한 자기성찰을 할 것이다. 나는 누구이고, 과거의 어떤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며, 미래의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생각해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할 것이다.


p. 237

괜찮아. 우리의 삶에는 당연하게도 악역이 있어. 왜냐면, 우리는 주인공이거든.


p. 251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할 것. 그리고 빠르게 정상에 오르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그 과정 자체를 여유롭게 즐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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