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발달로 정보를 무한정 흡수할 수 있는 세상이다. 단 몇 초의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그런 미디어에서조차 칭찬을 아끼지 않는 또 다른 지식 습득 방법이 있다. 바로 '책 읽기'다. 느리고 아날로그적인 성격을 부정할 수 없음에도 이토록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의 답변이 나오겠지만 결국 모아 보면 한 문장으로 도출이 가능하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지식 습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면서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한 가지가 빠졌다며 첨언을 가하는 이가 있다. 조현영 작가는『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에서 애독자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읽기를 너머 쓰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읽기만 하면 날아가고, 쓰면 남는다"(p.6)는 문장에는 '읽기'에서 끝나는 독자라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금세 휘발되어 아무 변화가 나타나지 않지만 읽고 난 후 자신의 견해를 글로 표현한 독자의 경우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이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 글의 형식을 '서평'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나를 변화시키는 서평 쓰기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서평을 잘 쓰는 방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독서와 관련한 세 가지 글쓰기 종류를 나열하며 각각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본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독후감 - 개인적인 기억이나 경험에 빗대어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해내는 가장 주관적인 글 서평 - 개인적인 감상평을 넘어 책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글 비평 - 서평보다 넓은 범위에서 논하여 이 시대상에 비추어 그 책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평가하는 글
이미 쓰기를 실천 중인 독자라면 자신이 그동안 어떤 종류의 글을 써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서평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독후감을 썼을 수도 있다.
이제 서평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곧바로 서평 쓰기의 기술이 마구 펼쳐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부에서 작가는 우리의 성급함을 진정시키며, 친절하게도 글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거나 아직 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근본적인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인 낭독, 필사와 더불어 5가지를 추가로 열거한다. 간혹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글쓰기에 싫증이 날 때도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3, 4부에선 수월한 서평 쓰기를 위한 책 읽기 방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쓰기 기법이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좋은 서평을 쓰려면 우선 잘 읽어야 한다. 책의 내용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책을 평가하는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여기서는 단계별 읽기 방법과 발췌 노트를 이용한 견해 덧붙이기, 질문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기법을 다룬다. 특히 질문은 그 자체로 서평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작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를 잘 따라왔다면 본격적으로 써야 할 차례다. 서평의 구조를 파악한 후 정보 자료 파일을 만들거나 인용구를 집어넣어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글의 맛을 살린다. 글의 말미엔 서평가의 의견이 담긴 해석을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덧붙여 마무리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평을 완성하려면 수정의 굴레를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이 혹할 만한 문장을 쓰는 데 집중하다 보니 맞춤법이나 주술 호응과 같은 글의 문법적인 요소에 소홀히 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 5부에서 퇴고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이다. 작가는 수정의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효율적으로 수정을 끝낼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6부는 다른 서평가들의 서평을 분석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아내고 이를 보완하는 팁 세 가지를 전수한다. 입문자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사실 서평 쓰기에 딱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이라는 것은 없다."(p.100) 하지만 그렇기에 입문자들이 선뜻 시작하기를 두려워하는 글이 서평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자유도가 높을수록 방향성을 잃기 쉬우니까. 『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은 그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단순히 방법만 있음 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쓴 서평과 부족한 서평의 예시를 다수 등장시켜 독자의 이해도와 흥미를 높인다. 나 또한 초보 서평가로서 많은 수확을 얻었다. 제 글을 (감사하게도) 꾸준히 읽어주는 독자분들은 현재 글과 이전 글의 비약이 보일 것이다. 읽는 즐거움만 추구하는 독자들을 제외한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