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이야기
회사를 다니면서 싫어하는 단어가 생겼다.
의미를 낭독할 땐 부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데 회사에서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묘한 거부감이 든다.
아직도 집이야? 아직도 회사야? 아직 잘 지내.
아직이란 단어가 문장에 들어가는 순간,
주제가 무엇이든 그의 상태는 불완전해진다.
집이 아니어야 하는데 집이고, 회사가 아니어야 하는데 회사며 언제라도 못 지낼 수 있는 인간이 된다. 문장 속 아직도는 야속하게도 필수 요소가 아니다.
집이야? 회사야? 잘 지내.
내가 싫어하는 그 단어가 완전한 문장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기어이 찾아 들어갔다는 것이 때때로 나를 슬프게 했다. 그럼에도 신입사원으로 지내며 아직도를 입에 올려야 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남발해왔다. '확인 중입니다' 대신 '아직 확인 중입니다'를, '말씀드렸습니다' 대신 '아직 논의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내겐 훨씬 쉬웠다.
나는 다양한 문장에 아직도를 때려 넣었는데, 가장 흔한 경우는 스스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때 일종의 방패로 사용했다.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 나의 결과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아직도를 빼먹고 말하면 내가 말하는 문장이 허전하다고까지 느낄 정도다.
오늘 회의 도중 누군가 나의 연차를 물었다.
아직이라는 말부터 나오려 하는 것을 깨닫고
꿀꺽 단어를 삼켰다.
"1년 차 사원입니다."
아직에 묶였으면 불완전해 보였을 1이란 숫자가 원래 의미 그대로, 1년의 연차를 의도적으로 제하거나 부풀리는 일 없이 전달되었다.
별 것도 아닌데 마음이 홀가분했다. 평소보다 좀 더 자신 있어 보였던 것 같다. 내가 보낸 1년의 시간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거나, 무언갈 이루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 내리지 않아서다. 내가 2년 차였다면 마치 더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를 조성하지 않아서다.
잊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삶이 얼마나 건강한 것인지를.
또 언제고 완벽한 문장을 비집고 아직도가 제멋대로 튀어나오려 할 테지만,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있는 그대로를 살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