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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미국 플립(Flip) - ‘등가 소명’ 문제

스타트업 미국진출 가이드

해외 투자 유치, 글로벌 구조화, 향후 M&A 또는 IPO 전략을 고려하여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이른바 ‘플립(Flip)’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신설 미국 법인(주로 Delaware C-Corp)을 모회사로 두고, 기존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편제하는 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미국 법인이 한국 법인의 지분을 취득하고, 그 대가로 한국 법인 주주들에게 미국 법인의 신주를 교부하는 주식교환(share swap) 방식이다.


그런데 주식교환 방식을 통한 미국 법인 주식 취득에 대한 외국환 신고를 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이 있다. 미국 법인은 설립 직후로서 사실상 기업가치가 0에 가까운 반면, 한국 법인은 이미 매출·기술·지식재산 등을 바탕으로 일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외국환거래법상 주식 교환을 신고·보고하는 과정에서 외국환은행 또는 한국은행은 “한국 법인의 주식을 미국 법인의 주식과 교환하는데, 양자의 가치가 등가(等價)임을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신설 법인의 가치를 0으로 본다면, 두 법인의 주식 사이에 ‘수학적 등가’를 맞추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즉, 실무적으로 불가능한 ‘가치의 등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에 대해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리와 자료를 통해 소명을 하고 있다.




1. 교환 전이 아니라 ‘교환 후’ 시점을 기준으로 한 가치 해석


우선, 미국 법인의 가치를 ‘교환 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 법인은 주식교환이 이루어진 직후 한국 법인의 지분 100% 또는 상당 부분을 보유하게 되고, 그 즉시 한국 법인의 경제적 가치를 흡수시켜 반영하게 된다. 즉, 교환 후 미국 법인의 실질적 가치 = 한국 법인의 가치가 된다.


주식교환은 단순한 주식 매매나 투자 유치가 아니라 조직 재편(Reorganization)에 해당하므로, 가치평가의 기준 시점을 ‘교환 후 완성 시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국제적·회계적 관행과도 부합한다.


2. 구조 재편 목적의 주식교환은 본질적으로 ‘내부 지배구조 정비’


플립 과정에서 주식교환 비율은 “경제적 가치 기반의 거래가격(price)”이 아니라, 지배권 이전 및 구조 정리 목적의 비율(ratio)이라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즉,


주주 구성의 실질은 변하지 않으며,

동일한 주체들이 동일한 사업체를 지배하고,

단지 법률적 상위 구조만 새롭게 정비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장한다.


이러한 점은 한국은행 실무에서도 이미 오랫동안 인정하는 논리로, “플립은 가치 이전을 목적으로 한 매매가 아니라, 동일한 경제적 실체 내에서의 구조 개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 등가 소명 요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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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문가 의견서(법무·회계) 제출을 통한 합리적 보완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문가 의견서(opinion letter) 제출이 매우 유효하다.


법무법인(로펌) 의견서


주식교환이 조직재편임을 강조하고, 미국 회사법(예: Delaware General Corporation Law)상 주식교환 비율 설정이 ‘실질가치 기반 산정’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


회계법인 또는 감정평가업자 의견서


“미국 법인은 교환 직후 한국 법인의 가치가 반영되므로, 교환 비율은 실질적으로 등가로 해석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


은행은 내부 검토 과정에서 제3자의 전문적 의견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러한 의견서는 신고의 수월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4. 미국 법인의 형식적 Pre-money Valuation 설정


필요한 경우, 미국 법인이 플립 이전에 형식적 pre-money valuation을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초기 미국 법인에서 스톡옵션 풀 구성 또는 SAFE 발행 시 내부적으로 적용하는 가치평가를 근거로 삼는 방식이다.


이렇게 설정된 가치는 엄밀한 시장가치는 아니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지배구조 정비와 인센티브 설계를 위한 합리적 내부가치로 인정되고, 실제로 글로벌 VC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기법이다.




신설 미국 법인의 가치가 0에 가깝다는 이유로 한국 법인과의 주식교환 과정이 ‘등가가 아니다’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플립은 애초에 기업 가치 이전 거래가 아니라, 동일한 사업체의 국제적 구조 재편에 해당하며, 교환 후 미국 법인은 한국 법인의 경제적 가치를 모두 반영한다.


따라서,

거래의 성격(지배구조 재편)을 명확히 설명하고,

교환 후 기준의 가치 해석,

전문가 의견서,

필요 시 내부 pre-money value 설정

등의 절차를 통하여 충분히 설득력 있는 소명이 가능하다.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플립 과정은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외국환 신고 이슈는 선례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적절한 구조 설정과 소명 전략을 활용한다면, 신고·보고 절차에서의 ‘등가’ 문제는 실무적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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