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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청년 Jan 05. 2023

낭만을 쏙 뺀 해외살이의 현실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독거청년의 삶

"너 요즘 어떻게 지내? 어디 또 해외로 훌쩍 떠난 거야?"

"나 스위스로 이직하게 됐어. 이제 온 지 6개월 차네."

"와 너무 부럽다! 나도 당장 직장 때려치우고 너처럼 살고 싶다. 나랑 인생 바꾸자~"


그래,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든 부분이 많은지 나도 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눈앞의 부담감과 나를 옭아매고 있는 피곤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나도 잘 알고 있다. 사실 나도 스위스로 이직하기 전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끝도 없는 야근에 질릴 만큼 질리고, 몇 달간 타지에 사는 가족을 보러 갈 시간도 없고, 잠시 친구를 만나기보단 집에서 쓰러져 자기를 원할만큼 힘든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정말 지금은 너무나 좋기는 하다. 스위스의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시하는 문화 덕에 야근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여름에는 2주 동안 휴가를 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주말에는 인근의 소도시나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나 독일에 잠시 갔다 오기도 쉽다. 그런 잠깐의 나들이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국적인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멋있고 낭만 있어 보이는 풍경을 담은 영상들과 이국적인 음식 사진들 뒤에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현지인들 사이에 적응하고, 직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이 숨겨져 있다. 여기서도 우리는 환상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며 일상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생각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부딪쳐야 하고,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고, 장을 보고, 또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축구팀에서 훈련을 시작한지 5주만에 발목 부상을 입어 쉬게 되었다.


얼마 전 축구를 하다 발목을 다쳐 일주일에 두 번 재활물리치료 센터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재활 세션에 간지 두 번째 되는 날이다. 물리치료사와 환자, 이런 약간 어색하고 잘 모르는 관계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 중 하나는 '너는 어디서 왔어, 여기 온 지는 얼마나 됐어? 여기 정착할 생각은 있는 거야?' 이런 것들이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되면서 스스로에게도 질문하게 된다. 내가 여기 장기적으로 살고 싶은가? 만약에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착하게 된다면 나의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일단 첫째로 내가 한국에서 가까웠던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많이 못 보게 될 거고 내 가족들도 일 년에 한두 번 보면 많이 보는 사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친하고 가까웠던 사람들도 우리의 생활환경 그리고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면을 공유할 수 있는 주제들도 많이 적어지겠지. 원래 많이 만나고 자주 만나는 사람들끼리 오히려 할 말이 더 많다고도 하는데 만약 내가 여기 정착하게 된다면 내 이전의 가까운 관계는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학교를 벗어나고부터는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르겠다. 새로 친구를 사귀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다년간의 사회화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반갑게 인상하고 스몰 토크를 하는 것까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단계 정말 진정한 친구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나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가끔 초면에도 몇 년 본 사람처럼 자기의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롭기도 하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저렇게 해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너무 먼 곳을 바라보기보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지. 그래도 이런 고민 중에도 맛있는 스위스 초콜릿을 먹으면 힘듦이 좀 가라앉는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초콜릿 중독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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