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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 Apr 28. 2018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것.

남북 정상 회담, 육로에 대한 기대

동남아에서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일은 흔한 일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버스는 해안 선을 따라 달리다가 2층 건물 앞에 섰다. 중국계가 다수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춘절을 맞아 만석이었다.  짐을 챙겨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면 이미그레이션이다. 공항과 마찬가지로 짐을 스캔받고 이민국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면 얼굴과 대조를 한다. 지문도 남긴다.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이 그 과정을 마치고 나오는 데는 불과 10분 정도이다. 들어왔던 반대편 통로를 이용해  2층으로 다시 내려가면 타고 왔던 버스가 기다린다. 그곳은 이미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싱가포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르네오 섬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작은 나라. 부르나이 3개국이 위치하고 있다. 우리들은 흔히 보르네오라고 부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그곳을 칼리만탄이라 부른다. 세계 5대 석양으로 꼽힌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는 이 섬의 북서쪽 끝에 위치한다. 이 섬에서도 국경은 그렇게 오고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껏 다른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야만 한다.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한 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해서 한 발자국을 더 떼면 다른 나라가 되는 일은 여태껏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북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2010년까지만 해도 북한 식당에 가는 것만으로도 국가 보안법의 처벌을 받는다는 제재가 있었다. 2015년경에서야 이적성이 없는 단순한 북한 식당의 방문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나왔다.

떠돌다 보면 북한 사람들을 마주칠 기회가 있다. 한 번은 중국 상하이의 공항에서 핸드폰을 보면서 게이트 앞의 사람들 사이의  자리에 털썩 앉았다.  회색의 유니폼을 입은 단체였다. 단체 치고는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달랐다. 그때  게이트 앞의 안내판에는 평양행 고려 항공이라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였다.  혹시라도 해가 될까 해서 내가 한국인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그들이 비행기에 탑승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저들을 또 보게 될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친구들은 내가 가면 북한 식당 가기를 권한다. 혹시라도 그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한국인임을 감추고 공연을 하던 이들의 서빙을 받았다.  그래도 그들은 대번에 한국인임을 알아챈다. 짓궂은 말레이시아 친구는 거한 식사를 마치고도 별도의 룸에서 노래 부르기를 이어가자고 졸랐다.  별도의 룸에서 우리가 부를 노래의 번호를 입력해주고 그들도 몇 곡을 불렀다. 일년만에 방문해도 그들은 이전에 입고 왔던 내 옷 색깔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원래 기억력이 좋아요?"

"아닙니다. 기억에 남습니다."


자유의 다리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오늘 나는 종일 발리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중간중간 남북 정상회담의 뉴스를 확인했다. 작년 자카르타의 콘퍼런스에서부터 알고 지내는 중국인 친구 윙이 물었다.


" 무슨 일이야?"


감격에 겨워 눈물이 고이는 것을 참느라 미간에 힘을 주고 있었다.


"북한의 김정은과 우리 대통령이 만났어. 그리고 서로의 국경을 걸어서 오갔어."


"우아. 곧 너도 북한에 갈 수 있겠다."


"같이 갈래?"


이런 대화가  가능한 날이 이렇게 빨리 오다니.


"북한에서 같이 여행하면 재미있겠다."


"나는 걸어서 갈게. 너는 비행기 타고 와. 광저우에서 북한은 너무 멀어. 나는 꼭 걸어서 국경을 통과해 보고 싶어"


" 북한에 갔다가 우리 집에 같이 와도 좋겠다."


윙이 반 농담 식으로 말한다.


반도에 위치해 북한이라는 차가운 장벽에 막혀있던 육로의 꿈. 이제 다른 나라에서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는 일에 감격하지 않아도 될까?내가 죽기전에는 차를 타고 휴전선 어디쯤에 내 신분증을 확인하면 그렇게 곧바로 북한에 들어서고 그길로 쭈욱 올라가 북한과 중국이 맟닿은 그곳도 홍콩에서 심천을 가듯 넘어 갈수 있을 것이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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