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예찬론

사랑해요 포테이토

나는 감자성애자다.

감자전, 감자국, 감자볶음, 감자튀김, 감자조림, 감자많이 카레, 감자많이 닭도리탕, 감자많이 찜닭은 최고 애정하는 메뉴들이고, 감자탕에도 ’고기감자보다 채소감자 많이요’를 외치는 찐 감자 성애자다. 그리고 감자소주도 좋아한다. 사케처럼 투명한 이 술은 일본에서 처음 맛보았는데, 소주처럼 맑은 술은 싫어하지만 입에 너무 잘맞아 확인하니 감자소주. 나의 감자성애는 이렇게 증명되었다.

얼마전 춘천을 여행하다 도저히 안들어갈 수 없는 간판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감자밭’

카페 외관까지 노르스름하게 뽀얀 감자 속살 컬러를 칠해놓아 더욱 구미를 자극했다.

감자커피라도 파는것일까 했지만, 그곳에는 무려 감자빵이 있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누리끼리한 감자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감자빵은 모양만봐도 맛있을게 뻔했지만 마음을 진정하고 한개만 주문해서 맛보았다. 한입 먹자마자 달려가 한박스를 사려했는데 이미 품절상태. 서울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을정도로 감자빵은 나를 매료시켰다. 감자밭의 감자빵은 조미하지 않은 찐감자 그대로가 들어간다고 했다. 일반 감자와는 풍미가 다르게 달고 다양한 맛이 느껴져 찾아보니 ‘로즈감자’라는 신품종이라고 했다.

아무 조미도 하지 않은 감자빵이 그대로 맛있는 것처럼, 내인생의 최고 감자요리는 다름아닌 찐감자다. 초등학교 시절 일요일점심은 항상 감자와 고구마를 잔뜩 삶아 잘 익은 김치나 동치미랑 먹는 간편식이었는데, 그때 먹었던 찐감자와 굵은 소금의 조합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허기가 지는날엔 보관해둔 감자를 꺼낸다. 감자가 들어가는 요리는 많지만 감자는 깎기 사납고 익히는데도 오래걸려 도전하기 어렵다. 또한 곁들일 다른 재료들을 항상 구비하는 것도 쉽지 않기에 자주 쪄먹기를 선택한다. 잘 씻어서 냄비에 끓이며 어릴 적 그 맛을 상상하며 기다린다. 젓가락이 푹 들어가는 상태가 되어 식히고 벗겨서 먹어보면 항상 무언가 예전 그맛을 소환해내는데는 역부족이다. 엄마한테 물어보면 그시절엔 항상 압력밥솥에 삶았다고 증언하시는데, 감자삶자고 압력밥솥을 살수는 없으니 인생 찐감자는 상상속에 간직하기로 한다.

지금껏 먹고 살아온바, 내몸에 1할은 감자이기에 감자의 매력이 나에게도 이식되기를 희망해본다.  겉은 울퉁불퉁 멋이 없어도 속은 부드러운 감자처럼, 특별한 향과 맛, 색이 없이도 질리지 않는 풍미가 있는 사람. 튀기고 볶고 부치고 삶고 난리를 쥑여 조리를 해도 그 본연의 맛을 잃지 않는 강직함까지, 감자같이 푸근하게 나이먹고싶다. 감자를 많이 먹으면 그렇게 될것만 같은 기분으로 오늘도 감자를 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