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스쿠버다이버의 일기 05
방어 떼를 보는 즐거운 다이빙을 하고 난 후, 강사님에게 말했다.
"강사님, 아까 방어 봤을 때 물 속인데 되게 시끄러웠던 거 알죠? 수신호인데도 팔에 힘 들어가서 엄청 신나신 거 다 느껴졌어요."
강사님은 대답했다.
"와, 진짜 물속에서 시끄러운 거 저 알아요. 수어로 대화하시는 청각장애인 분들, 다이빙할 때 얼마나 수다쟁이인 줄 아세요?"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할 말을 다 할 수 없어서 답답하게 느꼈던 물속이었다. 그런데 음성언어보다 수어가 더 익숙한 사람들은 오히려 남들보다 자유롭게 대화할 수도 있겠다. 물이 소통의 한계를 준다고 생각했는데, 더 평등한 언어의 장일 수도 있겠구나.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면 다이빙이 얼마나 재밌을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물고기 이름을 알려준다던가, 여기 또 오자던가 그런 대화도 할 수 있겠지. 물속은 고요하다고 하는 것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틀린 말이구나.
돌아와서 '장애인 스쿠버다이빙'을 검색했다. 청각장애인을 포함해 다양한 신체장애를 가진 분들이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한다는 기사가 떴다. '장애, 물속에서는 없어요.', '물속에서는 물구나무도 설 수 있어요.' 등의 기사를 읽었다. 특히 많이 보이는 단어는 '자유'였다. 물 밖에서는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분들도 물속에서는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인터뷰가 많았다. 한 시각장애인은 인터뷰에서 물 밖과 다르게 바다에서는 오른쪽 왼쪽으로 휘저어도 걸리는 게 없었고, 날아다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시·청각장애인들 생애 첫 스쿠버다이빙 도전", 뉴시스, 2020-10-29). 비장애인도 은근히 체력이 소모되는 일인데,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강사과정에 도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았다.
그러다 '수 오스틴'이라는 분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자유를 주제로 한 여러 활동을 한다. 그러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게 되었고, 그의 여정 중 가장 멋진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물속에서 휠체어를 탄 채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그의 작업물은 자유 그 자체였고 감동적이었으며 정말 아름답다. 불편하고 무겁다고 생각했던 휠체어가 물속에서는 그렇게 가볍고 힙해 보일 수가 없다.
불편함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신체뿐만 아니라 생각의 자유를 주는 스쿠버다이빙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오스틴의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스쿠버 다이빙 영상은 3:56부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WIGN3181U&t=27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