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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e우먼 Aug 24. 2020

모여서 돌아본다는 것

책으로 모여 함께 만들고 쌓다 보면 알게 되는 것 들



나는 책이 좋다. 

시대가 좋아져 읽지 않아도 알 수 있고, 타인의 경험들을 간접 경험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꿈꿈한 종이 냄새가 좋고 넘기다 손가락이 베이는 옛날 방식의 책을 읽는 행동이 정겹다. 

스르륵 사라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에 못다 푼 숙제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 같고 중요한 말에는 딸이 쓰다 버린 몽당 '생닌필(색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눈이 머뭇대거나 머리에 반짝, '별이 뜨는 순간'의 아이디어를 잊지 앉게 좌표로 찍어 둔다.


멋없는 남편을 길들이는 데도 유용하다. 

금요일 밤 퇴근길에 시킨 치킨 배달에 감동을 요구하는 그에게 "이 책 좀 선물해줘." 방식의 지정 선물 요청은 배송 당일 박스를 뜯으며 '책 도착했어 고마워."로 한 번, 일주일 후 블로그에 남기는 서평 url로 보내는 "너무 잘 봤어. 오빠도 이 부분 한 번 읽어 봐 봐."라는 땡스 메시지로 두 번, 유망 벤처사의 지적 성장을 지원하는 키다리 아저씨 배역과 연결된 생색의 쓰리 쿠션으로 더할 나위 없이 용이하다.   



동료들과 함께 찍고 돌던 쳇바퀴가 더 이상 신명 나지 않을 무렵, 서른넷의 나이에 프리랜서가 되었다. 직장생활 12년 만이었다. 퇴사 다음 날부터 크고 작은 일이 빗발쳤고 직장인으로서 꿈도 꾸지 못할 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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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질수록 외로웠고 

클라이언트의 전화 한 통에 하루 기분이 좌지우지되거나 울고 웃게 되었다. 

인생의 주도권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나는 외부의 모든 신호를 끊고 회사를 스스로 정리했다. 


하루에 5m씩 구멍 나 가라앉는 기분이던 나는 팀원들을 내보내고 다시 혼자 남았다. 

그저 좀 쉬라는 남편의 만류에도 나는 가방을 메고 출근 시간에 집에서 나왔다.


세로로 난 터널 같은 시간이 다시 흘렀다.


굴절 렌즈를 쓴 것 같은 나만의 세계에 부표를 띄우고 균형을 맞춰 다시, 떠오르기 위해서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본능이 나를 스스로 걸어 서점으로 데리고 갔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배신하지 않을 거야. 책 속에 답이 있을 거야. 



다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재활전문가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서승범 코치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내게 도움이 될 책을 처방(추천보다 처방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하고 새로운 공간에 나와 모임을 시작해 볼 것을 제안했다.


세상, 답답했다. 아니, 성공은 어느 세월에? 

매일 밥도 해야 하고 아이도 길러야 하고 틈틈이 집안일도 하며 돈도 벌어야 하는 내게 계획표를 그리고 쓰게 한 다음 처방, 대부분의 제안은 왜 이토록 멀멀하고 지루하고 느린 방법 들뿐일까. 

반대할 스케줄이 없으니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재미난 만화도 아닌 인문학과 사회학, 철학, 비즈니스 마케팅과 관련된 책 들, 게다가 시중에서 잘 구하기 힘든 책이 대부분이었고 모조리 취향과 멀었다. 

익숙치 않은 분야들이니 책 보기 진도도 더뎠다. 

하지만 두꺼운 커버를 열고 프롤로그를 지나는 고비를 넘기면 책을 덮을 때까지 내가 알고 싶었던 본질에 가까운 물음에 대한 정답지들이 줄줄이 이어지며 공허한 나를 채우고 위로해 주었다. 



책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걸음마 한 발자국을 떼어 보기를 권하는 독서 모임, 바로 리드포액션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조심스레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한 권의 책으로 대화하는 독서모임, 리드포액션과 리딩퍼실리테이터 서승범 소장과 함께 한 시간들.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한 지 넉 달이 흘렀다.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그리는 계획(퓨쳐매핑)의 60% 정도가 일상에서 실현되며 삶에 서서히 맥이 돌고 생활에는 다시 풀기가 생겼다. 서승범 코치는 모임을 이끄는 퍼실리테이터 과정을 시작해보자고 했다. 시간과 여유가 모자라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았고, 결국 손가락에 침 묻혀 코칭비는 일단 외상으로 달아 놓고, 독서 지도자 과정인 퍼실리테이터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2차원 물질인 책을 3차원으로 해석하고 4차원과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리딩 퍼실리테이터는,

함께 읽는 소셜리딩을 통해 <책으로 연결된다. 힘으로 바꾼다>라는 테마를 가진 모임을 만들고 이끄는 사람이다. 여기서 파생된 독서모임이 바로 리드포액션. 


퍼실리테이터 과정은 일곱 권의 책을 일주일에 한 권씩 읽으며 진도를 맞춰 나갔다. 아이처럼 더디게 한 번 읽고, 두 번 보고 싶은 곳엔 밑줄을 그었다. 세 번 펼쳐 보는 날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며 나는 책 안과 밖, 중점과 스토리를 일상으로 끌어내는 행동하는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독서 모임을 열어 대화를 이끌 자격을 얻게 되었다.


위로자였고 스승이 되어준 서승범 코치와 그가 소개해 준 수많은 책과 작가들. 그렇게 나는 자발적 왕따의 시간을 거쳐 어느 날 읽고 덮어버리기 아까운 책들을 블로그에 서평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의 추천이 시작점이 되었다. 


책을 볼 때 누구나 '아, 이 대목 참 좋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영화를 보며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꽂히는 포인트에서 그런 느낌들을 받는다. 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 책을 보는 두 가지 부류에서 나는 요즘 불 꺼진 구멍가게와 오픈을 앞둔 쇼룸을 구분해 낸다.  


선한 뜻이 먼저 씨앗을 뿌렸고 그 자리에 책으로 깃발을 표시해 두었다. 

벌써 블로그엔 7개의 북극성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다.    


 

 https://blog.naver.com/kiki9644/222004089440

https://blog.naver.com/kiki9644/222009175785

https://blog.naver.com/kiki9644/222016266968

https://blog.naver.com/kiki9644/222030060557

https://blog.naver.com/kiki9644/222037848479

https://blog.naver.com/kiki9644/222044240530

  https://blog.naver.com/kiki9644/222051157800




7주간 일주일에 한 권 씩 총 7권의 책을 소셜 리딩 방식으로 이끄는 법을 1:1로 수업받았고 리드포액션의 기둥과 창과 구조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한 일은 입체적인 방식으로 책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관점을 학습하자 자신만의 긴 터널의 기억을 소재로 한 책 들과 글귀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두려움을 깨치고 반복된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쓴 좋은 글 뒤편에 강력한 아우라 겹쳐 보이고 흉내 낸 것인 지 비유법으로 역설해 낸 것인지를 골라낼 수 있게 되었다.


리더, 좋은 코치는 이런 책과 글, 교재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우먼에서 진행하는 e플래그십스토어 프로젝트는 구멍가게와 플래그십 스토어를 가르는 두꺼운 문의 기준을 책으로 삼는다. 


글을 읽고 남기는 일은 다독을 자랑코자 쓰는 것이 아니라 길 잃은 누군가, 앞으로 인생과 일을 제대로 운영하고 싶은 여성들의 부표가 되길 바라며 꽂아두는 표지판이다. 나는 못하면서, 뒤에서 읽고 쓰면 이루어진다는 식의 선동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읽고 쓰며 모여서 함께 가기 위함이다.   


조금 틀어지고 늦더라도 결국 다시, 이룰 텐데 나는 연출된 성공이 아닌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함께 성공하는 살아있는 메시지를 위해 스스로 채널을 뚫으면서 간다. 


아무도 캐스팅해주지 않으니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직접 방송을 녹음해서 내보내기 시작했어요. 송은이(방송인)

 


제작자로 거듭난 방송인 송은이의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좋은 재료를 볼 줄 알고 스테이크 반대편이 익은 것을 알아 채 한 번 뒤집을 타이밍에 사인을 주는 일류 섀프를 만나자. 경험 많은 사람이 쓴 좋은 책을 골라 추천받고 가르쳐 주는 사람을 미래의 나라고 생각하며 살피자. 나는 외상도 받아주고 짜증도 받아주며 응원해 주는 서승범 코치를 보며 많이 배우고 변화했고 받았다. 

몸에 좋은 것은 때로 너무나 심심해서 패스트푸드에 매혹되거나 다 만든 요리에 조미료를 끼얹고 싶어 질 때가 불쑥불쑥 찾아온다. 하면 할수록 조금 부족한 듯한 게 고수이고 비워낸 부분이 많을수록 가볍게 뜨기 쉽고 남들보다 돋보인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그는 이제 나와 함께 리드포액션을 함께 이끌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와 준비를 마쳤다.  




쌓는 자와 흘려보내는 자. 당신은 어느 쪽의 사람인가?



7권의 책을 통해 차례로 무너진 중심 부 주변에 여러 기둥을 세우고 재건시켜 준 물리치료 방식의 독서 학습 프로그램, 리드포액션. 

일본에서 시작한 리드포액션은 <책으로 연결된다. 힘으로 바꾼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화를 통해 책을 읽는 모임을 이어가고 있으며 연간 총 1만 3천여 명이 참가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독서모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활성화된 이 모임은 최근 코로나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온라인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맞이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한국의 일하는 여성들에게 열린 또 하나의 문, 즉 기회로 여기며 따로 또 함께 읽기를 권하는 모임을 시작하려 한다.


<리드포액션>의 7가지 특징

1. 목적지향형

2. 책을 읽지 않는다

3. 다이얼로그

4. 가속 학습 

5. 저자에 대한 질문 

6. 액티브 러닝 

7.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 방식과 유사하다. 일찍이 빌 게이츠는 책을 읽기 전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목적을 정하고 읽으라고 조언했다.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도 한 손에는 책, 한 손에는 메모장을 두고 책의 큰 줄기와 잎사귀 등의 구조를 파악하라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리드포액션이 바쁜 워킹맘의 일상과 병행하기에도 알맞다고 생각된다. 

책을 읽지 않고 와도 되는 조건 때문이다. 이것은 영화를 보기 전 그 어떤 예고편이나 감상평을 접하지 않고 극장을 찾을 때의 두근거림과 비슷하다. 읽고 간다면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책을 들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읽는 시간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날 것 그대로 풍미가 있다. 두 시간 동안 후 돌아가는 발걸음에 무게가 실리고 집에 언른 가서 마저 읽고 베이비스텝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사업이 어렵거나 직장에서 성과 문제로 압박을 받는다거나 이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책을 다시 펼쳐보아야  할 때라는 신호로 여기자. 자발적 왕따의 시간을 가지고 좀 더 높은 몸값, 좀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무겁고 좁은 문을 기꺼이 열어 보자. 


혼자 읽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감과 다른 구역에서 이해하는 방식을 보고 이 구역에서는 피해야 할 주의점 등을 신나게 대화하고 집으로 갈 때, SNS에 한 줄을 쓸 때, 내 구역에서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리드포액션을 하며 함께 모여서 돌아보는 산책과 닮은 책 읽기 방식이다. 


낯선 동네를 방문할 때 우리는 그 지역 전문가의 색다른 감상 포인트에 열광한다. 다 아는 정보 말고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만 아는 숨은 명소나 맛집을 찾았을 때를 기록해 두는 것.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느 날, 내가 쓴 색다른 여행기의 조회수가 오르고 뜻밖의 만남과 이벤트를 경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엄마는 헤맷지만 우리 딸은 좀 더 빨리 눈을 뜨길 바라며 직접 해보고 좋아서 또 끝까지 간 '퍼실리테이터'과정과 '리드포액션'에 대한 리뷰를 남긴다. 일하는 여성들의 새로운 책 읽기 해법이자 좀 덜 일하고 즐기며 살아가기 위한 본질적인 방법을 꼭 경험해 보자.  


여러 권의 맞춤형 책 처방을 통해 무너진 중심축 주변에 탄탄한 것을 짓는 일. 책은 넘기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파고 들어가서 기둥을 세우고 터널은 기회의 틈으로 종과 횡을 구축하는 작업이 바로 리드포액션이며 이를 돕는 사람들이 바로 퍼실리테이터다.

      


 



에디터 시절 때부터 참 많이도 드나들었던 청담동 사거리.

얼마 전 그 앞을 산책하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모여있을까? 

왜? 천장이 높고 문이 무거울까?  

왜? 그곳에서 걸쳐보면 더 멋져 보일까?


플래그십 스토어의 문은 두껍고 천천히 열리고 닫힌다. 

천장이 높고 조명이 편안하다. 쇼룸에는 시즌을 대표하는 몇 벌의 대표 상품만을 내놓고 건다. 먼저 방문한 다른 고객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인원이 차면 다음 손님은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상점이란 말 대신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명품 브랜드라고 말한다. 

뉴욕, 밀라노, 파리, 도쿄, 서울에 노른자 땅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비슷한 위치에 점포를 내고 프리미엄 고객들의 동선을 배려한 주차문제에 신경을 쓴다. 프리미엄 한 고객을 모시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조금만 비슷하면 시선을 피하고 흘깃 바라보고 내 상점에 더 많은 제품을 내건다. 함께 뭉쳐 새로운 카테고리의 장을 짜면 브랜드가 되는데, 구멍가게들이 따로 떨어져 고고한 백조처럼 고객들의 발걸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일하는 여성들의 구멍가게를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 이미 성장한 중견 기업에게는 본질적인 마케팅을 가르친다.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고가 전략을 통해 될 성부른 소재와 씨앗들을 골라낸다. 시작인만큼 무료로 관리하는 고객들도 많다. 단, 적극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브랜드 가치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여성들만 회원으로 받는다. 


수많은 가능성을 뒤로하고 함께 모여 가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모두에게 손을 내미는 20세기 방식의 영업과 안녕을 고했다. 마음대 마음으로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고객이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찾아갈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돈 걱정 안 하는 엄마로 살게 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책으로 특색 있는 동네를 만들고 함께 보여 세상을 짓자. 따로 또 같이 돌아보는 일을 통해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자.


당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 갭이 있다면, 그 틈을 메워 이뤄내고 싶다면 

여백의 공간에 책을 읽고 깃발을 새워보자. 


당신의 책장은 무슨 책이 들어 있는가, 

어떤 책을 통해 어디를 목적지로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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