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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paca Prime Nov 13. 2020

$1 어치 소비의 폐해

 달러 스토어 죽이기

헝그리 복서처럼 쓰러질 줄 모르는 코로나 덕분에 가족이 다 같이 나간 것도 오랜만이었다. 볼일을 마치고 기분 좋게 $1.00 짜리 맥도널드 소프트콘 하나씩을 손에 들고 여유롭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조수석 바로 뒷자리, 아직도 막내 티가 줄줄 흐르는 셋째가 한참 미숙한 한국말로 말했다.
 
“아빠. 저는 달러트리가 좋아요.”
 
한국에서도 잠깐 유행했던 천 원 백화점의 자매품인 달러트리가 동네 상가 한편에 버젓이 버티고 있다. 절망적인 품질의 물건들 중 스물에 혹은 서른에 하나꼴로  쓸만한 물건이 있는 가게이다 보니 자칭 개념 있는 소비자인 필자가 진심으로 꺼리는 곳이다. 그런데 이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녀석이 달러트리가 좋다고 한다.
 
“왜 좋아?”
“왜냐하면 달러트리에 있는 건 다 1달러잖아요. 그러니까 많이 살 수 있잖아요.” 

 
징그럽도록 단순하고 솔직한 논리다. 물건의 품질이 어땠건 싸다는 본능적인 이유 하나로 여태껏 살아남은 가게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칭찬이 있으랴.




그러나 한번 브레이크를 걸어보자. $1의 물건을 만들려면 어떤 원자재로 얼마를 받고 누가 일을 해야 할까? 물건 하나를 팔면 상점주가 일부를 먹는다. 유통업체가 얼마를 떼어갈 것이고 도매상이 얼마를 떼어갔을 것이다. 거의 다 중국이나,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방글라데시, 미얀마, 콩고,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에서 왔을 테니 무역과 유통에 한 번 더 돈이 떨어져 나간다. 그렇게 원산지 공장주 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재료비 인건비는 상상으로만 가능한 금액이 된다. 당연히 제정신이 박힌 어른에게 이따위 형편없는 인건비로 노동력을 착취할 수는 없다.


십여 년 전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에 그가 강한 질타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조던의 상표가 붙은 농구화를 만드는 중국 공장에서 아동 노동, 인권 유린이 행해진다는 보도였다. 물론 이건 나이키의 비윤리적인 운영 방침이 문제지 마이클 조던 한 사람 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은 조던을 상대로 게임판을 펼쳐 나갔다. 애석하게도 조던의 상품은 계속 잘만 팔려 나갔고, 심지어 나이키는 아예 조던을 독립 브랜드로 만들기까지 했다. 아동 노동 역시 종식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나같이 생각 없는 구매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한 아동 노동은 불가피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이며 지성인 인척 외식하는 우리는 아동 노동을 반대하는 '척'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동 노동을 반대하지 않는다. 간단하다. 그런 비인도적인 일은 우리의 자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500짜리 농구화나 $5000 아이폰이 생기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트리의 경제와 그곳 계산대에서 이루어지는 소비 행각은 미국의 단편이다. 경제력 군사력 생력으로 세계 최 강국의 소비지향 사고능력은 결국 일곱 살짜리의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소비 행각의 존속을 위해 우리는 부러 한구석에서 파괴되고 있는 인권을 모른 척한다. 창피하다는 말도 가증하다.


이런 세상을 알리고 바꾸려 하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세상의 어두운 단면들이 빙산의 일각만큼 부각되었다. 일정 인권 단체나 종교 단체의 책임이 아닐 터임에도, 난 단지 가끔 빼앗기는 기분으로 기부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웃돈을 더 주고서라도 제대로 생산된 물건을 구입하는 외에는 하지 않는다. 이나마 막말로 ‘운’이 좋아서 자유와 평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사회에 엉덩이를 비비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인권유린이 벌건 대낮에  행해져도 누구 하나 말 못 하는 사회에서 태어났으면, 편한 소리를 하는 나의 일곱 살짜리 꼬마는 무릎에 굳은살이 박이고 손톱이 빠지는 노동을 쉴 새 없이 하다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아들에게 설명했다. 네가 좋아하는 그 달러트리의 물건들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 처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물건들을 사기 전에 좀 더 생각해보고 하자고 했다. 달러트리의 물건들 뿐 아니라 앞으로 구입해야 하는 물건들 모든 것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냥 과소비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이어진 하나의 인간과 반대편에 있는 또 하나의 인간이, 서로 동일한 인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함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구역질 나게도 결국 자유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 돈을 쓰지 않는 행위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다.


내 손에 든 $1짜리 아이크림만큼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고 싶지만, 오늘은 이마저도 맛이 씁쓸한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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