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테고리에서...!
내 전공은 디자인이다.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미술을 떠나가는가...!
처럼 겉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내 뿌리는 미술이다.
그런 내가 인생 최고의 말을 들었다.
바로 오늘 아침,
딸내미에게 한 없이 멍해지는 칭찬을 들은 것이다.
"엄마 그림이 최고야!"
시작은 이랬다.
할로윈이라고 유치원에서 행사를 한다는데 내 딸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튀지는 않아도 일단 예쁘게 보내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니까.
굳이 유령 축제에 옷과 액세서리를 새로 사는 건 별로였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요정 옷을 입는데 뭔가 다르게 꾸밀 게 없을까 고민했던 게
바로 페이스 페인팅이었다.
페이스 페인팅? 그게 뭐가 특별한데? 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타투 스티커라든지 씰링이라든지 워낙 잘 나오니까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부심으로 딸의 얼굴을 꾸며주고 싶었다.
요정 옷을 입은 나의 보물을 정말 요정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종이에는 많이 그려봤지만 되짚어보니 사람 살갗에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하루 전부터 내 손과 팔에 연습을 했다.
잊혀가던 붓도 다시 잡게 하는 게 자식의 힘이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연습했던 내 손등과는 달리 씰룩 씰룩 움직이는 딸내미의 볼에
나름 괜찮은 나비를 앉힐 수 있었다.
"우와, 엄마 그림 최고다!"
입시 시절 악마 같은 담당 선생의 "오늘은 괜찮네." 그 말보다
부모님의 "네 그림이 제일 좋다." 칭찬보다
나를 하루 종일 날아다니게 한 너의 말 한마디.
녹음을 했어야 하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그림책을 만들어 선물해야겠다.
너의 반짝이는 눈과 진정 마음에 든다는 그 표정을 다시 보고 싶어서라도
나는, 엄마는 다시 1학년 전공 학생처럼 애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