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과 지루함 사이 끝없는 마음 저울질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재우고 침대에 누웠다.
나의 왼편에는 둘째의 쌕쌕이는 숨소리가 울리고
방문 너머 어딘가에서는 이유 모를 가구들의 기척이
몰래몰래 오간다.
이토록 어제와 똑같은 오늘 밤.
역시나 똑같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아침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듯한 풍경인데
벌써 다시 같은 풍경이라니.
천장과 나 사이의 공간이 마치 오늘 하루를
있는 힘껏 압축해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 그 압축된 하루가 내 가슴을 꾸욱 눌러 내렸다.
무엇인가를 계획하지 않으면 똑같이 반복되는 24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흘러가는 천장 아래 둥지는
완벽한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때로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안정감을 말이다.
육아맘이라는 타이틀 아래 몇 년 간은
오늘도 무사히 해냈다는 안도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답답함
또는 지루함 그 어디쯤인 듯하다.
배부른 소리 한다. 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이란 동물은 태초부터 여태까지
늘 낯선 것에 설레고 새로움에 감탄하는 성향을
가진지라 나 역시 다를 바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다채로운 일상 속에 똑같은 천장을 바라보는 일은
한없는 편안함을 주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 똑같은 천장을 바라보는 일은
여지없는 새장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몇 년 간 이어진 육아맘 생활 덕에 관성이란 게 생겼다.
빡세게 일하다가 갑자기 놀면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는 것처럼
반복되던 시간을 다르게, 갑자기 다르게 사용하려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손가락을 들어보았다.
천장을 어루만지듯 꼼지락 거려보았다.
내 눈앞에 있는 이 풍경은
내일 또 어떤 감정을 앞세울까.
이런저런 양가감정들을 올렸다 내렸다
저울질하다 보면 또 잠이 들 것이고
내일 아침 눈 뜨면 또 같은 풍경일 것이고
무탈히 시작될 하루를 감사하며 지루해하며
몸을 일으키겠지.
그냥,
잘하고 있다. 스스로 한마디 해주고 잠드는 게
약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