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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May 12. 2024

받아들이다

어떤 것은 그만해야 한다는 걸


꽤 오래 글뽕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학폭과 가정불화의 굴레에서 허덕이던

나는 그래도 쓸모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쥐어주었던 게

중고등학교 시절의 백일장 수상과 논술대회 수상 같은

상장 몇 장이었으니까.


그러나 글을 잘 쓰는 게 문학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란 걸 몰랐다.

수많은 습작들이 언젠가는 잘 다듬어질 수도 있지만

안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도 근래에야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가 더 많이 써왔던 문학 아닌 글들이 살림에는 좀 더 도움이 되어주었고 내 뇌구조도 비문학에 가깝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감성밴드여우비일 수 있었나.

감성밴드여우비는 남편이 창작한 멜로디에 남편과 상의하여 가상 악기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적인 일을,

그리고 공식적인 이메일 응대 및 작품등록과 홍보 등의

'지원'을 해왔다. 그게 편했고 그게 내 일이었다.

학교에서도 기록과 평가, 학생상담과 프로젝트수업을 한 기록물이 잘 보관되어 있다. 기록물 없어지면 난리 나는 스타일. 이게 창작자와는 거리가 좀 있긴 하다.


실은 창작자로서의 소양보다는 체계를 꾸려나가는데 더 소질이 있고 규칙적인 삶에 안정을 느낀다는 걸 최근에야 깨닫고 이것저것 정리를 시작했다.


글쓰기와 음악창작을 사실상 그만두고

(남편이 멜로디를 들고 오면 아마 다시 시작할지도)

공부하고, 정리하고, 문서를 만드는데 시간을 쓴다.

고등학생 이후로 얼마 만에 이 시간에 깨어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 내 온전한 자유를 위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규칙적이고 성실한 삶을 유지하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모습을 공유하겠다.

내 자유의 상징. 성경김으로 싼 꼬마김밥.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이 지적했으니 나도 무례하게 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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