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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Jun 09. 2024

아줌마의 주경야독: 아주 조금씩

아침에는 일어나서 정해진 메뉴를 간단히 먹고, 먹이고

출근할때는 일체 다른 것 없이 묵주기도만 바친다.

유튜브 뭐 들으면서 갈까 하는 시간도 삭제.


학교에서는 무조건 수업만 한다. 애들 보내면 일한다.

그동안 내가 왜 수업하며 사진을 찍었지 싶을정도로 사진찍을 시간이 없다.

설명하고, 토의시키고, 피드백 하면 시간이 정말 없다.

교과서중심의 수업과 필기요령, 복습노트 중심의 습관

규칙적인 글쓰기 첨삭과 문제풀이를 해주고 있다.

처음 한달은 어려워하더니 지금은 빠릿하게 필기하고 글 쓴다.

기록물을 병적으로 남겨왔는데 그것도 안한다. 애들이 발전하면 그걸로 됐다.


집에 올때는 한시간 내내 강론만 듣는다.

강의듣는 시간을 출퇴근동안 확보하려고 했지만

기도와 묵상을 하는게 가장 내겐 안전하다.


집에 오면 거의 아이와 비슷하게 도착해서 같이 엘베를 타고 올라오는데

그 시간이 참 좋다.

집에 와서는 바로 샤워하고, 저녁을 간단하게 호다닥 함께 준비해서 먹고

강의를 듣고, 외워도 보면서 아이 숙제와 그날 공부를 함께 봐준다.

9시까지 책읽히고, 나도 읽고, 정리할 거 있으면 하다가

아이 자면 두시간 정도 더 할일을 하고 잔다.


되도록 이벤트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토요일에는 성당만 가고

주일에는 도서관만 가고

그 빈 시간에는 최대한 독서를 하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눈다.

가끔 아이 친구들이 놀러와서 저녁 한 끼 먹고가고

자전거를 함께 타거나 동네 뒷산을 오르고

평일에 휴일이 있으면 평일 미사를 간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가족과 국내 성지순례를 짧게 다녀올 예정이다.


이벤트 없는 삶이 의외로 나한테 잘 맞는다.

어릴적부터 북적거리고, 친족모임이 많은 집안에서 살며

그게 당연한 줄 알고,

불편함과 두통과 나를 향한 못미더움을 견디며

의미없는 잠을 자거나, 집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던

어릴때가 가끔 생각난다.

고요한 곳에서,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하는 이 시간들이

감사하다.


그리고,

새로운 트랙에서 펼쳐지는 이 달리기에서 당당히 멋지게 승리할것이다.

지금 나는 절대 무모하지 않고,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나를 최선을 다해 돕고있다.

내 실수로 인한 쓸데없는 이벤트만 만들지 않으면 된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으신 길이라면 기쁘 완주할 수 있도록 힘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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