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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풍회 Jan 16. 2020

미국간호사이민자남편

아이들은 위한 이민

과연 우리는 아이들은 위한 이민을 핑계로 이 머나먼 땅 미국까지 왔는가?

그리고, 그들의 희망차고 부푼 미래를 위해 애써 몸부림치며, 낯설고 물설고 모든 것이 어려운 것 같은 자유의 땅, 미국 여기에 왔는가?

과감히 나의, 또 와이프의 인생을 희생하여 그들의 고귀한 삶을 지켜려 하는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이민자 중 누구도 감히 모든 이민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아이들 때문에만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희생하고 몸부림 치며 살았던 이민 1세대, 현재 미국에서 최소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부모님들, 그분들을 보면, 그들도 꿈이 있었다. 은연중에 말씀 가운데 아쉬움을 담은 뼈가 있다. 내가 그때 그랬더라면.. 그 때는 뭔가 이룰줄 알았건만.. 그래도 자식들은 행복하잖아...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균형, 이론처럼 내 관념에 박혀 있는 그 것. 시간, 사람, 돈.

그 중에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가지 중 하나를 포기하고 그것을 희생해야 한다.

돈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쓰고 꿈을 포기한다. 그것이 돈을 취하고 시간과 사람에 대가를 치루는 것이다.

이민 1세대는 철저히 시간의 대가를 치루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예이다.

자신의 시간은 뒤로 미뤄 두고,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꿈과 명예와 미래를 잠시 접고,

돈과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힘쓴다. 모든이가 그렇다고 단정하진 않는다. 다만, 많은 이민 1세대 - 나와 와이프를 포함한 - 들이 겪었고 겪어야할 하나의 숙명 같은 것이다.

다른 이들의 예를 들을 것도 없이 나와 와이프를 보면, 영어/문화적 차이/음식/생활/관념 등의 모든 것에 어려움에 매일 같이 치를 떨며, 그것이 어떻게 하면, 나아질 것인가를 고민한다. 사실, 고민은 항상 '어차피 모든게 완벽할 수는 없어, 시간을 통해서 극복하는 수 밖에...'라고 끝이 난다. 어떤 대단한 자들은 쉽게 미국의 삶을 적응하고, 공경하며, 주류의 삶에 깊숙히 침투하여, 미국인과 거의 비슷하게 모든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대단한 자들은 언어의 경계를 빠르게 긋고 그것을 넘나들고 빠르게 문화차이을 극복하여 사회적으로 미국인들 속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대단한 자들은 자식들에게 항상 희망과 미래를 주며, 아주 완벽한 인생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가정은 아직도 연약하며, 부족하고, 항상 이민자스러우며, 외부의 시선과 말에 겁내고, 이민에 대해 재차 후회하기도 하며, 선택에 대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와이프는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이렇게 저렇게 버티고 있으며 - 그것이 신의 도움이며, 인연들의 도움이라고 하더라도, 나 또한, 가정의 살림을 꾸리고, 우여곡절 끝에 편입한 미국의 조그만 컬리지에서 꿈을 위해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 있으니..

교회에 지인 분들 중 한 분의 말이 항상 가슴속에 남아 있다.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버티는 것이라고.'

단, 이 글을 읽는 하루를 어렵게 버텨가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작은 바램으로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

자신의 꿈과 시간을 포기하지 말라고, 자식들, 심지어 배우자도 내 인생의 꿈을 이루어주지 않는다고. 그리고 만고의 진리. '내가 행복해야 모든 것이 행복해 보인다.' 내가, 본인들이 지금 하는 일이 아주 사소하든, 큰 일이든 간에 자신의 꿈에 보탬이 되는 시간, 돈, 사람이길 바란다.

나를 위한 이민이 첫번째요, 내 가정을 위한 이민, 내 아이들을 위한 이민이 두번째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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