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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Dec 21. 2021

Mbti에 대하여.


Mbti 열풍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 Mbti를 분석한 글과 영상, 그리고 밈들이 온라인 여기저기에 보이고, 그런 글들은 높은 확률로 인기가 높다. 오프라인 상황도 다르지 않다.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의 Mbti를 공유하는 게 일상화되었다. 처음엔 나의 Mbti를 밝히는 게 민망하기도 했다. 왠지 내 속내를 다 들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런데 이젠 오히려 툭 까놓는 게 맘이 편하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의 Mbti를 알면 관계를 맺어가는데 좀 더 수월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왜들 그렇게 Mbti에 열광할까 생각해봤다. 멀리 생각할 것도 없이 일단 나부터 상당한 Mbti 과몰입자였기에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자면... 반가웠던 것 같다.


예전엔 내 성격에 불만이 많았다. 나는 왜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이 많을까, 겉과 속이 다를까, 자주 곱씹고 후회할까 등... 그런데 Mbti를 알고 나서는 '아, 이게 나만 이런 게 아니었네?' '하나의 성격 유형이었네?' 심지어는 '이게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네!' 하며 안도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내 성격의 어떤 부분을 고치고 싶다기 보단, 오히려 잘 활용하고 싶어졌다.


또 다른 반가움은, 우리 사회가 점점 개인의 취향, 가치관, 성격 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Mbti 덕분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몰라도.


나의 대외적인 성격은 말이 많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다. 어릴 땐 "왜 그렇게 말이 없냐" "말 좀 해라" 라는 식의 무례한 피드백도 많이 받았었다. 물론 사회생활의 연차가 쌓이면서 리액션도 빈말도 꽤 많이 늘어서 이젠 저런 말을 듣지 않게 되었지만, 나의 내적인 욕구는 여전히 조용히 있고 싶다! 매번 그렇다는 건 아니고, 다섯 명 이상의 무리 혹은 편치 않은 모임에서만큼은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회식자리에서 가장 윗사람이 가장 막내에게 "넌 왜 그렇게 말이 없어?"하고 질문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에휴 또 시작이구나, 했는데 그때 이어서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그래, 난 너의 조용함을 존중해."


존중, 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확 꽂혔다. 조용하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닌데, 우리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성격 유형들이 있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소심한 게 아니라 신중한 것, 나대는 게 아니라 주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착한 척이 아니라 배려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젠 이러한 성격도 그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 같아서 더 반가웠다.


Mbti라는 16가지의 성격 유형에 각자의 사연과 사정까지 더해지다 보면, 인간의 유형은 구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하고 다양하다. 그리고 구분 지었다 할지라도, 보이는 성격만으로 개인의 본질이 판단될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는 가능한 선에서, 모든 개인의 성격과 취향, 가치관 등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존중'이라는 단어를 새겨본다.


Mbti 열풍이 가져다준 소중한 변화를 생각하며, 오늘도 구구절절 생각 많은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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