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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May 05. 2020

결혼정보업체에 대하여.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대형 광고판에 눈길이 갔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광고였다. 

“결혼은 1등하세요! ○○에서!” 


1등짜리 결혼이란 어떤 결혼일까? 아니면 누구보다 1등으로 결혼을 하란 얘기인가? 매번 보던 광고인데 새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몇 살에는 꼭 결혼을 해야겠다거나 어떤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계획도 없다. 그저 언젠가 그럴 필요성, 혹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는 거고. 아직까지 결혼은 내 인생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다. 


하지만 여느 집과 다르지 않게, 우리 엄마의 마음은 나와 같지 않다. 대화를 하다가도 기회만 보이면 “이제 시집가야지.” 공격을 시전하시고, 심지어 “갔다 오더라도 한번은 가라”는 기가 차는 말씀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부모님들은 왜 자녀들이 시집 장가를 제때(?) 못 가면 안달이 나시는 걸까. 엄마가 말하는 수많은 이유들을 곱씹어보다가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리긴 했다.

너 말년에 외로울까봐 그런다!


환갑이 넘은 자식도 부모 눈에는 아이 같다고 한다. 나는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어 100% 이해가 되진 않지만, 아마도 부모님은 자신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내 자식 곁에 아무도 없을까봐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신 것 같다. 정말 인생의 8할을 자식 걱정만 하다 가시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쨌든 이 결혼정보업체라는 것이 생각해보니 참 흥미로웠다.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면 업체의 기준에 따라 내 등급이 매겨지고, 자신과 맞는 상대가 매칭이 되는 형태라고 알고 있다. 즉, 맘에 드는 결혼상대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사실상 과거에 ‘중매쟁이’ 분들이 하시던 일이 좀 더 체계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탄생한 업계인듯도 싶다. 요즘엔 결혼정보업체 뿐만 아니라, 데이팅 상대를 찾아주거나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도록 해주는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돈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시대. 새로운 만남에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겐 영 낯선 트렌드지만, 나쁘게만 볼 건 아닌 것 같다. 예전처럼 길에서 한눈에 뿅 사랑에 빠지는 운명같은 만남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므로. 우리는 앞으로 또 어떤 것을 위해 돈을 지불하게 될까? 일단은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더 열심히 돈을 벌긴 해야겠다. 결혼을 위해서가 아니라 혼자서도 끄떡없는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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