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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의새노래 Mar 29. 2021

신문 글꼴 다섯 차례 바뀌는 동안

8년간 제작한 지면신문 글꼴을 돌아본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자유의새노래 지면신문 글꼴 변경을 완료했습니다.


5일 동안 올해 5월4일 완성을 앞둔 자유의새노래 20호 지면 글꼴 변경 작업에 돌입했는데요. 문장 채로 글자 간격을 다루던 자간(字間)보다 한글의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을 고려해 비율 간격을 조정하는 이른바 커닝(kerning)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습니다.


자유의새노래 지면신문에 사용하는 본문 글꼴은 조선일보사가 개발한 조선일보명조체입니다. 실제 신문에서 사용하는 글꼴이 글자와 글자, 단어와 단어 사이 어절(語節)이 일정하고 깔끔하게 분리되지만. 직접 신문을 만들어보니 어떤 어절 사이는 넓고, 어떤 어절 사이는 좁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문장 채로 글자 간격을 조정하던 자간과, 균등배치를 다시 설정하여 가독성 좋은 문장과 본문배치를 연구했습니다.


자유의새노래 본문 글꼴 변천 과정

신문 글꼴을 확보하지 않은 시절, 자유의새노래 본문은 #나눔명조 가 전부였습니다. 학부 과제로 제출하던 과제의 글꼴 역시 나눔명조로 단일화했고, 처음 지면신문을 제작하던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사용하다가 만난 서체가 조선일보명조체였습니다.


본문용으로 사용하려는 글꼴의 경우에 글자와 글자 사이 간격이 기본값보다 좁아야 합니다. 기본값 글꼴 자간은 넓게 설정되어 있어서 가독성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지면신문은 기본값보다 좁게 사용했습니다. 최대 –60pt까지 주다보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글자와 글자 간격이 좁아 발생하는 엇물림 현상이었습니다.


커닝은 이 지점에서 발견했습니다. 자간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글자와 글자 사이 간격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 ‘비율 간격’을 이용해 엇물림 현상을 방지하면서 글자 간격을 좁혀 가독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➊처럼 자간을 –60pt로 적용한 경우 ‘자’와 ‘유’ 그리고 ‘의’가 서로 자리를 침범하여 글자와 글자 사이가 매우 가까워 보입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자간을 –20으로, 비율간격 이른바 커닝을 줆으로써 ➋처럼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자간을 주지 않아야 하는 숫자의 경우 더욱 커닝으로 조절해주어야 합니다.


한데 모아 본 본문, 이렇게 비교해보면 달라 보인다

본지 지면신문 본문 글꼴은 다음의 사진처럼 바뀌었습니다.



두 칼럼(column) 길이로 가로를 늘였을 때는 읽기 편한 글꼴이겠지만 신문 특성상 하나의 칼럼으로 본다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❶에서 ❸까지는 글꼴 크기도 작을뿐더러 줄글 간격도 넓어 ❹~❺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신문의 특징은 3,000~5,000자를 1~2분 내로 읽을 수 있는 본문에 있습니다. 작고 촘촘하게 배열할 글자의 경우 어절의 간격과 글줄이 적당히 좁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지면신문 활자 변경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여백이 많은 종성 ‘ㅣ’는 커닝 값을 많이 주고, 종성 ‘ㅓ’와 ‘ㅏ’는 이보다 적게 주었습니다. 덕분에 자간 –60pt를 주었던 과거 활자보다 글자 엇물림이 덜 발생해 가독성이 이전보다 좋아졌습니다.


자두색이 이전 활자, 검정색이 새로 바뀐 활자.

신문을 직접 제작하다보면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서 ‘신문에 적용해볼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커닝, 자간의 차이도 몰랐을 만큼 그동안 글꼴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신문과 비교하며 제작하다보니 좀 더 예쁘고, 보기 편한 방식이 무엇일지 디자인의 실용(實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선지 신문을 제작한지 8년이 되었음에도 매년마다 신문의 활자가 바뀌고 또 바뀌고 있었습니다. 한 해가 지나며 바뀌어가는 과거의 신문을 보니 달라지는 강산만큼이나 성숙해진 지면신문 글꼴 앞에서 ‘하나의 글꼴도 이렇게 바뀌거늘, 글을 담는 사람들 마음이야 오죽할까’ 감회가 듭니다.


인용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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