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봉기 Nov 22. 2021

실종설로 국제문제가 된 펑솨이가 '불륜고백녀?'

일본 언론이 펑솨이를 지칭하며 택한 단어 '불륜'

중국의 테니스스타 펑솨이가 요사이 국제적 뉴스의 중심인물이 됐습니다. 장가오리 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모습이 사라졌고 그래서 테니스계는 물론 미국, 유럽의 정부들도 중국의 인권문제의 한 예라며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펑솨이가 건재하다고 사진부터 내놓다가 그래도 안 되니 본인을 공식석상에 내보내서 진화에 나선 상태입니다.


그런데 일본 뉴스사이트에서도 펑솨이 사진과 뉴스들이 올라오길래 봤는데 제목들이 이상했습니다. 


“불륜을 고백후 행방불명된 테니스 스타 펑솨이” 라는 제목들이었던 겁니다. 


아래 NHK기사가 대표적인데 “중국 테니스스타 불륜 등을 고백한 후 행방불명돼 오사카선수(일본계 테니스 스타)도 무사를 기원하고 있다”는 제목입니다. 


https://www3.nhk.or.jp/news/html/20211117/k10013351941000.html?utm_int=all_side_ranking-social_004&fbclid=IwAR1nyeVexZE7uiWHLJcwMtBDTj9AMVNdFR1CoPCbTmiMJEQ82aV93mQ5SD8


우리로 치면 연합뉴스에 해당하는 교토통신의 보도도 비슷했습니다. 

“중국 전 부수상과의 불륜을 폭로한 여자 프로테니스선수”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https://www.47news.jp/news/7000831.html



우리 언론이나 해외 미디어들이 다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펑솨이로 보도할 때 일본 언론은 ‘불륜 폭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한 겁니다. 법적으론 전문가는 아니지만 피해자를 중심에 둔 다른 언론들과 달리 일본언론은 가해자인 남성을 중심에 둔 용어를 썼다고 봐야겠습니다. 사실 ‘불륜’이란 용어는 한 가정을 깼다는 점에서 사실 장가오리 전 부총리만 가해자인 게 아니고 펑솨이도 가해자로 보는 것으로 봐야합니다. 즉 피해자는 불륜피해를 당한 장가오리 전 부총리의 아내이고 공동 가해자는 장가오리와 펑솨이가 되겠죠. 


그런 점에서 단순히 여성 펑솨이 대신 남성 장가오리 관점의 용어를 쓴 기사라는 점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꿔 보이게 할 수 있는 문제가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건 이 사안이 국제적 이슈가 되면서부터는 NHK 등의 기사 제목도 바뀌긴 합니다. ‘행방불명됐던 중국 테니스스타 펑솨이’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역시 기사 중엔 펑솨이가 불륜관계를 폭로한 후 뉴스의 중심에 섰다는 식으로 설명을 이어갑니다. 


우리로선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 아닌가싶은데 역시 일본 사회가 여성인권문제를 다른나라들보다는 덜 심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덜 심각’이 아니라 ‘낙후된 시각’ 아니냐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본분들은 반론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해봤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다른 나라들보다 미투운동이 활발하지 못했고 아니 미투를 하기가 어려운 사회라는 건 객관적인 사실로 보입니다. 인턴으로 일하다 도쿄방송 워싱턴 지국장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를 폭로해 일본 미투운동의 시초로 여겨지는 이토 시오리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검찰은 여러 증거에도 결국 가해자를 불기소했고 오히려 시오리씨의 경우는 ‘어떻게 저런 일을 얼굴 내놓고 폭로하나’하는 일본사회 특유의 ‘평가’를 받는 처지가 되었죠. 이 일은 우리 배우 심은경씨가 주연한 일본영화 ‘신문기자’에도 잠깐 소개돼 나옵니다. 


이외에도 흔히(?) 나오는 연예계 스캔들인 남성기혼스타와 미혼여성 스타의 부적절한 관계기사들의 경우에 우리나라는 남성 쪽에 비판적인 시각의 기사와 댓글이 많은 반면, 일본에선 여성 쪽에도 ‘가정을 깼다’는 비판이 많이 가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인권 문제에 있어 우리가 일본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일본사회는 아직 이런 문제에 있어 우리 만큼의 사회적 이슈화와 토론과정을 거칠 계기가 없어서 아직 변화가 덜 이뤄진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그 말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