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삽니다 Episode 3
우리 집은 명절만 되면 외가부터 친가까지 투어를 한다. 전부 1시간 내외로 멀지 않은데 아주 알차게 3일을 밖에서 보내곤 했다. 어릴 때부터 난 이게 참 싫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이 있다면 믿겠는가? 명절 때 내가 가는 곳은 다 그랬다. 와이파이는 물론 데이터도 터지지 않는 깡촌이라 할 수 있는게 없었다. 3일간 휴대폰없이 살기를 강제로 체험한 셈이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부턴 여행가는 기분으로 가니 특별히 싫진 않았다. 이제 일부는 데이터도 터지고 카페도 생겼다. 사실 인터넷이 된다 한들 어차피 내가 생산적인 일을 할 애가 아니란 걸 잘 알아서 차이가 없다. 앉아서 영상만 볼 게 뻔하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 해는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고3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할머니가 편찮으시기 때문인데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제사를 지내는 게 아니라고 한다. 아픈 사람은 기가 약한데 제사 음식 드시러 왔다가 조상님들이 데리고 갈 수 있다나. 그래서 아빠만 잠깐 큰 댁에 다녀오시고 우리는 집에 있기로 했다.
설 당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 떡국을 먹었다. 늘 큰 댁에서 아침 일찍 제사 지내고 떡국 먹는게 패턴이었는데 늦게 일어난 것도, 집에서 설날 떡국 먹는 것도 낯설었다. 패턴만 깼는데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다니. 일상을 깬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아무튼 다시 방으로 들어가 뻔한 일상을 보냈다. 온갖 OTT 투어를 하다 글도 쓰고 잠도 자고. 식사하고 후식 먹을 때면 엄마랑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4일 정도를 집 안에만 있다가 서울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사실 황금 연휴라 오래 쉴 생각에 기대도 많이 하고 계획했던 것도 많았다. 포트폴리오 정리, 브런치 글쓰기, 책 읽기, 요리, 경제 공부 등. 이번엔 진짜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왜 항상 계획은 계획으로 남을까. 브런치 말곤 이루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하나라도 했으니 된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게 맞으려나. 밖에라도 나갈까 싶어 챙겨온 옷들은 고이 접어 도로 서울로 가져왔다. 회사에서 몇 주를 기다려 온 황금 연휴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2022년 1월 다섯째 주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