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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ieum Apr 16. 2024

브랜드 디자인 맛보기 - INTERBRAND

생각의 터닝포인트, 브랜드 디자인 인턴쉽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나의 진로에 의문이 가득하던 때, 우연히 월간디자인의 인터뷰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브랜딩 디자이너 박상훈
- 월간디자인 2010년 4월호


'브랜딩 디자이너? 그거 단순히 로고 디자인하는 거 아니야?'라는 나의 편협한 생각은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박상훈 대표님은 당시 인터브랜드의 대표이셨고, 경영과 마케팅을 기반으로 경력을 쌓아오신 분에게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기사에 붙었던 것도 내겐 새로운 시각의 전환이었다.


인터브랜드는 전체적으로 '디자인 회사'라기보다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다시 말해 클라이언트가 가진 브랜드에 관한 문제점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중략) 디자인은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를 찾아내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겠죠.
'브랜드에 관한 문제점'이란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합니까? 어떤 의미로는 우리가 다루는 모든 프로젝트가 '문제'의 해결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죠.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사람들에게 어떤 콘셉트, 어떤 이미지를 전달할 것인가 하는 측면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이라 하면 로고를 만드는 일을 떠올리지만, 지금 디자인의 중심은 '소비자 경험을 계획하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즉 소비자나 방문자가 어떻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할 것인지 기획하고 체계화하는 작업 말이지요. 지금은 전체가 통합되어 한 번에 움직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디자인 경영' '디자인 사고' 등의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듯합니다.

출처 : 브랜딩 디자이너 박상훈, 월간디자인 2010년 4월호


대학시절 내내 고민했던 '잘 한 디자인'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이 기사를 통해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인터브랜드*가 어떤 회사인지 찾아보았다. 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중 마침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합격을 하게 되어 Brand Design Vision Leaders라는 이름의 인턴쉽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턴 수료증


여섯 명의 디자인 인턴 중에 산업디자인 전공자는 유일하게 나 혼자였다. 전부 시각디자인 전공에 실력이 빼어난 친구들이었는데, 난 여기서도 또다시 혼자 (전공만)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남들과 다른 전공자로서 브랜드 디자인을 보는 관점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스스로를 굳게 믿으며 인턴쉽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이 시각은 추후 나의 강점으로 조금씩 발전하게 된다.)


인턴으로서 실무적인 부분은 역시나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부족했다. 산업디자인 전공이다 보니 라이노 기반의 3D 모델링을 주로 학습해 왔는데, 여기서는 일러스트레이터 기반의 2D 작업이 주된 작업이다 보니 툴부터 다시 손에 익힐 수밖에 없었다.


라이노(Rhino) vs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인턴 친구들과 선배님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일러스트레이터를 손에 익혔고, 이때 배운 스킬들은 거의 지금까지 디자인 작업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툴이 손에 슬슬 익을 때쯤엔 다시 디자인 작업에 어려움이 느껴졌다.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 작업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많이 헤맸던 기억이 있다. 공식적인 인턴의 시작은 6월 중순경, 방학 때는 격월, 하반기에는 학교 수업이 끝나고 가는 일정이었는데, 인턴 급여와 상관없이 최대한 실무를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거의 매일 회사를 갔었다. 그저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만이 당시 내가 가장 잘 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으며 여러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밖에도 가장 좋았던 것은 디자이너 외에도 전략, 네이밍팀의 인턴들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브랜딩에 대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만난 친구들은 아직도 종종 만나는데, 이야기의 범위가 진짜 넓고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흐름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인터브랜드의 인턴쉽을 계기로 브랜드에서 전반적인 큰 그림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디자이너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진로에 대해 여러 갈래를 열어두고 방황해 왔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학교의 디자인 전공자인데, 전공을 살려서 일을 시작도 안 해보고 포기하기란 그동안의 노력이 조금 아까웠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디자이너로 최소 10년은 일을 해보면 커리어의 전문성과 함께 앞으로의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큰 그림을 그리는 에이전시보다는 제품 전공을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인하우스 디자인팀 취업을 목표를 잡았다.


인턴쉽이 끝나갈 무렵, 취업이 어렵다는 그 해 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패션회사의 VMD팀 인턴 자격(평가 후 정규직 전환)과 한미약품의 그래픽 디자이너 신입사원이었다.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패션디자이너로서의 꿈이 있었던지라 선택에 조금 고민했지만, 디자인적으로 낙후(?)되어있는 제약 업계에 브랜딩적으로 접근하여 세련된 디자인을 내가 만들겠다 하는 큰 꿈을 안고 한미약품의 신입사원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되었다.



*INTERBRNAD(인터브랜드) :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으로 브랜드 컨설팅과 브랜드 가치평가를 진행.(매년 BEST Global Brands 100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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