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엄마의 취미
요즘 뜨개질이 유행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사계절 뜨개질 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요즘 들어서 뜨개인이 늘어난 느낌이 들어서 카페를 가더라도 뜨개질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SNS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맞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해서 더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반갑다.
나는 내가 뜨개질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늘 거실 소파에 앉아서 무언갈 뜨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는 코바늘로 뜬 엄마의 작품들이 늘어만 갔다.
코바늘로 뜬 커튼, 테이블보, 전화기커버... 엄마가 앉아있는 소파의 방석 커버를 비롯해 집안의 모든 것들은 엄마가 직접 손으로 만든 코바늘 작품들로 채워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엄마의 나이가 나보다 어린것 같다.
진짜... 그렇네. 그때의 엄마가 지금의 나보다 어리네.
엄마가 뜨개질을 하던 것을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 엄마의 취미가 내 취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엄마의 시간이 내 시간과 같아질 거란 걸 생각할 수 없는 나이였던 것 같다.
내가 요즘 뜨개질을 하면서 든 생각인데 엄마도 그때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뜨개질을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에,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을 때 나는 뜨개질을 시작한다. 어떤 목표가 있어서 한다기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손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뇌를 쉬게 해주고 싶을 때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코바늘이든 대바늘이든 잡곤 했다.
"한코, 두코, 세코, 네코..."
콧수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보면 정말 신경 쓰이는 답답한 것들은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복잡하고 답답한 생각이나 마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너무 좋은 숨구멍이 되어준다.
"엄마도 내 나이쯤에 마음이 복잡해서 그렇게 뜨개질을 했었어?"
"글쎄. 기억이 안 나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시절쯤에 나도 동생도 사춘기였지? 속 뒤집어질 때마다 엄마 작품이 하나씩 늘어났을 수도 있겠다."
"그때가 그때인가?"
엄마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그 순간, 내 아이들이 지금 그때의 내 나이였다고 생각하면 엄마도 숨구멍이 필요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전혀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가지찜이 맛있어지고, 쌉쌀한 쑥떡도 맛있어지고, 달달한 믹스커피가 기어코 한잔 마시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내가 그 시절 엄마의 나이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었는데 나는 엄마와 똑같은 나이가 되어서 엄마가 하던 뜨개질을 취미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속상한 것은 그만큼 엄마는 더 나이가 들어 이젠 그 좋아하던 뜨개질도 어깨가 아파서 하기 싫어졌다는 것... 그리고 호르몬 약을 먹으며 강제 갱년기가 온 내게 걱정 어린 말을 하곤 한다.
"뜨개질하면 어깨 아파. 쉬엄쉬엄 해."
"응. 알아. 그래서 너무 열심히는 안 해."
"하다가 아프면 그만해. 나중에 어깨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그래."
"응. 조심해서 하고 있어."
엄마는 내게 그렇게 말을 한다.
"엄마 또 뜨개질하고 있어? 그게 그렇게 재밌어?"
학교에 다녀온 딸은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나를 보며 묻는다. 그 시절의 나처럼 물어보는 딸을 보고 나는 녀석이 나중에 나처럼 "우리 엄마의 모습 중 기억나는 것 = 뜨개질"이라고 생각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뜨개질이 뭐라고.
뭔가 마음이... 이상하면서 아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