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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양 Apr 03. 2024

고양이도 훈련이 가능할까?

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강아지처럼 '앉아, 손'과 같은 훈련이 가능할지였다.

7살짜리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신랑친구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단호박 같은 대답을 했었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깽이 시절 가을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높은 소파, 의자, 책상 등을 점프하며

하나하나씩 정복해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1도 없던 우리 집은 가죽소파와 가죽의자, 가죽침대, 많은 책, 화분 등이 있는 재미있는 것이 많은 공간이었다. (고양이를 키우실 분이라면 이런 것들은 절대 포기해야 한다.)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친정엄마가 사준 가죽소파와 의자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아이가 없이 사는 부부의 집은 깔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소를 매일 하지 않아도 깨끗하던 우리 집은 가을이의 털과 가죽소파와 의자의 잔재들로 이제는 매일 청소기를 돌려야 한다.


물고 뜯는 게 재미있는 가을이는 내가 아끼는 화분의 식물을 가만히 두지 않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이파리가 너덜너덜해지고 흙이 파헤쳐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카페 글을 검색해 보니 고양이를 키우면 화분을 두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어느 것 하나도 허락되지 않았다.


스크래쳐를 사줘도 이상하게 가죽소파만 긁어대는 가을이는 여전히 많은 스크래쳐를 두고 내 속이 타들어가는지 모른 채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가죽소파와 가죽의자, 가죽 침대를 벅벅 긁어댄다. 조용하고 깔끔하던 나의 집에는 긁음 방지 시트가 여기저기 붙어져 있지만 미처 붙이지 못한 구석구석을 여전히 긁어댄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내 발목을 그렇게 물어 댄다는 것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발목을 무는 통에 온통 다리는 상처로 가득했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유튜브와 카페에서 훈육하는 방법을 찾았다.





말 안 듣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동일하다.

'반복학습'과 '인내'




고양이는 아무리 화를 내도 무시하거나 도망가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침착하게 '안돼'로 훈육을 시도했다. 하지만 점점 무는 강도가 심해지면 결국에는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내게 된다. 눈치를 살피는 듯이 하다가 오히려 반격하는 것이 고양이의 습성이다. 하지 말라면 더욱 달려들어 더 쌔게 물어버리는 통에 피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다음 방법은 보복이었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이용해 물을 넣은 분무기를 가지고 화분을 괴롭히거나 나를 괴롭힐 때 물을 뿌리는 방법이었다. 이것은 꽤 효과가 뛰어났다. 하지만 식탁을 올라간다거나 화분을 괴롭히는 행동을 할 때는 가능했지만 방심했을 때 갑자기 무는 것은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무는 행동을 했을 때는 안방으로 피신하는 행동이었다. "이런 행동을 하면 이제 우리는 놀 수없어"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행동교정에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울다가 나중에는 그냥 신경을 안 쓰거나 하는 행동이 보였다. 초반에는 이 방법이 효과가 없었으나 지금은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껌딱지로 변해버린 가을이는 내가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행동이 가장 싫기 때문이다.


물론,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방법에 정답은 없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우리는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갔다. 말썽을 피우던 시기에는 입양을 후회한 적도 있었고, 화를 내거나 맴매를 한 날에는 미안한 마음이 오래갔다. 고양이는 잘못이 없다. 사람인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어린아이라는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했더니 조금씩 이해가 가고 화를 내는 일도 적어졌다.


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는 나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가을이를 돌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을이를 상대로 화를 내는 내 모습이 참 못났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고, 그런 가을이가 주는 기쁨에 눈물 흘리는 날도 있었다.




'함께 살아간 다는 것'




결론적으로는 지금은 아주 말을 잘 알아듣는 편이다. 고양이는 10번을 부르면 1~2번 기분이 좋으면 와준다고 하는데 가을이는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고 "앉아"를 제일 잘하고 빗질도 참아주며, '반대'도 하는 성묘로 성장했다. 물론 지금도 자기가 싫어하는 발은 절대 내어주지는 않는다. 


사람과 살아가는 방법도 잘 모르는 내가 고양이와 맞춰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내가 양보한 만큼 가을이도 나를 위해 양보해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음에 매 순간이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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