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주 Aug 05. 2023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입니다.


대개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식음을 전폐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일 거다.

심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울증 약을 먹는 사람들은

사회생활도 하고 바깥구경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가끔은 오히려 텐션이 높다는 말도 듣는다.

(우울증을 숨기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보는 것뿐.


나는 벌써 4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아, 불안장애도 있단다.

그래서 우울증 + 불안장애약을 먹으며 상담을 받고 있다.

우울증은 알겠는데 불안장애는 조금 생소하다고?     


불안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통칭한다. 불안과 공포는 당면한 위험에 대한 경고 신호로써 정상적인 정서 반응이지만, 지나칠 경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더 어렵게 하고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증상을 유발한다. 불안으로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두통, 심장 박동 증가, 호흡수 증가, 위장관계 이상 증상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 불편감을 초래하고 불안이나 걱정, 혹은 신체 증상이 직장 생활, 대인관계, 학업과 같은 일상 활동에 어려움을 초래.....

[네이버 지식백과]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이렇단다.

그러고 보면 약을 먹지 않으면

한 4샷이 들어간 커피를 원샷 때린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 주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어깨에 하나씩 올려두고 4년째 살아가고 있다.     

아, 내가 불안할 때 나오는 증상이 있다.

다들 하나씩은 있을 것 같은데 (?)

계단을 올라갈 때 왼 발로 시작해서 오른발로 끝나야 한다.

하지만 한 칸이 남아 왼발로 끝나게 된다면?

치마를 입었어도 오른발로 두 계단을 올라간다.

버스를 타고 갈 땐 말이다.

앞에 가고 있는 차의 네 번호를 더해야 한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혼자 그러고 있다.

쓰다 보니 절로 나온다.

이러니 약을 먹지.     


본가인 광주에서 광주독립영화제가 있던 날,

영화인의 밤이라는 모임이 있었다.

분명 감독이나 시나리오작가 등 관계자들이 많이 올 터.

전 날 프로필을 스무 장 뽑아 소중히 서류봉투에 담아 갔고,

나는 ‘철면피’, ‘대단하다’, ‘파워 E’ 아니냐는 소리들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님들이 계시는 자리마다 찾아가

”안녕하세요~ 여기에 감독님이 계시다 해서 왔어요!

배우 연지입니다! 프로필 받아주세요! “

라며 한 분씩 프로필을 직접 드렸기 때문이다.

나한텐 그 모임이 어필하러 간 거니 당연한 건데

사실 나도 뻘쭘하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적극적인 나를 보고

우울증은 생각도 못한다.

오히려, 마음이 건강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간혹 내가 상대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하루 두 번, 약을 먹는다.

어딘가 아직 아픈 내가 일어설 힘을 낼 수 있게.

작가의 이전글 간밤의 이슈에 작은 해명글 올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