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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04. 2021

[역마살과여행의지ㅡ고성01]

다시여행

[202011월 23일]


천안에서 강원도는 부산만큼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당일치기는 꿈도 못 꾸고

그래서 좀 아쉬워도

시간도 비용도 고려하다 보면

아무래도 가성비 좋은 서해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서해도 좋지만,

짙푸른 바다와 높은 파도를 좋아하는

나는 늘 동해가 그립다


몇 달 전부터 계획한 고성 여행

고3을 데리고 휴가도 가는 이상한 엄마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지난여름 휴가는 휴식이었고,

이번 여행은 열심히 달려온 모녀를 위한

선물 같은 것이랄까


녀석도 나도 내색은 안 했지만

수능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껏 차려입은 노랑머리 공주님은

도착하자마자

처음 만난 <커피고>에 홀딱 빠졌다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숙소와 커피숍이라

별생각 없이 예약하고

별 기대 없이 왔는데

바다가 보이는 카페라니!!!

공유가 찍은 CF에 나온 카페라니!!!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풍광이 너무나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녀석의 입이 귀에 걸렸다

엄마의 셔터에도 별 신경 쓰지 않는 것 보니

기분이 최상급이다

일단 성공!!!


맛난 음료 한 잔씩 받아 들고

파도치는 동해를 바라보고 앉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대학이고 뭐고

이거면 됐지

더 이상 무얼 바랄까


녀석과 함께 마주 본 바다가

세상의 끝이라도 좋을 것 같았다











도착과 동시에 나의 카메라는 정신없이 일을 한다

하늘도 햇살도 녀석도

다시는 이런 그림을 볼 수 없을 것처럼 아름다웠다


꾹꾹 눌러 담아서 두고두고 꺼내볼 거야

녀석의 스무 살은 반짝반짝 빛이 나겠지





커피고 위층은 7개의 룸이 있는 <해맞이 하우스>이다

이름은 다소 시골스럽지만,

내부는 럭셔리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라서 인기 만점인 곳이다

건축을 전공한 선배가 직접 하나하나 공을 들여 만든 곳이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오션뷰 창가의 욕조와 빔프로젝트까지 완비된 2층 룸은

역시 우리 모녀 취향 저격!


우리는 2박을 할 예정인데,

일부러 각각 다른 방을 선택했다.

오늘은 통유리로 일출을 볼 수 있는 2층 제일 끝 숙소에서,

내일은 바다로 향하는 문이 있는

1층 숙소에서 묵기로 했다.


저녁엔 루프탑에서 바비큐 파티

선배는 오랜만에 만난 동문들을 위해

거한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오늘은 특별히 양미리구이에 완전 몰입!

녀석도 처음 먹는 양미리 맛에 눈이 커다래진다


사실 남이 구워주니 뭐든 맛나고 좋다

따뜻하고 정겨운 밤이 깊어간다





기어이 일출을 보겠다고 혼자서 잠을 설쳐가며 눈을 떴다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은 하나하나 아쉽고 소중하다

안 해본 거 못해본 거 자꾸 욕심이 나고

때론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좋은 풍경 좋은 음식을 보면

엄마, 아빠 생각이 자꾸 나는 것도 그래서일까


그렇게 억지로 만들어낸 나의 새벽은 기대 이상이었다

숨을 죽이고 카메라는 들었다

녀석은 저 우주 어딘가를 열심히 여행 중이라

함께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나는 한동안 그렇게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돌아가면 정시 준비와 기다림으로 다시 힘든 시간을 보낼 테지만

어차피 녀석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거니까

이제 결과는 두렵지 않다



글ㆍ사진  kossam

*사진은 퍼가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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