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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07. 2022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 일기 54]

동생이라니!!!

[2019년 11월 27일]


여행을 마치고 오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늦장가를 간 삼촌이 아빠가 되는 날!

예정일보다 조금 늦어져서 유도분만을 했나 보다


20년 전 녀석도 날짜를 훌쩍 넘겨도 꿈쩍도 안 하는 바람에

유도분만 끝에 제왕절개로 세상을 만났다


우리는 2박 3일 여행으로 피곤했지만

거의 20년 만에 생긴 새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일단 산부인과로 차를 움직였다


조카라니!!!

동생이라니!!!


두 자매의 나이가 무려 열아홉 살 차이다


내가 아이를 빨리 낳고

동생은 아이를 늦게 낳으니

이런 일도 생기나보다


나올 때 엄마를 조금 힘들게 했는지

산모는 면회가 힘든 상황이었다


늦은 밤이라

아기 면회도 아빠가 사정을 해서

겨우 할 수 있었다


녀석은 신기한지 아기를 보고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작고 작은 아가는 제법 머리숱이 많고 건강해 보였다



[2019년 12월 27일]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후

동생은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아기 엄마가 힘들 거라는 건 알지만

외할아버지가 둘째 손녀를 볼 방법이 이것뿐이라서

음식까지 포장해서 부랴부랴 만나러 갔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그거면 된 거지

모든 아가들에게 바라는 일일 것이다


눈을 맞추고, 일어서서 걸음마를 하고

말을 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랑과 정성이 필요할까

그런 하루가 쌓여 일 년이 되고

그런 일 년이 쌓여 가족의 역사가 된다


녀석의 스무 해를 돌아보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쁜 건 이쁜 거고

뱃속에 있을 때가 편했지

이제 고생문이 열렸다며

다들 진담 섞인 농담을 해보지만

초보 아빠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녀석은 아직도 작은 동생이 신기하기만 하다

안아보기조차 너무 조심스러워서

졸졸 따라다니며 보기만 했다


아기를 안을 때 쓰는 받침이 있길래

한번 안아보라 했더니

그제야 슬쩍 손을 내민다


이모 같은 언니와 조카 같은 동생이다


녀석에게 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까

나는 아직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너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자매 말고

나이 들어서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자매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남동생이 있는 나도

언니나 여동생이 있는 친구들을 보면

속이 상할 만큼 부러운데

녀석도 나중에 그럴 때마다 외롭겠지


그래도 다행히 사촌동생 하나가

친동기처럼 따라주니 말할 수 없이 고맙고

오래도록 정답게 지내주길 늘 기도한다


한참이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다가 카메라를 들었다


할아버지도 아가를 안아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얼마나 반갑고 좋으실까


녀석이 아가였을 때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한참 젊으셨는데

20년 세월에 많이도 늙으셨다


녀석을 안아 준 만큼 안아주시지도 못하고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시지도 못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에겐

모든 것이 너무나 감사한 세월이었다


글. 사진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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