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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달빛 May 26. 2023

다시 만난 숲


점점 더워진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 한 더위라고 나름의 방식으로 위로한다.

5월 15일 스승이날이였다.



우리집 둘째는 작년까지 유치원을 다녔었던 꼬꼬마다. 올해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한동안은 힘들어했다.

갑자기 초등학생으로 업그레이드 했으니 당연히 힘든게 아닌가 싶겠지만, 그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둘째는 하루일과를 숲에서 보내는

'숲 유치원' 이라는 곳에 다녔는데, 그 곳은 아침이면 간식을 먹고 숲 복으로 갈아입 모두 모여 산에 올랐다. 숲속이 놀이터 동시에 교실이였고, 자연물은 장난감으로, 곤충들은 친구로 삼아 놀았다.


싱그러운 자연인 만큼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숲 유치원의 아이들은 비 오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예외없이 산에 오른다. 비가오면 비가오는대로, 눈이오면 눈이 오는대로 숲의 모습달라진다. 그러니 오히려 그런날들은 더 특별한 날이라 우비를 쓰고 눈과 비가 오는 날 만의 특별한 숲을 즐거워하며 거닌다.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마저도 숲에간다. 그런 날은 숲속에 들어가면 우거진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덕분에 오히려 시원하다고 한다.


밭에서 심은 농작물로 먹거리도 만들어 먹곤했다.


겨울엔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그날은 하루종일 하얗게 덮힌 숲을 뒹굴며 온몸으로 숲을 만끽한다.

그렇게 놀고나면 따뜻한 초코차와 구운쥐포를 먹는데  숲반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만점 이.


외에도 야외물놀이, 산 안팎 쓰레기줍기, 각종 생물키우기 등 이쯤되니, 이 곳에 보내면서 진심으로 선생님들께 존경심 이란게 들었다.



이런곳에서 3년 가까이 시간을 보낸 아이가,

학교생활의 적응이 더딘건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였다.



원래 둘째는 이아닌 일반유치원에 다녔었다. 교실안에서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규칙에 맞게 하루를 지냈던게 자유롭지 않았는지 집에오면 불만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점점 아이 스트레스 눈에 보였고, 여기서 계속 지낼수 없겠구나 싶어 이러한 이유로 원장님께 숲 유치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니,



"여자아이라 꽤 힘들텐데 괜찮겠어요?

안그래도 남자아이들도 옮겼다가 체력적으로 적응을 못하거나 감기같은 잔병이 오래가서 다시 되돌아오는 친구도 간혹 있거든요."


원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런거 아냐?'

걱정이 잠시 스쳐갔지만

왠지 잘 적응 할 수 있을것 같았다. 막상가면 적응 해 버리는게 아이인데, 그아이를 믿었다. 그렇게 보내기 시작한 결과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왜 이제 보내주었냐고. ㅎㅎ


그렇게 유치원을 옮길 적 자유영혼인 둘째에 대해 새삼스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지난 3년동안 추억들을 만든 곳을

오랜만에 스승의 날이라 학교가 끝나자마자

아이와 함께  찾아갔다.

아이가 주말에 쓴 편지와 음료수 세트를 가지고서.

그런데, 아뿔사

특별히 월요일마다 다른장소에서 수업을 하는데, 한동안 안 왔다고 그새 잊어먹고 말았다.

마당에는 차도, 아이들소리도 울리지 않아 텅빈 유치원을 보고있자니 정말 적막하고 어색했다.


그리고는 금새 '아, 오늘 월요일 이구나..' 란 생각이 스쳤다.


아이는 너무 아쉬워 했고, 다행히 식자재납품 사장님이 방문하셔서 그틈에 교실로 들어가 편지와 음료수를 두고왔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수 없기에,

우리는 약속한듯이 숲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와~ 숲 진짜 오랜만이다!!"



숲으로 오르 시작할때 발견한

"돌틈에서도 피어난 꽃 3종세트"



이렇게 예쁠수가..

큼직한 돌틈 사이에선 자리도 녹록치 않고 마음껏 자라기가 힘이 들었을텐데.

이 꽃을 보자마자 진으로 남기지 않을수가 없었다.

돌 틈에서도 피어난 꽃들을 보며 떠오른 한 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나또한 돌틈에서 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저 꽃들처럼 본연의 색깔을 뽐내며 피어날수 있기를 바래본다.



마스크를 벗고 천천히 차가운 숲공기를 들이마시면 정말이지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아이는 다람쥐마냥 숲 이쪽 저쪽을 다니며, 숲마다 붙여진 이름도 알려주고, 친구들과 무얼 했었던 곳인지 앞장서며 술술 이야기 해주었다.


아카시아 나뭇잎 줄기로 파마 해주겠다며 내 머리카락을 쥐고 열심히 꼬아주기도 하고,

기똥풀을 발견하고는, 내 손톱에 노란물감을 바른듯 색칠도 해 주었다.

이 곳이 너무나 자연스럽기만 한 아이다.

그리고 편안해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보라색 꽃이라며 사진 찍어달라는 아이,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 날은 열심히 찍어주었다.

자주 올 수 없기에.


저기 아래에는 토끼와 닭들도 키우고 있다.

나무아래 그네를 타면 어른인 나도 정말 스릴있고 재미있다.



이 꽃은 둘째가 먹을수 있다고 말해준 꽃인데,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 해 주셨다고 한다, 큼직큼직한 잎에 색깔도 너무 고운 꽃이였다.



곳곳에 익숙한 곳들을 한바퀴 돌고나니 선생님께 보냈던 메세지에 답장이 왔다.

오늘은 교사연수가 있어 일찍 퇴근하셨다며 못 봐서 너무 아쉽다고, 졸업생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중이라는 반가운 메세지였다.



취학 전 유치원이란,

어쩌면 아이에게 일상을 집보다 더 오랫동안 머물며 생활하는 곳이다.

아이에게 그런곳은 앞으로 경험하지 못할 공간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뜻깊은 생활을 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숲 유치원, 둘째에 한편의 동화같은, 그 곳에서의 이야기보따리를 언제 디서나 풀어 볼 수 있는 특별한곳이 되었다. 아이가 이곳에서 생활해보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너무 아쉬운 전개다. 숲에는 아이를 보냈지만, 나역시도 자연스레 자연이 주는 기쁨을 알게됐고, 숲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해지는 숲을 마음껏 느끼러 또 다음 계절에 다시 올 것이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숲처럼 하루 하루 달라지는 아이들을 데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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