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잡담! 제가 달리기를 했던 이유..
작년 9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마라톤에 “테레사”의 작은 강요? 아닌 강요에 의해서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ㅎㅎ
뭐, 마라톤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사실 우리가 뛰는 거리는 5km.
테레사가 운동 열심히 할 때였고, 마라톤 행사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의미도 있고 취지도 좋으니까 "뭐, 5km쯤이야~ 뛰지 뭐!" 하면서 저도 덜컥 신청했습니다.
사실 저는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앉아있기만 하거든요. 집에서는 소파나 의자에 파묻혀 있고, 회사에서도 의자에만 앉아 있는 완전 정적인 사람입니다. 출퇴근할 때나 잠깐 걷지, 운동이란 걸 해본 적이 거의 없죠. 그래서 운동하자고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도 "죄송해요~" 하며 회피했던 제가 5km를 뛴다니, 큰 도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요 거리가 우습겠지만요 ㅎㅎㅎㅎㅎ)
그래도 "남잔데, 테레사보단 잘 뛰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죠. 20년 전 군대에서 장거리 뛰던 기억을 떠올리며요. 드디어 달리기 날!
그냥 집에서 신던 신발 아무거나 신고 나간 저와는 다르게 가수 ‘션’도 있고, 찐 러너들도 잔뜩 있더군요.
왜저러실까 하며.. 저는 테레사와 나란히 첫 발을 내딛었죠.
테레사 속도에 맞춰서 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숨도 덜 차고, ‘이쯤이면 3km쯤 뛰었겠지?’ 싶었는데… 2km라는 팻말을 보고 "뭐??" 했습니다. 내 느낌과 너무 다른 거리였죠. 테레사는 옆에서 여전히 일정한 속도로 잘 뛰고 있더군요.
4km쯤 되니 호흡이 가빠지고 배도 고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테레사에게 "좀 천천히 뛰자!"라고 말했더니, 테레사는 "천천히 와~" 하며 꽃 미소를 날리며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미소가 안잊혀 져요....ㅠ_ㅠ)
혼자 남은 저는 테레사를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뛸수록 서서히 제 눈앞에 조상님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멈출까, 계속 뛸까 고민하면서도 ‘5km도 못 뛰면 내가 너무 나약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지 않고 뛰었습니다.
(이때 잠깐 진지해졌는데…단순히 달리기가 아니라, 그냥 요즘 내가 나약해 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골인 지점이 보였고, 테레사는 웃으며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테레사는 "운동 안 했는데도 잘 뛰었어!"라며 저를 칭찬했지만, 저는 사실 들리지도 눈에 뵈는 게 없었죠. (@_@ 헤롱헤롱)
그냥 눕고 싶었는데, 테레사가 "기록사진 찍자!"고 하길래 말릴 수 없었습니다.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친구가 "뛰느라 힘들었나 봐"라고 했지만…..
나 : 그거 뛰기 전 사진이야.......
첫 번째 달리기가 끝나고, "아, 두 번 다시는 안 뛴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마라톤을 검색하는 테레사를 보며, '조금 연습해서 같이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바보 같은 기억력...)
2024년 3월 1일 태극기 들고 뛰는 의미 있는 달리기 대회를 신청했지만, 테레사가 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못 뛰게 됐습니다. 저 혼자 뛸 수도 있었지만, 그러진 않았죠.(아마도 의지가 부족한게 아닐까~ㅎ)
대신, 테레사가 발 부상에서 회복되었을 때 9월에 ‘얼굴 기형 환자 돕기’ 달리기에 같이 신청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준비를 해보기로 했어요. 지난번엔 신발이 아쉬웠으니 런닝화도 사고, 주말에 조금 뛰는 연습을 하고, 공복에 힘들었으니 밥도 가볍게 먹고 나갔죠.
당일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8:30쯤 현장에 도착해서 천천히 몸을 풀었습니다. 이번엔 첫 번째 때보다 좀 더 나은 상태로 시작한 것 같았어요.
다만, 디스크가 조금 있는 내가 사실 몇일 전부터 왼쪽 엉덩이 근육쪽이 안좋았는데 ‘몸컨디션은 왜 안좋지? 마음속 핑계인가?" 라는 생각과 ‘어차피 뛰는거 후딱 뛰자~!!’ 라는 두가지 생각속에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2.5km까지는 조금 속도를 더 내도 되겠다 싶을정도로 사실 그렇게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3~4km쯤 지나니 왼발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발자국 소리도 크게 들리고 불편했죠. 결국 이번에도 테레사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점.점.점.(역사는 반복된다.ㅎㅎㅎㅎ)
그래도 이번에는 첫번째 달리기 처럼 여러가지 생각이 들만큼 힘들지 않았고, 테레사가 골인하는 모습도 멀리서 보면서..‘테레사가 기다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결승점까지 달렸습니다.
그렇게 30분정도의 기록으로 골인했고, 테레사는 또 먼저 도착해서 웃으며 저를 맞이해줬습니다. 테레사는 "초반에 너무 빨리 뛰어서 속도를 조절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 여유가 없었는데 ㅎㅎ 테레사를 따라잡는 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습니다.(또 졌다....)
사실 테레사가 사실 달리기를 너무 좋아한다요..
이름을 바꿔줘야 하니???
저는 두 번의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극한의 힘듬이 있었던 첫 번째 달리기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4개의 기념 메달이 쌓였죠.
또 "다시는 안 뛰어"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내년 3월 1일에 다시 뛰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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