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복잡한 머리
- 요꼬로 붙여어~
- 예?
- 요꼬 몰라? 요꼬? 이렇게 말이여!!
- 아예…
- 이건 다대로 얹어어.
- 예?
- 아우 진짜. 다대로 얹으라니께에!!!! 여기 이 스라에 맞춰어.
- 예?
- 여기 이 스라에 맞추라고! 왜케 말을 못 알아 먹어어어!!! 그렇게 하다간 데나오시 난다니께에!!!
난리 났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조운은 하나도 못 알아듣고 있다.
‘다들 한국 사람 아니었나?’
초보 목수로서 잘해보리라는 굳은 다짐을 하고 출근했건만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용어들로 인해 조운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 저, 형님, 죄송합니다만 제가 용어들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 조금만 템포를 천천히 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말은 들은 한범이 형은 펄쩍 뛰었다. 지금 놀러 왔냐, 밥값은 해야 할 것 아니냐, 너 때문에 일부러 천천히 하고 있는 중인데 여기서 더 느리게 하면 어떡하냐, 빨리 익힐 생각은 안 하고 나보고 너 템포에 맞추라니… 조운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잠깐이라도 짬이 난다면 얼른 인터넷을 뒤져 현장 용어 정리부터 해야 할 판이었다. 형님이 조운을 일부러 골탕 먹이려 저러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조운이 목공학원에 다닐 때 한 친구가 현장에 가보니 다들 일본어가 섞인 용어를 많이 사용하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조운이 20대 때 캐나다에서 보조목수를 하면서 석고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벽과 천장에 석고를 얹고 피스를 박는 작업이었는데 한범이 형이 보기엔 처음치곤 꽤 잘하는 듯했다.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이면서 한범이 형은 조운에게 다시 질문 공세를 펼쳤다.
- 외국서 살다왔다고 했지? 언제 한국에 들어왔어어?
- 이제 딱 1년 됐습니다.
- 사업하면서 돈은 많이 벌었어?
- 아, 아닙니다.
- 서울 강남에도 아파트 한 채 있나?
- 아니요, 제가 무슨…
- 아버지가 무슨 회장님이신가?
- 네?
- 해외 살면 외국어도 잘하겠구만? 영어도 하고?
- 네.
- 어디서 살다왔다고?
- 모로코요
- 거긴 무슨 말을 하는가?
- 아랍어랑 프랑스어랑 스페인어를 합니다.
- 자네도 그것들 다 할 줄 아는가?
- 네, 생활할 수 있을 정도는 합니다.
- 응 그랴. 석고 1,160에 452로 잘라봐. 자를 수 있지?
- 네.
초보라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냥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걸 그랬나. 해외에 살다 온 것도 숨겼어야 했나.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술을 배우겠다는 말이 혹여라도 건방지게 들려서 지금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괜히 쓸데없이 첫날부터 다 까발려가 주구… 조운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일본어 냄새 잔뜩 나는 현장 용어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팀장님과 여러 형님들이 자신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아야 할 텐데 하는 염려가 더 컸다. 그렇다고 질문에 대답을 안 할 수도, 거짓으로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왕 이럴 바엔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가는 게 맞았다. 누군가는 뒤에서 비웃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대놓고 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지 조운 자신의 문제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었다.
‘그래, 뭐 잡아먹기야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