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목공

2. 첫 대면

by 조운생각

- 너가 조운이냐?


인간을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 적응력으로 다른 동물들이 멸종해 가던 시절에도 인간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조운에게 필요한 건 적응을 위한 시간이다. 고향에서는 잘 지냈을지 모르지만 낯선 곳에 가면 누구든 움츠러든 어깨와 긴장된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약간은 멍청하게 서 있게 마련이다. 멍청해 보이는 이 순간을 잘 견뎌내야 한다. 상대가 무례하게 훅 들어온다 해도 그것이 어쩌면 이곳의 문화일지도 모르고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는 터줏대감들의 선빵인지도 모른다. 인사도, 존칭도, 어떠한 존중도 없이 첫 만남서부터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 스캔하며 방금 굴러온 돌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 예. 전화로 사장님과 통화했고, 여기로 오라고 하셔서요. 처음 뵙겠습니다.

- 어.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조운이 예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사실 그의 대답은 중요치 않았다. 키가 작고 단단하게 생긴 한팀장은 곧바로 옆방에서 일을 하던 팀원을 불러댔다. 빨간 두건, 팔목 위로 스쳐 보이는 문신, 금 귀걸이까지. 한팀장의 성격과 그의 과거 생활이 엿보이는 단서들이 조운의 눈에 들어왔다.


- 한범이 형! 일루 좀 와봐. 여기 신입 있으니까 데리고 일 좀 시켜.

- 뭔데 그랴~ 왜 나보고 신입을 어쩌라는겨~


옆 방에서 툴툴거리며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큰 형님이 다가왔다. 나이 60대 초반에 키는 작았으나 평생 이 직업군에서 일을 했을 법한 다구진 눈매를 가진 형님이었다.


- 이름이 뭐여~

- 최조운입니다.

- 알았고. 이 일 해봤어?

- 한국에선 처음입니다.

- 한국에선? 어디 외국서 살다왔어?

- 예


조운은 알지 못했다. 곧이어 어마어마한 질문공세가 시작될 것이란 사실을. 누군가 해외서 살다왔다고 하면 어디서 살았는지, 거긴 왜 갔는지, 얼마나 살았는지가 아주 자연스레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조운은 머뭇거렸다. 자신의 과거가 목공 현장에서 일하는 데 있어서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까 하며 재빠르게 두 형님들의 눈치를 살폈다.


- 우리도 사우디에서 일하다 만난 사이아녀~ 그치?


한범이 형이 한팀장을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만난 이후로 유럽, 중동, 남미까지 세계 방방곡곡 함께 다니며 경험을 쌓았고, 지금까지 쌍쌍바처럼 붙어 다닌다고 우정을 과시한다. 한범이 형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한팀장은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조운을 흘겨보며 물었다.


- 그래서 어디서 살다 뭘 했는데?

- 예. 캐나다랑 호주에서 영어 배우려 얼마간 살았고, 대학교 마치고 나서는 모로코에서 사업하면서 10년 넘게 살았습니다.

- 무슨 사업?

- 예. 국제무역회사 했습니다.

- 취직을 한겨?

- 아뇨. 제가 운영하던 회사였고요, 작년에 포르투갈 엔지니어링 회사에 매각하고 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 회사가 잘 안 됐나?

- 그건 아니구요. 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 무슨 삶?


어차피 다 숨길 수도 없고, 그냥 차라리 초반에 솔직하게 다 털어놓자는 심정으로 조운은 간략하게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려 하는지 설명했다. 오랜 기간 쉼 없이 달려오다가 번아웃이 찾아왔고, 산티아고를 걸으며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이젠 자신이 아닌 타인을 도우며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자신의 나이 40~50대에는 인테리어 목수가 되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 무료로 시공을 해주며 다니고 싶다고. 젊은 이들이 부족한 자금으로 도전하고 있는 식당, 카페, 미용실 등 현장에 가서 자신이 작은 도움을 주고 그들의 성공을 응원해주고 싶다고.


-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 난 저 놈이 뭔 소리를 하는지 한 개도 못 알아먹겠어어~

- 너 돈은 많냐?

- 어디 살어어?


지금은 안산에 살고 있다고 하자, 아파트냐고 묻는다. 아파트가 맞다고 하자, 몇 평이냐고 묻는다. 48평이라고 하는 순간 질문자들의 공세가 중단되었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곧이어 한팀장이 낮은 톤으로 말했다.


- 됐고. 이제 한범이 형이랑 가서 일해. 형, 얘 좀 잘 가르쳐.


한범이 형이 다시 물었다.


- 그래서, 이런 일은 좀 해봤는가?

- 예. 캐나다 살 때 목수 보조로 6개월 정도 일 해봤고요, 한국에 오자마자 목공 학원에 5개월 다니면서 건축목공산업기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 산업기사 자격증이 있어?

- 예

- …

- …

- 그딴 건 난 모르겠고. 여기선 그런 거 중요치도 않으니께에~ 석고 칠 줄 알어?

- 예. 쳐봤습니다.


드디어 자기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었다. 조운은 가볍게 어깨를 돌리며 석고를 들어 올렸다.

탐색전은 끝났고 이제부터 본격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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