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목공

1. 첫 출근

by 조운생각

추석 연휴가 끝나면 첫 출근을 하기로 했다.

목공 학원에서 자격증까지 무사히 따낸 조운은 네이버 카페에서 목수 일자리를 찾다가 적당한 곳을 발견하여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네, 안녕하세요. 카페에 올라온 구인 공고 보고 전화드렸습니다.

- 아, 네. 언제부터 일 가능하세요?


이름도, 나이도, 경력도 묻지 않는 걸 보니 사람이 급한 모양이었다.


- 네, 추석 연휴 마치면 바로 투입 가능합니다.

- 그보다 일찍은 안되시나요?

- 아, 아무래도 추석이고 가족들이랑 스케줄이 잡혀있다 보니…

- 네. 그럼 연휴 끝나고 바로 평창으로 가시면 됩니다.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평창이라… 고민이 됐다. 통화 내용을 얼추 되돌려보면,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숙소에서 합숙을 하고 있으며 그저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건 그닥 큰 문제가 아닌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걸렸다.


- 그곳에 가서 일을 잘 배울 수 있다면 나랑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 테니 염려하지 마.


보람은 조운에게 몸이나 잘 챙겨가며 일하라며 다독인다. 평생 안 해본 막노동 현장인데 괜히 다치기라도 하면 조운이 하려던 계획들이 다 물거품이 돼버릴 테니 안전하게만 일하란다.

연휴 마지막 날, 조운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족들과 미리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 아빠는 이제 일하러 멀리 가니까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세 명의 딸들은 아빠와의 짧은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유튜브 쇼츠, 내일 있을 베프와의 코노 약속, 로블, 아이돌… 아빠가 거기에 끼어들 자리가 있을까. 잠시 뇌리를 스친 검은 기운을 밀어내고 조운은 다정함을 선택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세상에서 너네를 가장 사랑하는 것은 단연코 아빠라며, 건강히 잘 지내라며 인사를 나눴다.

알람은 4시 20분에 맞춰 놓았는데 잠은 4시에 깨었다. 조운은 거실로 나와 물은 한 잔 마시고는 잠시 앉아 현재 상황을 잠시 곱씹어 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자격증 취득에는 성공하였으나 나이 40이 넘어 취업을, 그것도 목수 업계에서는 사회 초년생이라고 할 수 있는 초목(초보목수)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되다니. 게다가 통근도 아닌 숙식을 해야만 하는 지방 근무라니. 그러나 그는 여러 상황을 재고 따질 처지가 못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기술을 익혀야만 했다.


첫 출근인데 지각하면 안 되지.


캐리어 가방에 작업복 2벌, 속옷과 양말 3세트, 책과 노트북, 간단한 침구류를 챙겨 넣었다. 아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배웅을 나왔다.


- 뭘 일어나. 그냥 자고 있지.

- 그래도. 멀리 가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 그래. 더 자. 나 얼른 갈게.

- 응, 잘 다녀와.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고, 네비를 켜보니 예상 소요시간이 2시간 50분으로 뜬다. 새벽이라 차가 안 막히니 중간에 휴게소까지 한 번 들르고 3시간이면 현장까지 도착할 수 있겠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첫 신호등에 멈춰 서자 조운은 오늘 마주할 첫 직장에 대한 생각에 기대와 긴장감이 겹쳐져 손발이 간질거렸다. 어떤 현장인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했다. 외장 목수인지, 내장 목수인지, 무슨 포지션을 담당하게 되는지, 임금은 주급제인지, 월급제인지. 팀원은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등등. 이쪽 계통에서는 상세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너무 재고 따진다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조운은 일단 현장에 가서 동태를 살펴보자는 전략을 택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쌀쌀한 가을 새벽이다.

이제 곧 낙엽이 지고 추워지겠지. 평창, 대관령은 더 춥겠지. 옷을 너무 가볍게 챙겼나. 산속에 쿠팡 배송이 가능하려나. 밥은 어떻게 챙겨 먹어야 하는 걸까. 거친 노동 현장에서 내가 잘 버틸 수 있으려나. 어떻게든 잘 버텨봐야지 뭐. 흑염소랑 오메가 3 잘 챙겨 먹어야 쓰겠구먼…..


운전대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하염없는 생각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 첫 출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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