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되니 피곤함을 느끼고 바쁘지 않으니 몸의 피로도는 200% 상승 중이고 장사가 되든 안되든 식자재는 사다 놓아야 하니 지갑은 마이너스이다.
결론은 적자 아닌 적자인 것이다.
손님이 없어서 평소보다 일찍 닫을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배달어플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배달의 민족 주문!"
상쾌하고 맑은 목소리의 알림음.
오래간만에 어찌나 반갑고 행복한 음성이 울리는지 일찍 문을 닫아야 하려 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배달 준비를 위해 식자래를 꺼내고 다듬고 30분이라는 시간에 맞추어 음식을 조리했다.
조리 완료 시간 10분을 남기고 배달맨에게 연락을 했다.
배달맨에게 3,000원, 주문 음식의 가격은 30,000원.
고객은 총 33,000원이 결제될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는 얼마나 떨어질까?
며칠 뒤 입금 되면 알게 된다.
고객이 사용한 쿠폰금액이나 결제금액에 따른 수수료가 있으니 대충 3만 원쯤? 예상해 보았다.
오늘 아침, 배민에서 실입금액이 들어왔다.
27,485원.
수수료가 9.8%로라고 했던가.
카드수수료가 별개인가.
그리고 혹... 내가 쿠폰설정해 놓은 것이 있었던가.
차익 5,515원의 내역은 어떻게 된 것인가.
내역은 확인해 보겠지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정당하게 결제된 것이고 정당한 이용료이다.
어차피 배민이 안 울렸으면 33천 원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겠지.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무엇인가 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메모지에 낙서하듯 적고 보니 왠지 답답하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전체 매출을 올렸으니 잘한 거다.
잘했다고 나 스스로 셀프 칭찬이라도 하자.
그래야 또 힘을 내서 장사도하고 일도 하지....
그나저나 배민을 멈추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겠지.
요기요는 닫아버릴까.
자꾸만 담당자라는 사람 전화 와서 할인이벤트 진행하라고 난리다.
"그렇게 좋으면 지네들이나 하지 왜 우리 보고 할인 부담까지 해가면서 할인하라고 하는 거야?"
라고 남의 편이 말한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고 요기요 담당자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거겠지.
그러나 나는 할인이벤트까지 하면서 내 상품을 알려야 하는가가 고민된다.
5월 이후로 열심히 한다는 의미를 다시 찾아보는 중이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오히려 손해가 생겨날 수도 있다.
2분기 부가세 신고기간이다.
지금 파는 것들은 내년 1분기 부가세에 영향을 끼친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수족관에서 오래 살아있는 갑각류(게, 대게, 킹크랩) 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율이 떨어진다.
먹을 것이 없고 수족관에서 버텨내야 하니 자신의 살을 깎아먹어 가며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이라는 수족관에서, 경제라는 생태계가 수족관이 되어서는 안될터인데 점점 수족관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메뉴를 리뉴얼하는 과정에 많은 생각이 든다.
수율이 떨어져 가며 손님을 기다리는 대게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곧 개업한 지 1년을 채운다.
1년이 되면 어떤 이벤트를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되지만 그전에 제 살 깎아먹는 수족관에 갇힌 생명체가 아니게 되는 방법부터 찾아야겠다.
생태계를 수족관이 아닌 바다가 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