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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 Sep 24. 2023

정주영처럼 생각하고 정주영처럼 행동하라 [홍하상]

겸손한 마음, 소박함, 온유함.

엄마와 부산 여행을 마치고 해운대에서 부산 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택시아저씨는 다음에 부산에 오면 가야 할 곳 들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하시다가, 자연스럽게 현대건설에 다니는 자식 얘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자식이 현대건설에 입사할 때 자신도 정주영 회장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는데 그분 덕분에 88 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되었다더라 하는 얘기를 시작으로 역으로 가는 내내 정주영 일생애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안 그래도 지인이 얼마 전에 정주영 자서전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서울로 돌아와 나도 정주영에 관한 책을 주문했다.



큰 기대 없이 표지를 넘긴 지 단 삼일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아마도 비문학 분야의 책에서는 가장 빠른 기일에 다 읽은 것 같다.

마지막 챕터를 몇 번이고 다시 곱씹어 읽어보다가, 이 여운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감상문을 쓰게 됐다.


내가 읽은 책은 정주영의 자서전이 아니라 홍하상 작가가 정주영의 일생에 대해 삼인칭 관점으로 쓴 책이다. 찾아보니 이 책 외에도 한국 기업가들에 대한 책을 많이 쓰셨고, 일본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관심이 많은 분으로 보인다.


책은 다음과 같은 10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나는 절대 머무르지 않는다.

2. 지금의 실패보다 나중의 이익을 생각하라.

3. 기업가는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4. 학벌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일을 한다.

5. 위기는 항상 기회를 숨기고 있다.

6. 기업가는 부유한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7. 필요한 비난과 불필요한 비난을 구분하라.

8. 나의 꿈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9. 참된 위대함은 소박함에 있다.

10. 내 존재는 없어져도 내 사업은 계속될 테니 


정주영의 경영정신으로 각 챕터를 구분하고, 그 정신을 잘 보여주는 여러 개의 일화가 한 챕터에 묶여서 소개된다. 대체로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 있고, 정주영뿐 아니라 그 당시 시대에 일어난 주요 사건 사고를 함께 잘 설명해 주어 정주영이 태어난 1917년부터 그가 생을 마감한 2001년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역사를 함께 공부한 기분이다.


일화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고 배울 것이 너무 많은 분이지만, 나름대로 내가 가장 감명 깊었던 세 가지 정신을 정리해 보았다.




1. 끊임없이 꿈을 꿔라.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 인터넷은커녕 신문 하나를 보기 위해서 몇 킬로를 걸어가야 했던 시절, 그런 어려운 시절에 태어났음에도 그는 그에게 주어진 삶을 그대로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꿈을 꿀 줄 알았고 그 누구도 그의 꿈을 꺾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자전거로 쌀 배달을 할 때 우연히 찾아간 의리의리한 집을 보고 그저 부러워하지 않고 그런 집을 꼭 사겠다 꿈을 꾸었다. 놀랍게도 60년 후, 결국 그 집을 사게 된다.

인천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며 끼니를 연명하던 시절 언젠가 조선소를 짓고야 말겠다 결심했고, 조선소도 없는 상태에서 배 판매 계약권을 따내 보란 듯이 조선사업을 시작, 세계 1위 규모의 현대중공업을 창시하게 된다.  


그는 단순히 꿈만 꾼 게 아니라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철저히 믿었고,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2. 부지런함이 가장 큰 무기.


정주영이 꿈을 이룰 수 있던 비결은 단순하다. 매일 새벽 5시 기상해서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고, 단 한순간도 허투루 산 시간이 없었다. 위대한 일을 이루기 위해선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부지런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일근천하 무난사‘ -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는 글귀를 몸과 마음에 새기고 마음먹은 일을 이뤄낼 때까지 끈질긴 노력과 부지런함으로는 남들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던 많은 일들을 척척 이루어냈다.


“사장이 새벽같이 출근했으므로 직원들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


지금은 그렇게 일하라고 하면 노동법 위반으로 고소받을 일이지만, 부지런한 사장과 그를 따르는 부지런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몇 번이고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다.



3. 모르면 배우면 된다.


정주영은 비록 소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세상을 살고 기업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상상력은 누구보다 넘친다. 그는 학교에서 배우는 껍데기 지식이 아니라, 삶을 살고 일을 하는데 필요한 지혜를 습득하기 위해 한평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뭘 알아서 시작한 적이 있는가. 일하면서 혹은 배우면서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모르면 배우고, 시긴이 모자라면 밤이라도 새우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 수록 우리는 새로 배우는 일을 주저한다.  이미 다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걸 주변에서 비웃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그럴 때 정주영의 정신을 기억하자 - 참된 지혜는 지금까지 습득한 지식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울 것이라는 자세에서 온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았고, 모른다고 주눅이 드는 법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을 새로 배울 기회로 전환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 바라건대 나를 쉬움과 안락의 길로 인도하시 마시옵고, 혼란과 도전에 대하여 분투함거 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이것을 다 주신 다음에 이에 더하여 유머를 알게 하여 인생을 엄숙히 살아감과 동시에 삶을 즐길 줄 알게 하시고, 자기 자신을 너무 중대히 여기지 말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은 소박하다는 것과, 참된 지혜는 개방적인 것이고, 참된 힘은 온유함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고 정주영 회장의 청운동 자택에 걸려있던 기도문이다. 첫 문장은 맥아더 장군의 기도문 중 그가 가장 좋아하던 구절이고, 그 이후는 그가 직접 쓴 기도문이라 한다. 기도문이 아니라 사후 그의 일생을 누군가 평가해 놓은 것 같이, 누구보다 위대한 삶을 누구보다 소박하게 살다 가셨다.


기도문 중 '자기 자신을 너무 중대히 여기지 않고'라는 구절이 나는 특히 와닿았다.


부처님도 태어나시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셨듯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내 머릿속은 언제나 일이칭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중심이라고 해서 내가 가장 중요할 필요는 없다.


요즘 이슈 되는 사회 문제들, 집단과 집단의 갈등 혹은 개인과 개인의 갈등은 각자 '나’를 너무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중대히 여기지 않고 다른 이들의 존엄성을 진심으로 위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보다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영감이 필요한 분, 혹은 닥친 시련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 난감한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우리가 책을 읽고 단순히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정주영 정신과 정주영 철학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며 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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