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Aug 24. 2020

낭만보다 더 진한 추억 : 쿠바

렛츠 쿠바타임


"Let's Cuba Time!"


함께 이 여행을 도모한 친구들과 외쳤던 구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정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미지의 나라 쿠바에 가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세상에서 뻔한걸 제일 싫어하는 메이가 쓴 쿠바 여행기. 렛츠 쿠바 타임!


OMG를 형상화한 모습 | 메이, 리아, 루씨 세여자 


카밀라 카베요가 부른 노래 'Havana'를 아시는가? 그 하바나가 바로 쿠바의 수도다. 한국에서는 비행기로 20시간(+경유 시간)이 넘게 걸리는 굉장히 도전적인 하드코어 여행지이고 심지어 가까운 미국에서도 직행을 찾기 어려운 곳.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나라 '바하마'를 경유했다.)


여러 쿠바 여행 관련 블로그 글을 찾아보면 낭만만이 펼쳐진 꿈의 파라다이스 + 열정 남미 = 쿠바 인 것처럼 묘사되어있다.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떠난 우리에게 아름다운 낭만보다는 더 진-한 추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낭만보다 현실


쿠바에 없는 것 - 와이파이, 와이파이 그리고 와이파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와이파이는 없어선 안될 존재다. 인간의 기본 욕구 5단계 중 생리적 욕구보다도 더 아래 단계에 있는 것이 와이파이 욕구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쿠바에는 이렇게 중요한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너~무 어렵다. 와이파이 카드를 사서 쓸 수 있지만 그마저도 굉장히 한정된 공간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LTE 속도로 너무나 당연하게 얻을 수 있었던 인터넷의 방대한 정보들도 쿠바에서는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정보가 된다. 또한 가족, 지인들에게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여행 내내 연락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은 필수다. 쿠바는 멕시코 관할이라서 대사관이 멕시코에 있는데, 실제로 한국인 관광객 실종신고 및 문의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이 와이파이 부재로 인해 연락을 하지 못한 이유.


쿠바 어느 도로 | 와이파이 없는 집에서 괜히 밖을 내다보는 루씨 ㅋㅋ


와이파이가 없다는 것은


    와이파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그저 연락이 안 된다? 아니다. 사람이 멍청이가 된다. 길을 잃고 헤맨다. 검증되지 않은 음식점에 가게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모든 일정에 확신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하바나의 까사 호아끼나
쿠바의 화폐 | 태극기가 걸려있는 까사


     한국인들이 와이파이 대신 선택한 것 '까사'. 까사는 스페인어로 집, 숙소라는 뜻이다. 까사는 대부분 여행자들을 위한 곳이 많다. 숙소에도 역시 와이파이는 없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여기서 굴하지 않는다. 까사에 가면 두꺼운 책이 쌓여있는데 종이에 한국어로 빼곡히 적은 깨알 정보들이 가득하다. 갈 만한 곳, 교통 정보, 맛집 정보. 빼곡히 적힌 후기들. 한국인들이 다녀간 까사에는 이런 방명록 형식의 정보집이 꼭 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도 있지만 한국어로 되어있는 게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정보들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메모장에 적어서 여행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낭만보다 더 진한 땀, 응X, 파리의 추억


변기 커버의 소중함


    왜 인지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내가 여행 내내 묵었던 숙소 중 두 군데 정도는 화장실에 변기커버가 없었다. 변기 커버란 변기 뚜껑과 짝을 이루는 그 친구를 말한다. 대변을 보려면 편안함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변기 밑동만 덩그러니 놓여있기 때문에 일을 보기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만약 그 숙소에서 이틀 정도 묵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참고로 변기 커버는 없지만 쿠바의 화장실은 전체적으로 깨끗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큰 일을 못 보니까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할 수밖에..!


쿠바에서 묵었던 까사 중 제일 좋았던 히론의 까사!


파리와의 즐거운 식사


    파리가 정-말 많다. 얼마나 많냐면 일단 아침식사를 하러 가면 (까사에서 아침을 제공해준다.) 파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점심을 먹으러 피자집에 가면 피자와 함께 파리들도 함께 서빙된다. 저녁을 먹으러 레스토랑 같은 집에 가서 랍스터를 시키면 이미 테이블에서 정모를 즐기고 있는 파리들을 볼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여기 파리들은 몸집도 크고 새카맣지만 공격적이지는 않았다. (...?)


쿠바에서 즐겼던 음식 중 단연 최고는 가성비 갑인 랍스터! 쿠바에 가면 정말 질리도록 랍스터를 먹을 수 있다. 물론 질리도록 파리와 싸워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길!



그래도



석양이 너무 아름다운 쿠바. 애증의 쿠바!



앞서 말한 불편함을 모두 감내할 수 있다면 쿠바는 정말 최고의 여행지다. 노을 사냥꾼이 되어 노을을 바라보며 피냐 콜라다 한 잔을 마시면 정말 이 곳이 천국이 구나 싶다. 갑자기 비가 내려도 금세 그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선명하게 올라오는 해변. 친절한 사람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면 겨울 시즌에 꼭 한번 더 가보고 싶다.


하바나의 흔한 석양






함께 챙겨갔던 아이패드의 굿 노트 어플을 활용해서 일기 느낌으로   그대로의 여행기를 만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자유 여행이 어려운 지금  기록을 꺼내 보니  소중하게 느껴진다.


더위에 지쳐 정신이 오락 가락 하는 상황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 유의하시길ㅋㅋ


*까사 Casa : 집, 숙소

*플라야 Playa : 해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