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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구름 Mar 16. 2021

꼭꼭 숨어라. 스트레스받는다.

자기조절자원(self-regulation resource)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나에게는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5년 전만 해도 아침마다 침대로 와서 깨우는 아들, 조잘조잘 대화를 해주어야 하는 딸이 있었다. 요즘은 유튜브의 레고 창작물을 보고 따라 만드는 아들, 혼자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딸이 있다.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놀이 중 하나는 숨바꼭질이었다. 나는 이 놀이를 할 때면 항상 침대에 숨었다.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에 쓰고 있던 그 찰나의 순간이 너무 좋았다.


꼭꼭 숨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쉴 수 있다.


연구가 잘 진행되지 않고, 강의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아니, 피곤하다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 더 올바른 것 같다. 피곤하더라도 스트레스는커녕 더 힘이 나는 일들도 많으니.


아내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빠 스트레스받았나 보다. 가까이 가지 마. 피해!


한 연구는 아이들의 행복이 부모가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시간과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일찍 들어오느냐, 늦게 들어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부모의 "기분 상태"라고 한다. 




사람들에게는 자기조절 자원(self-regulation resource)이 있다.  

자기조절(self-regulation)은 올바른 목표와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감정, 행동, 마음 상태를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조절 '자원(resource)'은 이러한 통제장치를 지속할 수 있는 '정신적 체력'이다. 마치 운동과 같다. 격한 운동을 하면 지친다. 잠시 쉬면 체력이 회복한다. 이러한 정신적 체력은 무한히 솟아나지 않는다. 사용할수록 고갈된다.    


직장에서 업무 과다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의 '정신적 체력'은 고갈되고 자기통제 능력은 상실된다. 무절제한 식습관에 대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전 출근 시 과다업무를 하면 우리의 정신적 체력은 고갈되고, 퇴근 후 무절제한 식습관에 빠지기 쉽다. 자기조절 자원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찌는 이유는 바로 업무의 스트레스였군.)


자기조절 자원! 진흙이 깔린 유리잔에 돌멩이를 떨어뜨려 보라. 돌멩이는 갑질 하는 상사, 터무니없는 성과평가, 이기적인 동료, 업무 마감시간 등등이다. 돌멩이가 떨어지면 유리잔 속에서는 흙탕물이 튄다. 흙탕물이 더 많이 튀는 것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유리컵 속에 많은 물을 가진 사람은 흙탕물이 덜 튈 것이다. 자기조절 자원이 많은 사람이다. 그 자원을 이용해서 스트레스를 유연하게 대처한다. 아주 작은 돌멩이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 자기조절 자원이 바닥난 사람이다.


물론 커다란 돌멩이는 물의 양과 상관없이 유리잔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때는 자기조절 자원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을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지.


유리컵 속의 물, 즉 자기조절 자원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유리잔 속의 물이 메마르지 않게 하거나, 메마르더라도 빨리 채우면 된다. 그런데 돌멩이가 내 유리잔에 던져지는 것을 막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이다. 즉, 자기조절 자원을 채우는 것이다. 회사 내에 "명상"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자지조절 자원을 채운다는 측면에서 좋은 도구 일 것 같다. 또한 회사에서 동료의 관계 혹은 퇴근 후 가족으로부터 얻게 되는 정서적 안정감도 중요하다. 


한 연구에서는 점심시간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잘못 활용된 점심시간은 오후를 망친다. 그중에 최악은 점심의 선택권이 없을 때이다. 먹고 싶은 것을 내 맘대로 못 먹고, 직장 상사와 점심을 하게 되면 오전에 소진한 자기조절 자원은 더 바닥 날 것이다.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한 숨바꼭질. 생각해보면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서라도 내 유리잔 속의 '물'을 보충하고자 하는 처절한 노력이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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