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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온 Jul 28. 2020

이혼소송에서 변호사가 해줄 수 있는 것

가이드가 전부. 나머지는 모두 내가 알아서. 왜냐구? 당사자니까. 

어느덧 7월이 마지막을 향해 다가간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빴다. 소송이라는 게 참 진을 뺀다. 소송장을 받고나서 나도 맞서 대응하는 소장을 써야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받아봤을 이번 박원순시장의 고소장 내용같은 찌라시가 2장 정도 맨 앞에 메인으로 붙고 핵심 요지에 번호를 매긴다. 그 뒤에 세부내용과 날짜. 그 후엔 증거첨부. 


박원순 시장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덧붙여보자면... 나는 정치적으로 우파 좌파를 떠나서 그냥 합리적이고 싶은 사람이다.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의 업적을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맞다고 보지만 그 찌라시를 보고나서 그가 꾸준하게 그 비서에게 언어적으로 신체적으로 무언가의 압력?이 있었을거라곤 본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농도는 옅고 짙었을지 몰라도 끝난줄 알았는데 끝나지 않고 계속됐겠지... 혹자는 변호사기자간담회에서 텔레그램 증거를 보이지 않았기에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데...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써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을 창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고소장에 다 붙어있겠지.....


내가 소송장을 쓰면서 가장 거북했던 건 '사람보다 서류가 증거가 된다'는 거였다. '대화보다는 대화내용이 증거가 된다' 녹취는 직접 맡겨서 그 녹취를 풀어야하고, 그 녹취의 시간/시점/장소를 정확하게 풀이했는지. A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A라고 쓰여졌는지 확인해야한다. 그 증거라는 게 외도의 증거라서 나는 차마 그 녹취를 다시 들을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가족이 그 더러운 내용이 담긴 녹취를 일일이 확인하고 스트레스 받아하고 힘들어했다. 말그대로 피를 말린다는 표현이 딱이다. 


우리는 보통 상대와 다툼을 할 때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묻는다. 그래 바로 그 증거. 그 증거가 법정에서는 서류다. 이 말은 그동안 내가 다녔던 병원의 기록. 처방받았던 약의 용량. 기간. 상담의사의 소견. 상담 내용 등이 내 진술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은 이 서류들을 다 모아놓지 않으므로 그동안 다녔던 병원창구를 다 다시 들러서 다 기록을 떼고, 모든 게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하고, 의사소견서나 진단확인서를 받으려면 의사와의 면담도 필요하다. 비용도 당연히 들고. 이 모든 배경엔 '나'보다 '병원'과 '의사'가 더 공신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보다 '내 친구'의 증언이 더 귀하게 쓰이며, 이 증언이 여러 개일수록 더 유리하다. 당연히 소송당사자보다 소송당사자의 지인이 '더 객관적'일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냥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의 진을 빼놓는다. 서류는 또 한 두갠가. 일일이 맞춰서 정리하고. 이거에 맞는 카톡대화가 있으면 또 찾아야하고. 통장대장도 일일이 다 뽑아서 얼마가 오갔었는지 얘기하고. 결국 이혼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건 재산분할이니까. 우리나라는 통상 10년 결혼기간을 유지하지 않았을 경우 유책 여부와는 관계없이 재산을 반반 나누는 게 기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약 한쪽이 재테크로 재산을 불렸을 경우에는 이를 증명해야하고, 결혼할 때 양가에서 도와준 금액이 다르다면 이 역시 통장금액으로 증명해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래서 정말 부자들은 현금을 쓰고, 카드를 쓰지 않는 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그리고 막상 변호사가 소장에 대한 가이드 및 정리를 돕고 맨마지막에 다듬는 역할은 하지만 시시콜콜한 일화와 증거수집은 소송당사자가 해야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물론 돈 있는 사람들의 변호사는 다르겠지. 그러나 일반 중산층 사람들의 이혼은 정말 각자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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