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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tory by 역사 Apr 08. 2020

세계 최초로 해시태그를 사용한 광개토 대왕 1부

오만 사람들의 크레에이티브적 패기

쓸신잡을 즐겨 보지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독특한 생각을 볼 수 있어 좋아했습니다. 경주 편, '처용'에 대한 유시민의 이야기가 그중 하나이죠. 

바로 오만 문화부 장관의 '처용 = 오만 사람' 주장입니다. 



오만이 어디에 있지??


부분 한국 사람들은 오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을 정도로 오만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나라는 삼국유사 처용 Story 알고, 이런 번뜩이는 주장을 하는 것일까~!!? 

참으로 대단합니다. 



고로 오만의 위치는 아랍 세계의 큰 형님 '사우디아라비아'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영토는 별로 크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전략적인 위치에 자리 잡고 있죠. 

걸프만(페르시아 만이라고도 함) 지역에 무진장 매장된 석유가 생산되어 페르시아 만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바로 전 세계로 운송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석유 82%가 이곳을 거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바로 오만의 영토


유가 없어도, 이곳만 확실히 지배한다면 석유업계를 손아귀에 잡고 흔들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죠. 지도에서 페르시아 만은 무척 넓어 보이지만, 얕은 수심 등으로 인해 수많은 배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근데, 하필 이러한 뱃길이 바로 이란 영해 상당수를 지납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배는 해협이 좁기 때문에 3km밖에 안 되는 정해진 (빨간색) 루트만 가야 한다고..


한국 최고의 거리에 이란 수도인 테헤란의 이름이 붙은 것처럼, 우리는 이란과 커다란 마찰이 없는 편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보다 더 싫어하는 나라가 바로 이란입니다. 지금도 이란을 다녀온 한국 사람은 미국 방문 시 무비자 제도인 ESTA 혜택이 사라지고, 기존처럼 힘들게 비자를 받아야 하죠. 


국과 이란 관계가 매우 나빠지면, 종종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뉴스가 뜹니다. 세계 석유 수송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이 해협이 봉쇄되도록, 미국은 가만히 지켜볼까? 이란의 이러한 행동이 국제법상 문제는 없을까?

실제로 이란의 봉쇄(북한처럼 뻥이 아니라..)가 가능한 이유는 뱃길이 바로 이란 영해를 상당수 지나기 때문입니다. 국제법상 12해리까지 자국 영토에 속합니다. 

실제 배가 다니는 너비는 10Km(안전을 위해 중간 분리대 3Km 구간 포함)


천하의 트럼프라도 함부로 선제 군사 행동을 하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하는 이유이죠. 다행히 국제법상 군사적 목적이 없는 선박은 자유롭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으나, 이란 정부는 협정에 서명만 했을 뿐, 비준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열 받을 때마다 봉쇄 협박을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정말 많은 배가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이르면 그 너비가 더욱 좁아지는데, 다행히 뱃길은 오만 영해를 지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의 도발을 감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죠. 그 결과 미국은 오만에게 오만하게 행동하지 않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동 미군 기지들


특히나 이곳은 대부분 석유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중국도 중요하게 지켜보는 곳이죠. 오만의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호위를 위해 파병 요청했습니다. 파병은 늘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지만, 한국 원유 수출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나 몰라라' 하는 것도 너무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개인적으로 파병한 것을 지지합니다. 

석유가 계속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한, 오만의 중요성은 계속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한국 또한 오만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이미 우리는 천년 전 신라시대부터 왕래(?)가 있던 사이이니까요!





너무 쓸데없는 말을 한 듯합니다. 결론은, 우리도 오만 사람의 패기(?)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처용의 외모나 탈에 나타난 특징을 근거로 처용이 이슬람 출신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당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글로벌했습니다.


원성왕릉에 서있는 무인상, 완전 서양 사람 얼굴인데?


신라 시대 왕릉 앞에 서있는 무인상은 외모적으로 아랍 사람이 모델인 듯하죠. 신라 경주는 실크로드 종점 중 한 군데로서, 이미 많은 수입 물건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슬람 저서에 신라와 무역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중국 장안만큼 거대 시장은 아니었지만, 통일 신라 시대의 경주는 수많은 기록에서 그 사치와 부가 언급될 정도로 꽤 짭짭한 시장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가능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바로 그 처용이 자국 출신이고 그래서 한국과는 무려 1200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는 '스토리'를 창작하는 오만 사람들의 패기가 놀랍지 않은가요? 마치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 그림이 있는 당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낸 후, 한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소.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서 있었는데, 산업화가 늦어져서 아이디어가 녹슬었을 뿐이오. 한번 시작하면 잠재력이 분출될 것이오.


그 결과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한 곳에서 거대한 배를 독자적으로 건조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인정받아 거액을 빌렸던 것입니다. 심지어 조선소도 없었습니다.  

이런 패기 덕분에 우리가 잘 몰랐던 오만 역시 갑자기 남다른 인연을 가진 나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음.. 울 민족처럼 관용이 없는 나라에서 처용 같은 사람이 나올 리가 없다


론 처용이 진짜 오만 사람일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처용의 DNA가 발견되어 유전자 감식을 하지 않는 한 100%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을 묘하게 기분 좋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은근 효과가 좋습니다. '남'이 순식간에 '님'이 되는 순간이죠. 서프라이즈에서 소개될 듯싶은 러한 역사는 누가 먼저 주장해서 대중화를 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확한 팩트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럽의 성당에서 고이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성 유물들 - 예를 들어,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의 조각들, 성인들의 뼛조각들 대부분이 가짜입니다. 전 세계에 보관된 예수의 뼛조각을 모두 합치면, 예수는 1명이 아니라 세 쌍둥이 정도는 됐을 것. 


이런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카페를 자주 볼 수 있지만, 상당수는 짜가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좋게 생각해도, 한두 번 왔을까? 세계 x대 불가사의, 세계 x대 xx 이런 수식어 모두 제대로 된 근거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도 맥락이 통하면, 이 자체로 훌륭한 역사가 됩니다. 무턱대고 뻥을 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팩트를 반영하죠. 

젊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해적에게 포로로 잡혔지만 오히려 갑질했다는 에피소드는 픽션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그의 성격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료입니다.  진실만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수천 년 역사에서 소량의 MSG가 들어간다고 해서 전체적인 틀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딱딱하고 재미없는 역사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같은 존재이죠.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너무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오만 사람도 하는데 말이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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