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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11. 2022

세상에 아까운 게 참 많습니다만,

인생에 아까운 시간은 없습니다.

 세상에 아까운 게 참 많습니다.

 잘 타고 다니던 자동차에 일 년에 두 번 납부하라고 날아오는 세금도 아까운 마당에 밥 한 끼 먹으러 갔다가 잠깐 세워둔 사이 몇 천 원씩 나오는 주차비가 아깝습니다. 게다가 주차 잠시 잘못했다고, 꼬리를 물고 가까스로 지났는데 신호 무시했다고 날아오는 과태료도 아깝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편리한 택배,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송비도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입을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으로 사다 놓은 옷, 하지만 사놓고 입지 않은 옷,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하는 옷. 옷장을 정리하다 그런 옷들이 눈에 띄면 아깝기 그지없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막 집어 든 커피가 쏟아져 다시 뽑을 때도, 파격 세일, 창고 대방출이라는 할인 행사를 놓친 것도 아깝습니다.

 버스를 갈아타면서 카드를 댔는데 환승 할인이 아니라 새로 결제가 되거나, 비가 와서 취소했는데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할 때도 세상 참 아깝습니다.


 몇 개월치 한 번에 내면 싸다는 말에 끊어 놓은 헬스장, 기껏 한두 번 가다 만 등록비가 아깝습니다. 본전 생각이 나서 꾸역꾸역 운동하다 어디 한 군데 삐끗해 병원 신세라도 지게 되면 병원비가 또 아깝습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안 하던 짓을 왜 했나 결심한 게 아깝습니다. 


 사랑이 뜨거울 때는 이것저것 선물하며 알콩달콩 좋았습니다. 심쿵했던 가슴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사랑이 지나가면 그동안 들였던 노력과 정성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원만한 직장 생활을 위해 후배에게 근사한 밥을 샀습니다. 하지만 밥만 먹고 여전히 버릇없는 녀석을 보면 밥값이 엄청 아깝습니다. 


 보너스 받고 큰맘 먹고 옷을 샀는데 이틀 뒤에 30% 특별 세일한다고 붙어 있는 팻말을 보면 아깝다 못해 화가 납니다. 사업이 잘못되면 그동안 투자한 돈이 아깝고요, 누구는 돈이 아까워 벌벌 떨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아깝고 아까운 게 천지입니다.  




 주차비, 배송비, 과태료, 옷, 헬스장 등록비, 밥값, 쿠폰, 사랑, 돈, 직장.

 아까운 게 수두룩 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가장 아까운 것은 뭐니 해도 시간일 테죠. 돌아보면 인생에서 아까운 시간들이 눈에 밟힐 때가 많으니까요.

 큰 가방을 메고 삼삼오오 웃고 떠들며 학교 가는 학생들,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와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부모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저런 때가 있었나 싶습니다.


 황금 같은 연휴의 마지막 날도, 쏜살같이 지난 한 달의 마지막 날도 그렇고요. 평소 무심코 보던 달력이 지금처럼 달랑 한 장 남았을 때 한 해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나 아쉽기만 합니다.

 더 잘 놀 수 있었는데,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그때 그 시간들이 무척 아쉽고 아깝게 느껴집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실은 가장 늦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시작하기엔 그때가 제일 빠른 시간입니다.

 지나간 시간, 놓친 시간, 어영부영 보낸 시간을 아까워한들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아까워하고 있을 시간에 지금 이 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게 훨씬 낫다는 사실, 당연히 알고 있을 테죠.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 마음을 심란하게 할지 모릅니다. 힘겹게 버틴 오늘이 지나고 나아질 거라 기대한 내일이 더 힘들지도 모릅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은 내일 걱정은 일단 내려놓고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하자는 마음을 먹어 봅니다.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평균 수명도 늘어난 마당에 이제 좀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즐기는 배짱을 부려 보면서요. 그래야 그만 아까워할 테니까요. 


 아깝다는 건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는 의미, 그럼 다음번에는 그런 실수나 후회를 하지 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달래 봅니다. 아까워한 시간들이 소중한 경험이 되어 인생의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 나간다면 아까움은 삶에서 피와 살이 되는 걸 테니까요. 그러니 인생에 아까운 시간은 없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입니다. 하루를 버티는 힘이 퇴근 시간이라면 일주일을 버티는 힘은 금싸라기 금요일이라고 하죠. 평소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은 오늘 아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곤 합니다. 금요일을 제대로 못 즐기면 50% 할인 가능한 쿠폰을 그냥 날리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금싸라기 금요일도 어영부영하다가는 금방 갑니다. 시간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잠시 한눈판 사이 화살처럼 휑하니 사라져 버리지 않겠습니까? 인생에서 아까운 시간을 더 이상 만들지 않으려면 아깝지 않게 써야겠죠.

 또 어찌어찌 일주일을 버티고 금요일을 맞이한 우리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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