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17.
까데호는 지난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밴드로 헬리비젼, 세컨세션, 화분 등 수많은 팀에서 활동해 온 이태훈(기타), 윈디시티 출신 김재호(베이스), 플링 등을 거친 김다빈(드럼)의 트리오다. 김재호와 김다빈은 현재 '추다혜차지스'와 '김오키 뻐킹매드니스'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들은 재즈, 힙합, R&B, 훵크 등 여러 종류의 흑인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연주의 즉흥성에 초점을 맞춘다. 특유의 탄력 넘치고 쫀득쫀득한 그루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라이브가 까데호의 본령이고 공연에서 이들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까데호는 또 다른 그루브장인 밴드인 '불고기디스코'와 함께 오는 3월 26일(금) 홍대 프리즘홀에서 열리는 <프리즘 브레이크 vol. 7 - 그루브 스페셜> 공연에 출연 예정이다.
- 까데호는 1집 이전 '믹스테이프'라는 이름이 붙은 앨범 분량 음반이 존재하는데 왜 정식 1집으로 간주하지 않나요?
당시 저희가 그 음반이 좀 중구난방이라고 느꼈어요. 힙합도 아니고 잼도 아니고 가요도 아니고 정체성이 모호했어요. 사실 사운드클라우드 같은데 올렸어야 할 음원이었는데 정식 음원으로 내야만 하는 상황이 생겨서 그냥 내게 됐어요.
- 그렇군요. 까데호 멤버들이 처음 모인 건 언제고 어떤 계기였나요?
2017년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에 제가 멤버로 있던 다른 밴드 '세컨세션'으로 섭외가 들어왔는데 멤버 일정상 그 팀으로는 참여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다른 팀을 꾸려 참여해도 되겠냐고 주최 측에 문의했는데 좋다고 해서 멤버를 모아 나가게 됐어요.
- 그럼 까데호는 원래 단발 프로젝트로 시작했나요?
그렇긴 한데 사실 이 멤버들로 뭘 해봐야겠다고 전부터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고 첫 공연 때 연주와 느낌이 맘에 들에 계속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어요.
-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이태훈 씨가 해오던 많은 프로젝트 중에 까데호가 메인이 됐잖아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당연히 못했고요(웃음), 그런데 까데호는 처음부터 매니지먼트가 붙었어요. 또 음악적 외골수인 제 성격에도 불구하고 멤버들과의 관계도 평등하고 민주적이라 시너지도 나고 잘 굴러온 것 같아요. 메인이 된 절대적인 기준은 공연 숫자예요. 저는 공연형 뮤지션이라 공연 많이 잡히는 팀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어요. 영업이 잘 되는 프로젝트를 우선하다 보니 제가 참여하는 다른 팀들은 공연이 줄 수밖에 없어요.
- 1집 [Freesummer]와 2집 [Freebody]가 얼핏 듣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도 미묘한 다름이 느껴지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어떤가요?
다를 수밖에 없는 게 1집은 전 멤버였던 드러머 최규철 씨가 드럼 파트를 다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김다빈 씨가 녹음만 한 앨범이고 2집은 작곡 단계부터 김다빈 씨가 참여해서 만든 앨범이에요. 드럼의 비중이 정확하게 3분의 1을 차지하는 저희 곡 작업 프로세스를 생각하면 드러머가 바뀌면 음악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죠. 최규철 씨는 저희 음악의 근간인 엇박에 대해 이해가 깊고요 반면 지금 드러머 김다빈 씨는 상대적으로 듣기 편하고 터치가 가벼운 그루브를 들려주죠.
- 1, 2집 반응이 아주 좋았는데 3집은 언제 나올 예정인가요?
우스갯소리로 1집은 10곡 정도였고 2집은 20곡 정도 수록했는데 한 30곡 모이면 3집 내자고 하고 있어요. 모르죠 뭐 언제가 될지는.
- 2집이 19곡에 1시간 반 가까운 분량인데 내부적으로 너무 길다는 의견은 없었나요? CD도 2장짜리라 가격도 비싼데.
회사 대표인 매니저는 그런 말을 했었는데 저는 음악 하면서 그런 타협 같은 건 안 하는 스타일 예요. 저는 지금 이 시대에 발표되는 음악의 결과물들이 너무 밀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거의 다 싱글 위주고 EP도 몇 곡 안 수록되고 같은 곡 인스트루멘털이나 이런 걸로 채우고... 저희가 어릴 때 사던 실물 음반의 서사 같은 게 아쉬워요. 그래서 일부러 지금 세태와 반대로 간 것도 있어요. '이런 걸 들어봐라' 이렇게...(웃음)
- 까데호가 밴드로서 보여주고 싶은 거, 모토랄까 그런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거만 해도 지속할 수 있다는 거를 보여주고 싶어요. 저희 음악은 장르 음악이고 연주음악인데 그걸 타협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요.
- 저는 까데호가 특정 장르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지금 말한 장르는 어떤 걸 의미하나요?
저희 스타일의 '까데호 장르'를 뜻합니다. 주류 음악과 장르 음악은 다른데요, 주류 음악은 특정 장르의 일부분을 주류 음악과 조금 섞어서, 다르게 표현하면 물을 많이 타서 일반 청자들이 받아들이게 쉽게 하는 음악 예요. 저희 음악은 기본 박자의 구조가 뒷박이에요. 흑인 음악에서 듣는 기본 박자를 갖고 재료를 만들기 때문에 결과물이 주류와 많이 달라요. 사람들이 듣기에 불편할 수 있어요. 그런 게 장르 음악인데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무 좋아하죠.
- 그러니까 이태훈 씨가 말하는 게 규정화된 특정 장르가 아니고 뒷박을 위주로 하는 까데호의 음악 스타일을 일컫는 거죠?
네. 그런 스타일로는 삼바도 있을 수 있고 훵크도 있을 수 있고 국악도 있을 수 있죠. 저희는 그런 음악적 원류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데 지금 주류 대중음악은 그런 면에서 너무 얕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의 재료를 저희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면서도 밴드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 그걸 보여주는 게 거룩한 목표죠. 좀 덜 거룩한 목표는 이걸로 먹고사는 거고요. (웃음)
- 앞으로 까데호의 활동계획은 어떤가요?
한국에서는 지금 이상 크게 활동폭을 넓힐 생각은 안 하고요, 주류 음악도 아니니까... 대신 이 나라에서 조금, 저 나라에서 조금 그런 식으로 돌아다니며 각 나라의 팬 베이스를 만들고 그걸 다 모으면 어느 정도 사이즈가 되는 그런 모델을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작년에 대만의 록레코드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유통 배급 계약을 맺었는데 그런 구상의 일환이고요 그 회사의 네트워크와 지원을 기대하고 있어요.
- 작년부터 이어지는 팬데믹 상황을 어떻게 버티고 있나요?
원래 작년에 위에서 말한 구상대로 아시아 투어 일정이 잡혀있었는데 다 취소됐어요. 그래서 2집 [Freebody] 작업에 올인하게 됐죠. 그리고 합주를 쉬지 않고 열심히 했죠. 어차피 저희는 연주 밴드니까 합주가 중요하고 하면 할수록 곡도 개선되고 단단하게 돼요. 제가 지금 집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는데 완성되면 합주를 자동 녹음, 아카이빙 할 수 있어요. 저희는 잼 하며 곡이 만들어지는 밴드니까 곡 작업도 훨씬 수월해질 것 같고.
- 아직도 상황이 불투명하지만 올해 공연 계획은요?
작년 2집 내면서 제대로 공연도 못하고 쇼케이스도 못해서 상황이 나아지면 쇼케이스 공연 꼭 하고 싶어요. 큰 규모 공연은 저희가 섭외당하는 경우라 예상할 수 없지만 작은 클럽 공연 같은 건 직접 기획해서라도 되도록 많이 하고 싶어요. 저희는 즉흥연주 위주 밴드고 저희 곡들도 연주하면 할수록 변하고 또 성장하는 식물 같아서 지속적인 공연이 필요해요.
-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수고 많았고 프리즘브레이크 공연도 기대할께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공연 기대해 주세요.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