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쪽팔림
특정 세대가 쉬이 틀리는 “다르다, 틀리다”, 지금은 틀리시라고 그냥 냅둔다. 주변 어른들이 쓸 때마다 불쾌하지 않게 언급하려고 노력했었는데-그들이 엄청나게 섬세한 누군가(어른 말에 반박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주로 아랫사람)한테 “너는 틀려”라고 말한다면 섬세한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테니까- 그들은 고상하게 몇 번 듣(는 척 하)고, 절대 고치지 않고, “어린 게 또 내가 틀렸다고 지적질이나 한다”고 역정을 냈다. 이럴 땐 또 잘 쓰신다. 그저 단어를 짚어줬는데 왜 인신공격 당한 것처럼 쏘아대는지, 가변성있는 것의 작은 변화를 말하였는데 왜 내가 마치 불변의 진리를 훼손한 것처럼 구는지 나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본인의 가능성을 저버리고 스스로 벽장 안으로 들어가다니.
단어만 오용한다면 그나마 언급이라도 할 수 있는데 어리다고 치부해버리면 손도 못 대고 말도 못 꺼낸다. 조선시대 선비도 아니면서 아직도 어리다를 어리석다 대신 쓰는 사람들이 많다. 단지 본인과 다른 경험을 거쳐온 사람일 뿐인데 ‘어려서 나랑 틀려’ 라는 라벨을 붙이고는 소통하려하진 않고 묻지도 않은 자기(시절)소개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듣기 싫지만 예의는 차려야 해서 헤헤 웃어보이면 자기 유머 감각(주로 시대착오적. 그것이 감각이라면 그는 감각기관이 없는 것이 낫겠다.)에 웃는 줄 알고 계속 이야기 하고, 안 웃으면 요즘 mz는 다 이러는 거냐고 무섭다고 타자화 하며 계속 이야기한다.
mz. 어떻게 80년대생부터 00년대생까지 한 단어에 처넣을 생각을 했는지 발상부터가 폭력적이다. 조용한 섬세한 예의바른 본인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숫기 없는 자신감 없는 무기력한. 수많은, 그들이 mz라고 퉁치는 사람들은 특히 더 넓은 다양성 스펙트럼 아래 자랐다. 허나 보통 어르신들이 칭하는 mz는 자기 주장이 확고하고[유교적 기준에서 건방질 정도로], 전자기기에 능숙하고[필요할 때마다 편하게 물어볼만큼], 본인과는 너무 틀린[그들이 도저히 이해 못하겠으며 이해할 의향도 없는] 사람이다. 소위 요즘 것들. 그렇지 않은 mz가 나타나면 “요즘 애들과는 틀리다”고 한다. 걔도 요즘 애다 이 사람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대가리에 총을 쏘고 싶다. 사고는 언어의 노예다. ‘다르다’는 언어가 없으니 개념의 흔적조차 없다. 그런 깔끔한 진화는 발생학적으로도 드물다. 사랑니 4개 전부 싹도 없는 사람이 당신 주변에 몇이나 있는가? 사람들이 제발 언어를 잃지 않게 부단히 노력했으면 한다.
기성세대란 말은 그저 기능적으로 세대 자체를 가리킨다. 아무도 기성세대를 싸잡아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성세대 중에 꼰대, 사회에 있는 사람들 중 또라이. 대상화가 덕지덕지 묻은 mz세대라는 말과는 다르게 이런식으로 엄밀하게 특정한다. K 어쩌구 저쩌구 오만가지 붙이면서 퍼뜨리기 전에 한국어에 든 다채로운 혐오 좀 희석했으면 한다. K-쪽팔림에 미쳐버릴 것 같다. 늙거나 어리거나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여성이거나 정상 가족이 아니거나 어떻게든 주류가 아니면 언어로 배제한다. 얼마나 심각한지도 몰라서 재생산 속도도 무지 빠르다. 그걸 웃기다고 더 퍼다나른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자기 철학이 없는 국가는 이렇게 몰락할 거외다.
자기가 뭘 배제하는지, 그 배제에 누가 죽는지 모르는 또는 안중에도 없는, 태어나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생각 안 해봐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던 사람들이랑은 말 섞어도 불통이다. 질문을 질문이 아니라 자기 할 말의 서두쯤으로 쓰거나 한번 아니라고 했는데 끝까지 자기 의견 관철시키려는 꼰대들도 나를 너무 괴롭게 한다. 모기같은 것들. 덕분에 오랜만에 커피도 마시고 아주 고마워 돌아가시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