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쪽에 있는 침대에서 죽어있나 싶었던 그의 눈이 슬그머니 열렸다. 그의 바로 앞에는 노란색 고양이는 몸을 가볍게 위아래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새근새근 자고 있다. 그는 손을 뻗어 고양이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고양이가 눈을 개 슴츠래 뜨더니 집사인걸 확인하고 '꾸르릉-'하며 지키개를 편다.
- 맘마 줄까?
이 한마디에 보이지 않던 고양이 두 마리가 날카로운 '니야아아아옹' 소리와 함께 나타난다. 푸다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푸들 한 마리도 침대 옆에서 폴짝거린다. 어서 일어나서 아침이나 달라는 다그침이다. 아직 침대에 들러붙은 그는 눈을 무겁게 깜박이며 좀 전의 고양이처럼 쭉쭉 기지개를 켠다. 그리곤 두 발을 침대에서 끌어내려 바닥으로 가져간다.
- 알았어, 밥 먹자.
그는 주방으로 가서 고양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찬장에서 사료 봉지와 고양이용 닭고기 파우치를 꺼낸다. 익숙한 듯 하나씩 뜯어 각자의 밥그릇으로 사료를 옮겨 담는다. 아래에선 고양이 3마리와 강아지 1마리가 부산스럽다.
- 생강, 앉아. 또이! 잠시만 기다려.
조용해야 할 아침이 아침밥 배분으로 전쟁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 밥을 먹고 나면 언제 그랬냐듯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그를 귀찮게 하진 않는다. 집사의 삶이란 이런 것인가. 그는 커피포트에 수돗물을 담고 물을 끓이는 원두를 드르륵 갈아 아침 커피를 준비한다. 간 원두에 코를 박고 킁킁거린다. 향기로운 커피 향이 무거웠던 정신을 하나 둘 깨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