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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규 Oct 13. 2020

절 · 박 · 함 #5

배웠으면 써먹어라-학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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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프랜차이즈 사업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에 성공했고, 그들의 이야기는 강연과 책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실패해도 위약금이 없으며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남는 장사가 아니더라도 경험을 밑천으로 다시 일어설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이 사업에 도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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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기까지 변화의 결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소하더라도 바람직한 루틴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에 옮기면 쌓이고 쌓여, 결국 봇물 터지듯 서서히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중국 대나무 모소처럼 땅속에서 미동도 없다가 4년 후 약속처럼 15미터를 6주 만에 올라서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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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도 모소와 같습니다. 한 가지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면 인간은 모소와 달리 ‘언젠가는' 에 인생을 걸어야 합니다. 이러다 하르방처럼 돌이 되어 바다만 쳐다보는 꼴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희망을 걸고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합니다. 결과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쉽게 자포자기합니다. 결국 자기계발은 고통스러운 프랜차이즈 사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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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기초적인 자기계발 도구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새벽에 일어나 짧은 독서로 하루를 시작하자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1개월 이상 지속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듭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저녁형 인간이라고 합니다. 그는 저녁에도 책을 읽지 않습니다. 누구나 독서의 중요성을 알지만 아무나 실천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지속성의 문제입니다. 꾸준히 지속성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법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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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친구가 당뇨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친구는 상심이 무척 컸습니다. 의사는 초기이니 약을 먹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당뇨병과 관련된 여러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에게는 늦둥이 딸이 있습니다. 아이가 눈에 들어 정신이 번득 들었습니다. 그는 운동계획과 식단을 수첩에 적어두고 매일매일 실천했습니다. 그렇게 건강을 회복한 친구는 동기 모임에 나타나 건강 전도사임을 자청합니다. 당뇨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법을 물었습니다. 그는 비법이 세 글자라고 했습니다. ‘절·박·함’     


1) 절 : 절박함이 에너지더라.

2) 박 : 박명(薄命) 할 수도 있으니

3) 함 : 함부로 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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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토에게 찾아가 변화를 구해 보십시오. 멘토는 성공을 담보로 1천만 원의 예치금을 요구합니다. 앞으로 100일 동안 멘토가 제시하는 항목을 실천하라고 합니다. 다만 룰이 있습니다. 멘토가 제시한 내용을 100일 동안 80% 이상 실천해야 합니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과제를 80% 미만 이행할 경우 1천만 원을 포기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돈 1천만 원을 잃지 않기 위해 죽으라고 실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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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자기계발 시장에 루틴(습관) 만들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예치금을 받습니다. 돈 버는 즐거움보다 돈 잃는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도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5만 원을 걸고 할 것이냐, 1천만 원을 걸고 할 것이냐. 고통은 돈의 총량과 비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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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기회다』의 저자 김철회의 말을 빌자면 인생역전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결핍입니다. 결핍은 단지 부족하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간절함과 절박함을 내포되어 있습니다. S 방송사 ‘생활의 달인’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대다수의 달인은 약속이나 한 듯 인생 스토리가 비슷합니다. 사업 실패와 빚더미, 죽고 싶을 만큼 막막한 현실을 거쳐 지금의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들을 뛰게 만든 힘이 바로 결핍이며 절박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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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자동차 연료 게이지를 보십시오. 연료가 부족해서 바늘이 E(Empty) 지점까지 떨어지면 경고음과 함께 운전자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인생의 경고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핍이 있어야 자발성을 갖게 됩니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이론 중 생존·안정·소속·존경의 욕구는 ‘결핍’욕구들입니다. 생존 쪽으로 바늘이 떨어질수록 강한 욕구가 발현됩니다. 왜냐하면 죽고 사는 문제는 인간을 절박하게 만듭니다. 또한 결핍은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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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슬로우의 자아실현의 욕구는 다른 말로 ‘성장’ 욕구입니다. 이는 결핍과 무관합니다. 죽을 만큼의 목조임도 없기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누군가는 자기계발을 등 따시고 배부른 사람들이 하는 거랍니다. 상당히 동의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계발은 강도와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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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적에, 필자의 가족은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옆에 서 있던 할머니가 아내와 다섯 살 박이 아들을 지긋이 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아이 키우기 힘들지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밥그릇을 챙겨 왔으니 잘 살 겁니다.’ 극히 공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밥그릇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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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에서 저자 한근태는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밥그릇을 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일에서 실패하면 밥을 굶을 수도 있다는 절실함을 지니고 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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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어떤가요. 하루하루 절실하게 일하고 있는가요. 지금이 힘든 가요. 그렇다면 고수가 될 확률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할 수 없이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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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언론인 바바라 월터스는 어떻게 그렇게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소녀 가장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파산하고, 무능력한 엄마와 장애를 가진 언니를 제가 먹여 살려야 했습니다. 하는 일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밥벌이가 절실해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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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의 저서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파한 순간이 지금 아픈 사람을 돕는 자본이 되고, 울었던 나날이 지금 울고 있는 사람을 이해할 근거가 된다. 너무 아프다고, 울고 싶다고 주저앉지 말자. 그대의 결핍은 그대가 성장할 최고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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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이 이렇게 좋은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글 :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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