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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규 Nov 05. 2020

잘잘기를 아세요? #7

배웠으면 써먹어라-학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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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자동차 전용 도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100미터 남짓 짧은 터널을 통과해야 시내로 나갈 수 있습니다. 한 달가량 터널 내부 공사가 계획되어 있어 우회 도로를 이용하라는 공사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한동안 우회 도로를 이용했습니다. 예전보다 10분 이상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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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가족 모임이 있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습관처럼 차량을 몰고 터널로 들어가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터널 안에서 꼼짝없이 서 있게 됐습니다. 조급해하는 필자를 보며 아내는 지금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답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필자는 아내에게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억지 주장도 잘 써먹으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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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억지 주장도 쓸모가 있습니다. 인간은 새가 될 수 없다고 모두가 믿었을 때, 라이트 형제는 보란 듯이 하늘을 날았습니다. 망상에 빠진 일론 머스크는 민간 기업 최초로 우주여행사를 창업했고, 인류의 화성 정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 주장이라 했던 상상들이 생각하기 나름의 철학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운명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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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 주장이라고 마음의 문을 닫을 것이 아니라, 이리도 생각해 보고 저리도 생각해서 마음의 환기를 자주 해야겠습니다.     

ⓒ포토그래퍼 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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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안에서 20분 가까이 떠 밀려가다가 간신히 시내 방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리석은 선택 때문에 20분이나 지각하게 돼서 운전하는 내내 화가 났습니다. 굳이 심리학 서적을 들추지 않더라도 마음이 진정돼야 생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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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책에서 72시간의 법칙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짐했으면 3일 안에 실행하라는 말입니다. 3일이 지나면 작심이 사라지고 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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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집어 생각하면, 3일 정도면 기분 나빴던 감정도 완전히 소멸됩니다. 그때 생각을 꺼내어 복기해야 합니다. 억지 주장을 펼쳐서라도 좋은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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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경험들은 좋은 학습재료입니다. 암기해서 아는 것과 실천해봐서 아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아는 것을 아는 것이 메타인지(meta-cognition)입니다. 쉽게 말해서 어렴풋이 아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험을 복기해 보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는 학습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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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모임에 가던 터널 속 상황을 다시 한번 대화체로 정리하였습니다. 부부가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경험해서 얻게 되는 메타인지, 즉 써먹는 학용(學用)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목표  : 가족모임

 인지 1 : (아내) 여보, 터널 공사를 하는데 왜 이리로 왔어요?

 인지 2 : (남편) 미안,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들어왔네.

 상황  : (아내) 봐요. 벌써 차들이 꼬리를 물고 있잖아요.

학용 1 : (남편앞으로 출발 전에 내비게이션을 꼭 봐야겠어

학용 2 : (아내어쩔 수 없죠차 막히면 그냥 걸어서 간다고 편하게 생각해요.

학용 3 : (남편처제한테도 우회도로로 다니라고 알려줘야겠어




잘 살고 잘 굴러가는 기술 : 잘잘기 - 삶의 수레바퀴 ⓒ손용규



목적(성공/성장/성화), 자원, 학용(배우고/써먹고/나누고)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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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수레바퀴에 맞춰 부부의 대화를 분석해보면, 학용 1은 경험 자원의 획득, 학용 2는 실수를 통한 성장, 학용 3은 경험을 나누는 성화의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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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학용 2는 써먹는 대화, 학용 3은 나누는 대화로써 삶의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는 대화의 구조입니다. 잘 살고 잘 굴러가는 기술은 아주 단순한 대화의 구조를 통해서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대화, 써먹는 대화, 나누는 대화를 자주 써 보십시오.

배우는 대화, 써먹는 대화, 나누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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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소소한 일상의 집합체입니다. 소소하다는 것은 느끼기 힘듭니다.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모르면 아무렇게나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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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십시오. 얼마든지 경험과 성찰, 학용함으로써 삶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릴 수 있습니다. 대단한 성공자만이 인생의 목적(성공·성장·성화)을 이루며 산다는 것은 오류입니다. 다시 말해 거창한 현수막 성공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목적 있는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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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의 시 ‘꽃’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을 불러줘야 꽃이 되듯, 깨닫고 통찰해야 생각의 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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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심리학자들은 원숭이나 개를 대상으로 행동 심리를 연구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류는 인간은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지 동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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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틴(routine)을 만들어 행동을 교정한다지만 얼마간 지속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행동을 교정하는 것보다 생각을 교정하는 것에 더 익숙한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입니다.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의 가치를 찾아서 써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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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오런이 쓴 『성공하려면 하버드처럼』에는 이런 예화가 나옵니다.     


“어린아이가 창밖을 보고 있다. 마당에서는 어른들이 죽은 반려견을 묻고 있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함께 놀던 친구 같은 반려견을 생각하니 아이는 무척 슬펐다. 이때 방에 들어온 할아버지가 다른 쪽 창문을 열고 아이를 불렀다. 이 창문에서는 정원 가득 핀 예쁜 장미꽃이 보였다. 아이는 방금 전의 우울함을 잊고 기분이 좋아졌다.”     



ⓒ포토그래퍼 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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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보면 돌무덤과 잡초가 무성한 듯 보이지만 머리 들어 보면 세상 아름다운 푸른 들녘이 보일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엄청난 위로를 받습니다. 우리는 생각을 써먹을 줄 아는 능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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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성공한 사람들의 발자취에 자신의 발 모양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삶의 수레바퀴에 잘 살고 잘굴러가는 기술, 잘잘기가 있습니다. 




글 :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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