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파파 Oct 05. 2020

육아용품 전성시대,육아는 템빨입니다

김지영은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다른 사람으로 빙의가 됩니다. 정대현은 김지영이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알아봐 두었습니다. 병원에 간 김지영은 기초 검사를 받는 비용이 35만 원이라는 말에 놀라서 병원을 나옵니다. 사람이 저렇게 아픈데 35만 원이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영화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은 나이가 30대 중반인데 병원비 35만 원도 없냐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30대 중반인 사람이 아니라, 나이가 30대 중반인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들어가야 할 돈이 정말 많습니다. 35만 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돈을 나 자신한테 쓰는 게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이 엄마의 마음입니다.  

   



정말이지 육아용품 전성시대입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지만, 한 해 한 해 새로운 육아템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잘 만들어도 너무 잘 만듭니다. 7~8년 전까지만 해도 유모차는 단연 스토케였습니다. 100만 원대의 스토케, 70만 원대의 퀴니 유모차는 엄마들 사이에서 가지고 싶어 하는 최고의 아이템이었으며,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도 이런 값비싼 육아템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많이 나왔었습니다.    

 

지금 스토케 유모차는 그리 워너비 상품이 아닙니다.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유모차도 많아졌으며, 한편으로는 튼튼하고 안전한 면은 유사하나, 가격은 많이 저렴한 가성비 유모차들도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어디 유모차뿐인가요. 젖병 소독기, 바운서, 아기띠, 힙시트, 보행기, 머리쿵보호대, 수유의자, 분유포트 등 각종 브랜드의 육아 편의성을 고려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집 정원에서는 3~5시 사이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뛰어다닙니다. 아빠가 아가랑 모래 놀이를 하며 놀아 주기도 하고, 또는 뛰어다니는 아이를 잡기 바쁜 모습이 재밌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름 안전한 공간이라 아이들끼리 노는 경우가 더 많아 엄마들끼리 서로 얘기도 하고, 여기서 친해져서 여행 후에도 종종 연락하는 가족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해진 가족이 다시 같이 놀러 오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전혀 모르는 가족이 여행지에서 만나 인연이 이어질 수 있는 건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대화를 시작하는 엄마들이 육아용품 얘기를 종종 합니다. 신기하게도 요즘은 예전에 어른들이 썼던 포대기를 하는 엄마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울 때만 해도 아기띠가 기본 아이템이었으며, 포대기를 한 엄마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포대기 한 엄마가 꽤 있으며, 심지어 다른 엄마들도 포대기가 얼마나 편한지 많이 물어봅니다. 생각해 보니 아기띠는 간편하기는 하지만 어깨도 아프고, 아가가 몸에 착 붙는 맛이 없었습니다. 포대기를 하시는 분들의 말을 들어 보면 가장 큰 장점이 아가가 밀착이 잘 되어 아가가 편안해 하고, 엄마도 훨씬 다니기 편하다는 것입니다.  

   

포대기처럼 저렴한 가격에 실용성 있는 물건도 많지만, 대부분의 육아용품은 ‘고가’의 것이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을 대상으로 우리도 펜션을 운영하지만, 아가들 대상이 되면 무조건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온다고 해서 비용 측면에서 더 소요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대상이 특정화되어 있고,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면 무언가 더 나을 것이라는 고가 전략이 부모들에게 잘 통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많은 키즈풀 빌라들이 1박에 80만~100만 원씩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시설이 화려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가격을 받을 만한 시설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가격을 올려도 다 찾아온다는 욕심에 가격을 무작정 올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유행일 때 바짝 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잠깐의 유행을 구별하지 못 하는 걸로 보입니다.    

 

다른 육아용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유모차나 아기 침대, 바운서, 젖병 소독기 등 고가의 육아용품들은 아가를 키우는 엄마를 유혹하기에 너무 충분히 좋아 보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싶죠. 엄마는 비록 내 옷을 산 지 오래되었을지라도, 우리 아가가 쓸 물건은 조금 더 안전하고 편리한 것으로 사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다만 이러한 고가의 육아용품에 대한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으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런 따가운 시선은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다양한 육아용품에 대해 ‘등골브레이커’라며 우려 섞인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부모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나온 물건들이 부모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듯합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왕자나 공주처럼 이른바 ‘골드 키즈(Gold Kids)’로 키우려는 추세와 함께, ‘어차피 한둘인데 더 쓰자’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인 베블런 효과가 육아용품 시장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남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경향이 커졌고, 명품 아동용품을 선물 받은 아이의 사진을 올리며 ‘나는 이 정도는 해주는 사람이야’라며 ‘과시욕’을 충족한다는 겁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내 아이를 비싼 브랜드로 치장함으로써 다른 아이들과 차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가의 키즈 산업을 성행하게 만드는 것뿐이며, 일부 맞벌이에 치인 부모들이 육아의 소홀한 부분을 금전적으로 채우려는 심리도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것’과 ‘사랑의 표현’이지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수없이 강조합니다.

출처: SBS, “‘新 등골브레이커’…허리 휘는 가격인데 ‘매진’”, 2017.02.17.



위 기사의 전문가나 육아 시장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살펴보면, 겉으로는 비싸게 판매하는 육아용품 시장 자체를 욕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물품을 구매하는 부모들의 소비 행태를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과 육아에 소홀한 부분을 고가의 물건으로 채운다고 얘기하는 등 결국 “아이 그렇게 키우는 거 아니다. 아이가 뭘 아냐. 그런다고 아이가 잘 클 것 같냐. 너희들 욕심이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 아닐까요.  

   

관점이 잘못되었습니다. 연예인을 활용해 값비싼 마케팅으로 고객의 눈을 올려놓고, 거기에 프리미엄을 붙여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공급자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양한 마케팅에 현혹되어 아이에게 더 나은 제품을 사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에 이용당한 소비자를 비난하는 것을 보니, 이 사회가 참 우리 부모들을 낮추어 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된 말로 우리가 만만해 보이나 봅니다.




고가의 육아용품이나 살까 말까 하는 용품 등 육아용품 구매 때마다 우리는 고민하며, 이에 대한 조언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육아는 템빨이다. 엄마가 편해야 아이에게도 편한 것이며,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의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요즘 육아템들은 다 거품이며,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괜히 부모 마음만 흔들리게 하는 것이므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두 의견은 사실 대립적인 것이라서, 엄마에게 모든 육아템을 살 때마다 저 고민들 사이에서 하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고가의 물건이 아니라도 육아템을 살 때마다 이걸 내가 꼭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엄마에게 육아템을 실용성만 보고 결정하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엄마에게 육아템은 또 다른 경제력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길게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연은 잠깐 만나고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린이집 엄마들과 친해져서 서로의 집도 놀러 가고, 함께 여행 가기도 한다면 서로의 경제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가 있겠지만, 백화점이나 카페에 가거나, 가족끼리 여행을 다니면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가족에 대한 첫 시선도 참 신경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 익숙한 부당한 사회 속에서 우리 가족이 무시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신혼부부가 이제 애를 낳아서 키워 가는데, 어떤 부부가 경제적 여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일부 상위층은 제외해야겠습니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 누가 봐도 고수익으로 보이는 전문직, 일반 회사에 다니는 대부분의 평범한 가족, 그리고 자영업자까지 어느 곳에 속하는 부모이든 경제적 부담을 안고 가지 않는 가족은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부자는 없다는 말을 종종 사용합니다. 수익이 많든 적든 그에 맞는 생활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다들 여유 자금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은 요즘 부모들이 육아용품으로 허세를 부리며, 아이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고 본인들의 경제력이 여유롭지 못한데도 육아용품에 괜히 욕심낸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정말 코웃음이 나옵니다. 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이런 증오스러운 악담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 청소년, 결혼 전 성인 남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은 자신의 경제력을 나타내고 싶어 합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경제력이 아니더라도 다른 친구들에게 없는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더 튀어 보이고, 주목받으려고 합니다. 한때 대유행했던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처럼 다른 친구에게 있는 아이템이 자신에게만 없는 것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명품백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젊은 여성에 대한 비판과 조롱은 여전히 비일비재한 일이며, 직장 다니자마자 차부터 구매하는 사회 초년생 남성들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도 이제는 흔한 일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자식들이 보내 주는 해외여행이나 귀금속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과시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세대에나, 누구에게나 있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주목을 받기 위한 과시 대상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세대가 욕심을 내는 육아템이라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과시용이 아닙니다. 나 개인적인 물건을 당분간 사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가 나의 경제력 때문에 혹시나 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이 큽니다. 또한 아기의 울음을 조금이라도 빨리 그치게 하거나 아이가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하는 아이템들은 우리 아이가 나의 경제력으로 인해 고생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것이며, 출산 후 한약이나 안마기, 필라테스 등은 출산으로 인해 망가진 엄마의 몸을 서둘러 정상화시켜야 하는 필수적인 것들입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어느 세대보다 희생적인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비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엄마들은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마음도 있지만 나로 인해 아이가 불편함을 겪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상당수의 물건이 실용적인 건 당연합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과시적 소비의 욕구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깊은 우려와 조롱을 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유입니다.     


각 가정의 실제적 경제력은 그들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양평에 살다 보면 동네 걸어 다니시는 할머니들이나 농사짓다가 막걸리 드시는 할아버지들을 종종 봅니다. 입고 다니시는 옷이나 행색 등을 보면 흔한 시골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급 외제 차에 곡괭이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강 앞에 논 일대가 모두 할머니 소유이신 분도 있습니다. 반면 외제 차 타고 다니면서 건들건들 땅을 보러 다니는 사람도 많이 봅니다. 말하는 거 봐서는 양평 땅을 전부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이 하나도 없어 남의 땅을 가지고 허세를 부리는 부동산 업자가 태반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실제 경제력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면을 보여 주길 원합니다. 이 시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있는 약간의 과시적 모습이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고 특별히 과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보다는 아이를 위해 소비하는 희생적 소비가 더 크다는 측면에서, 지금과 같이 육아템의 소비에 대해 우려를 넘어 조롱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고 거래 제품 중 상당수가 육아용품인 점에 착안해 지역 ‘엄마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지역들을 공략했고, 이 전략은 지금까지 성공했다.

출처: 헤럴드경제,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 인터뷰”, 2018.11.05.


중고 거래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소비 패턴이 되었습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지역 맘 카페의 중고 장터 등을 통해 비록 다른 아가가 잠깐 썼다고 하더라도 아가에게 더 유익한 물품이 있다면 구매합니다. 또한 새 상품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가가 충분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판매함으로써 실질적 구매 비용은 더 낮아지게 됩니다.  

   

당근마켓의 폭발적인 성장은 유아용품이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연예인 부부가 관찰 프로그램에 나와서 멋있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신박한 아이템으로 중무장한 채 육아를 하는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육아용품 업체들은 슈돌의 아기 침대, 대박이 아기 의자 등 마케팅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쏟아지는 고가의 육아용품에 대해 주변에서 보내는 우려의 시선, 즉, “젊은 부모들이 경제적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고가의 육아용품을 구매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많습니다. “우리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마시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육아는 템빨입니다. 엄마가 편해야 아기도 편하며,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들과 유사한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해야 엄마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엄마들끼리 육아템을 공유하고, 가능하면 공동 구매도 하며, 합리적 소비를 위해 수많은 제품의 가격을 비교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용품이 아닌 육아용품입니다. 보릿고개 시절처럼 너나없이 다 같이 밥 먹기 어려운 세상이 아닙니다. 유독 육아맘에게만 예전 기준을 적용하여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육아맘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패팅 사기 위해, 젊은 사람들도 명품 사기 위해, 어르신 분들도 모피 사기 위해 외식 등 다른 소비를 아끼는 세상입니다.     


당당하게 유모차 끌고 다니고, 새로 나온 젖병 소독기 사세요. 시부모님, 친구들, 아기 친구 엄마들 등 다른 사람들이 괜히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제 아내는 언젠가부터 저에게 돈 아낀다는 얘기하지 말랍니다. 얘기하면 무조건 더 비싼 거 사겠답니다. 처음에는 큰일 났다 싶었지만, 이내 저는 알아서 하겠다는 말로 고쳐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명품에 빠진 젊은 사람들을 욕하며, 다 같이 비싼 롱패딩을 입는 학생들을 보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저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는 그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일 뿐입니다.     

첫째 임신했을 때 별생각 없이 코엑스에 베이비페어를 갔었습니다. 한 바퀴 돌아보고는 너무 당황하여 한쪽 구석에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취업한 지 4년 정도 된 초보 직장인의 눈에 아무거나 집어도 몇십만 원은 우스운 육아용품 보고 적지 않게 놀랐었습니다. 아내는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뭐 이렇게 비싸게 파냐고 하면서, 선뜻 사지 못하는 우리 모습을 애써 달랬습니다. TV 보면 아기 낳기 전에 신발부터 사두고, 아기 나오기를 기다리던데, 그 신발 하나도 미리 사기에는 너무 비싸 보였습니다. 결국 뱅뱅 돌다가 가제 손수건 20장에 8천 원으로 할인한다기에 사왔습니다. 아기 낳기도 전에 가제 손수건이 뭐 필요하겠느냐마는, 아무것도 안 사고 돌아오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나 봅니다. 아기를 낳으면 어떻게 키우나 하는 생각에 아내와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중고로 산 것도 있고, 적금을 깨기도 하고, 누구한테 받기도 하면서 나름 괜찮은 육아템들을 구비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의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에 사고 싶은 육아템은 되도록 사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 때 젖병 소독기를 처음 써보고, 첫째 때도 소독기가 있었다면 매일 그 많은 젖병을 소독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육아템도 물론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물건보다 아이를 위해 소비하는 희생적 측면이 큽니다. 자기 병원비는 아껴도, 아기 따뜻한 겨울옷은 가장 좋은 걸로 사주고 싶습니다. 중고시장이 이렇게 커진 것도 우리의 합리적 소비 덕분입니다.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합니다. 그대들보다 더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구매합니다.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비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육아는 템빨입니다. 오늘도 템빨 장착하고 더 당당한 육아 하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똑똑한 엄마의 ‘투잡’은 아르바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