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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Dec 07. 2022

[한달살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페낭 가기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3

새벽 6시 30분 비행기.

집에서 3시에 나왔다. 아이들이 못 일어난다고 할 줄 알았는데, 벌떡 일어난다.


"애들아, 가자!! 우리도 간다. 학교를 땡땡이 치다니. 일도 일단 미루고. 가보자 애들아"


어제 미니가 싹 준비해놓은 짐을 하나씩 챙겨들고 집을 떠났다.

혹시나 모를 방전에 대비해 아파트에 세워 놓은 차 한대는 블랙박스를 뽑아놓고,

가장 따뜻한 안 쪽 깊은 곳에 주차해두었다.


장기주차 등록을 미리 해놓은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에어아시아는 공항 내 전철을 타고 이동해야한다.

체크인할 때 작은 쪽지를 주면서 탑승구를 안내해준다.

탑승구 바로 앞에서 롯데리아 햄버거 하나를 먹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신났다 준.


아!! 새벽 비행기라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나는 혹시나 문 연 곳이 있나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고생하지 말고, 탑승구 바로 옆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낫다. 아니면 김밥 등을 포장해서 비행기에서 드시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기내식을 사전 주문하지 않았다. 기내식은 맛 없다는 후기가 많아서, 컵라면을 먹으려고 하였다. 우리는 현지에 가서 트레블 월렛으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인출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현금이 없었다. 기내식 주문하면서 트레블 월렛 카드를 냈는데, 


이런. 트레블 월렛 카드 결제가 안된다고 한다. 비상이다. 아가들 라면을 못사줄 뻔 했다. 다행히 비상용으로 챙겨간 체크카드가 결제가 되었지만, 약간의 말레이시아 현금(링깃)은 챙겨가길 바란다.




쿠알라룸프 공항에서 2시 경에 내렸다. 입국심사 줄은 길지 않았으며, 미키와 준이, 미니와 케이시가 같이 심사를 받았다. 괌이나 사이판에 비해 쉽게 심사를 통과했다. 무사히 나와서 짐을 찾으러 갔고, 짐이 생각보다 늦게 나와 한참을 기다렸다. 오늘 첫 개시한 케리어인데 여기저기 너무 심하게 상처가 나서 나왔다. 에어아시아 탈 때는 랩핑을 해서 타는 것을 권유한다.


에어아시아는 KLIA2 공항으로 도착한다. 우리는 페낭으로 다시 에어아시아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되었다. KLIA2 공항에서 머무르다 비행기를 갈아타면 된다. 바로 가야하는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아서, 먼저 짐까지 붙여놓고 다른 일을 하기로 하였다. 전광판을 보니 체크인 라인이 S였으나, S 라인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말레이시아에 온 걸 바로 실감나게 해주었다. 다양한 인종이 다니고, 한국에 비해 공항 자체가 상당히 어수선하였다. 어디에 줄을 서야할지도 모르겠고, 운 좋으면 빨리 하고, 잘 못 서면 다시 줄을 서야하는 일도 빈번해보였다. 우리도 안내에 따라 기껏 줄서서 체크인하려고 하였더니, 나중에 다시 오라고 이유 없이 돌려보냈다. 다시 다른 직원에게 문의하여 안내에 따라 T 라인으로 가서 짐을 붙였다. 


KLIA2 입국장에서 보면 요런 전광판이 있다. 이거보고 찾아가면 된다. 공항이 작아서 찾기 쉽다.


이제 체크인하고 짐을 붙였으니,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기타 일을 보면 된다. 우리는 KL2 공항과 연결된 쇼핑몰로 가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올드타운 카페를 갔다. KL2공항은 크지는 않지만, 바로 쇼핑몰과 연결되어서 여러 시설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쇼핑몰 안에는 마트, 식당, 환전소, 휴대폰 센터 등이 있다. 

KLIA2 공항과 쇼핑몰 연결 통로. 여기서 유심, 환전, 식사, 화장실 등 여러 사전 작업이 가능하다.


먼저 커피를 한잔 하면서 잠시 쉬었다 움직일 계획이었으나, 모두가 배가 고파 미니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나머지는 식사를 주문했다. 여기서 큰 사건이 터졌다. 우리는 트레블 월렛 카드를 미리 만들어서 여기에 충전을 해두었는데, 트레블 월렛 카드가 현장에서 결제가 거부되었다. 짐은 많고, 애들은 배고파하고, 우리도 기나긴 체크인 때문에 지친 상황에서 잠시 앉아있고 싶은데, 카드가 안되니 입장 자체가 안되었다. 비상용으로 가져간 체크카드도 결제가 안된다. 다시 바깥으로 나와 ATM기기에 가서 현금을 뽑으려고 시도하였다.




거절. 거절. 계속 거절이다.

미니의 카드로 해봐도 계속 거절이다.


길거리에서 우리는 벙쪘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돈이 없다. 뭐라도 해야하는데 돈이 없고, 우리는 달랑 트레블 월렛 카드만 있다. 결제도 안되고 현금 인출도 계속 실패한다. 결국 경고도 떴다. 이제 한번만 더 실패하면 이 카드마저도 사용할 수 없다.


자. 침착하자.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안될리가 없다. 침착하자.

트레블 월렛 카드 앱을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카드 등록"


카드 등록이 있다. 눌러보니 카드 등록이 안되어있다. 카드를 수령하고 말았는데, 카드 등록을 따로 해야했던 것이다!! 바로 등록을 하고, 혹시 몰라 비밀번호도 확인했다. ATM기기는 비밀번호를 6자리를 누르도록 되어 있는데, 내가 설정한 비번은 4자리다.


카드 등록과 4자리 비밀번호!!


여기서 한번만 더 실패하면 이제 우리는 손가락 빨고 살아야한다. 시작부터 완전 꼬였다. 트레블 월렛 카드를 강추하면서, 이것만 가져가면 된다고 했던 내 입을 꼬매버리고 싶었다. 왜 나댔을까. 후회막심이다. 침착하게 ATM기에 다시 가보았다.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4자리만 넣었다. 드득. 드드득. 움직인다. 무언가 돈을 센다. 이제 됐다!! 위기를 넘겼다. 미니도 된다. 촌놈 넷이서 KL2 공항 쇼핑몰 거리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한다. 각자 1,000링깃을 인출했다. 우리 돈으로 30만원 정도다. 가자 애들아. 다 먹어라. 실컷 먹어라.


다시 올드타운으로 가서 밥을 무사히 먹었다. 당당하게 들어갔다. 우리에게는 돈이 있다. 말레이시아에 처음 와서 먹는 식사. 맛이 없었고 물도 주지 않아 당황했다. 어디 식당을 가서도 이제 물을 먼저 시켜야한다. 케이시는 급하게 먹다가 켁켁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고, 음료수도 샀다. KL2공항의 CU는 한국 편의점과 거의 똑같았다. 물건을 사기도 쉬었고, 중요한 건!! 트레블 월렛 카드가 이제 무사히 결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 사용을 위해 미니와 두 아이가 현지 유심을 구매하였다. 미니는 무제한, 아이들은 20기가 40링깃이었다. 무제한은 70링깃이었다. 현지 유심을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문짝만하게 통신사들이 줄 서 있다. 들어가서 팜플렛 보고 무제한인지 20기가인지와 기간만 정하면 된다. 그것도 1주, 2주, 1개월로 써 있다. 고르면 알아서 기존 유심 빼고, 현지 유심으로 교체해준다. 그냥 돈만 내면 된다. 물론 트레블 월렛 카드도 된다.




이제 페낭으로 간다. 6185 비행기 앞, J5에서 무한 대기하였다. 출발 10분 전까지도 아무 말이 없다는게 아무래도 이상했다. 우리는 직원에게 문의하였고, 직원은 J5 승강장이 이미 오픈되어있는 것이라고 그냥 앉아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에어아시아는 당연히 연착된다는 말이 많아서, 연착된거라서 생각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근데 옆에 J3에서 우리와 같은 시간대로 보이는 비행기가 오고, 사람들이 줄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래도 이상하여 다른 승객에게 페낭으로 가냐고 물어보았고, 페낭 행이라고 하여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정말 에어아시아는 그 동안 타 본 비행기 중 최악이다. 아직도 그 직원의 행동이 생생하다. J5 앞에 서서 이상한 기둥 같은걸 가리키며, 이미 열려있다고 기다리라고 말한 그 무책임함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못탈뻔했다. 미니의 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우리는 KL2 공항에 갇혔을 것이다.


직원의 무책임함에 우리는 정말 화가 났지만, 어떻게든 탈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였다. 탑승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1시간 뒤 우리는 페낭공항에 도착하였다. 에어아시아 국내선은 국제선보다 더 작았고, 양쪽에 3자리씩 배치되었다. 페낭 공항으로 무사히 나온 우리는 짐을 찾고, 바깥으로 나가서 택시 기사 그랜마를 만났다. 그랩을 타고 숙소까지 가는 방법도 있지만, 그랩을 처음 써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그랩을 부르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애들 데리고 버스 타는 것도 어렵다. 미니가 숙소 호스트와 사전에 얘기해서 열쇠도 전달 받을 겸, 호스트가 잘 아는 택시 기사를 시간 맞춰 보내주기로 하였다. 그랩보다 15링깃 정도 더 주었지만, 이 편리함과 안정감을 생각하면 정말 돈도 아니다. 최고의 선택이었다. 우리가 타지에서 한달 살기를 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선 숙소까지 가는 것이다. 공항이야 직원도 많아서 어떻게든 오겠지만,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엄마가 아이만 데리고 한달 살기를 올 경우 안전이 훨씬 걱정된다. 그래서 호스트에게 얘기해서 열쇠까지 한번에 받는 이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게다가 여성 분이고, 공항과 에어비앤비 숙소를 전문적으로 하시다보니, 거리 설명도 잘해주시고, 더 유쾌하게 갈 수 있었다. 물론 영어로 말씀하셔서 반만 알아들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페낭을 떠날 때도 이 분께 연락드려 키를 반납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숙소로 가는 길이다.

숙소까지 가는 시간은 1시간. 차가 많이 막혀 모두가 고생했다. 페낭은 5시부터 7시까지는 차가 많이 막힌다. 그랩을 잡을 때도 이 시간은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페낭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듣고, 거니스트리트, 쇼핑몰 등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믿기지 않는다. 우리가 호텔이 아닌 이렇게 사람들 사는 길거리를 지나가다니. 아이들이 커서 가능한 여행이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평범한 아파트인데 수영장이 상당히 크다. 바로 옆에 헬스장이 있다. 나의 숙박 조건이었다.
내가 매일 출근 도장 찍을 헬스장. 사람도 없고, 앞에 경비가 항상 지키고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숙소에 도착했다. 정신 없다. 모르겠다. 떨린다. 엄청 빠른 엘레베이터를 타고 키를 열어 숙소에 들어가니, 18시간을 거쳐서 온 우리의 새로운 숙소가 너무 반갑다.


이제 본격적인 한달 살기 스토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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