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파파 Dec 12. 2022

[한달살기] 페낭 도착한 날, 식당이 다 문을 닫았다.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4

핵심 포인트!!

1. 탄중포인트 우리 숙소 근처에는 바선생이 없다.

2. 페낭의 대부분 상가는 9시에 다 문을 닫는다.

3. 말레이시아는 그냥 무단횡단을 하면 된다.

4. 마트 걸어갈 때 아파트 단지 주변이라 위험 요소가 없다. 




숙소에 도착했다.


동남아 기후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은 오후 8시 30분 정도인데, 이제 막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한국이었다면 벌써 어둡고, 아이들은 9시부터 자라고 자라고 했을 시간이다. 육퇴가 1시간 남아서, 한 명은 애들 재우고, 한 명은 야식을 준비해야하는 이 시간에 우리는 페낭에 와있다. 게다가 한국과 1시간 차이가 있으니, 한국 시간으로 치면 9시 30분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해야할 시간에 낯선 곳에 이제 막 도착했다.


창문을 여니 바로 이렇게 수영장이 보인다. 그 옆은 헬스장이다.


오래 비어있어서 그런지 약간의 답답함과 쾌쾌함이 있었지만, 환기와 정리 만으로도 집이 금방 깨끗해졌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거!!


바로 바선생이다. 동남아에 돌아다니신다는 엄청 큰 바선생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한국에서 가져 온 바선생 튜브를 용기에 담아 여기저기 놓았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나는 살짝 입을 벌리고 자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잘 예정이다. 엄청 큰 바선생이 입으로 들어오는건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사는 한달 동안 나는 단 한마리의 바선생도 보지 못했다.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꽤 괜찮은 동네다. 아파트도 정말 많고, 아파트마다 수영장에 헬스장도 있고, 경비도 수시로 다닌다. 아침에 보면 직원들이 밤 새 떨어진 낙엽, 거미줄 등등을 모두 청소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내가 이거 하나는 분명이 얘기해줄 수 있다. 사실 나는 이게 가장 큰 걱정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외국인 거주지 아파트가 많은 곳. 최소한 우리가 있었던 탄중토공이나 탄중붕아의 아파트 단지는 


"결론적으로 없다."


걱정마시라. 그 친구 볼 일 없다. 작은 개미들은 바깥에 많지만, 그건 뭐 나쁘지 않다.


누가 나에게 이 확신을 주었더라면,

여행 준비가 더 유익했을 것이다. 새가슴 심장 터질 뻔 했다.


다시 말하지만,


"없다. 없다. 없다."

창문 열고 실컷 환기하셔라.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청결과, 우리가 생각하는 청결은 완전히 다르다. 청소 수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어쩔 수 없다. 한국인들은 여기서 한달 살려면 결국 자기가 움직여야 한다.


침구 교체를 요구하고, 화장실을 체크하고, 짐을 풀고, 부족한 물품들을 체크하였다. 사야할 물건들이 꽤 있었다. 청소기는 먼지가 많아서 밀대를 사야하고, 그럼 또 청소용 물티슈도 사야하고, 화장지, 샴푸, 수세미, 세제, 주방세제, 물, 내 왁스와 스프레이(현지인처럼 하고 다니고 싶어서 안챙겨왔다) 등등. 한달 살기지만 거진 살림을 다 사야한다. 이 밤에 물건 사기는 어려워서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주변 상가에서 바라본 우리 숙소. 건물 사이 사이에 수영장이 다 있다.


KLIA2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한게 전부여서 우리는 모두 배가 고팠다. 그래봐야 9시. 우리는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큰 상가가 있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에 차서 나갔다. 고기 꼬치인 사떼도 먹어야하고, 여기 볶음밥도 맛있다고 하니, 오늘은 일단 파티를 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미키 혼자 생각이다. 아, 케이시도 같은 생각이었을거다. 아빠와 식성이 완전 똑같으니까.


일단 어디를 갈지 몰라 우선 숙소 근처 상가를 둘러보았다. 


모두 문을 닫았다. 9시다. 9시. 근데 다 문 닫았다. 이게 뭐지?? 무슨 국경일인가. 그럴리가.


정말 9시면 모두 영업을 하지 않는다. 여기는 이슬람 문화권이다.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슬람 문화권이다보니 술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들 아침 6시부터 활동한다. 학교 등교도 7시30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밤 늦게까지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없다. 아니 이렇게 번화한 도시에. 9시인데 모두 문을 닫다니. 이거 뭐 양평과 다를 바 없다. 아니 양평보다 심하다.


파티는 무슨. 간단한 김밥 하나 먹을 곳도 없다.

진심 식당이 없다. 배고픈데. 심지어 마켓도 문을 닫았다. 황당하다.

배고프다. 근데 우리는 밥을 먹을 수가 없다.

누구나 첫 날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포기해야지 어쩌겠는가. 근데 문 닫은 식당가를 계속 걸으니, 초행길이기도 하고 살짝 긴장되기는 했다. 그럴려는 찰나!!! 저기 큰 간판이 보인다.


로터스!!! 


한국의 대형 마켓이다. 양평에는 롯데마트 밖에 없으니, 롯데마트 같은 대형 마켓이다.

검색해보니 10시까지다. 1시간이 남았다. 뭐라도 있겠지하는 마음에 바로 갔다. 눈에 보이니 갈만한 거리다. 


야호!! 로터스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니. 대박이다!!



이미 검색해서 알고 있기는 했지만, 정말 신기한 것. 어디에도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모두들 무단횡단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유롭게 운전하고 서로 양보하는 것이 생활화된 이 곳에서는 무단횡단이 그리 위험해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무단횡단에 익숙해져야할 것 같다.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넓은 길도 다 무단횡단을 한다. 아니 횡단보도가 없다니까.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응. 그냥 무단횡단.


주의할게 있다. 차선이 반대 방향이다. 여기는 오른쪽에 핸들이 있다. 차선도 왼쪽이 차선이다. 그래서 무단횡단할 때 먼저 오른쪽을 보고, 반 건너서 왼쪽을 봐야한다. 이게 그렇게 어렵다. 익숙해져야 한다. 나중에 그랩 기사에게 물어봤다. 아니, 횡단보도가 없는데, 어떻게 길을 건너냐고. 간단히 말해주었다.


손을 든다. 조또마떼하고 건너가세요.

일본 사람인 줄 알았나보다. 정정해주었다. 한국 사람으로.

손을 든다. 죄송합니다하고 건너가세요.


그렇다. 자신있게 건너시라. 운전하시는 분들이 얘기하니, 끝났다.


그나마 여기는 신호등이라도 있다. 큰 사거리인데도 바닥에 선이 없고, 그냥 신호등만 있다. 로터스나 어학원 가는 길 등 대부분 길에 신호등도 없고, 바닥 선도 없다. 



무단횡단까지 하여 하루종일 지친 몸을 이끌고 로터스로 향했다. 로터스가 10시까지라고 되어있지만, 1층의 푸드코트는 또 대부분 문을 닫았다. 9시에 밥 먹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1층은 푸드코트, 2층/ 3층은 마트로 되어있고, 곳곳에 작은 상점들도 많다. 푸드코트 안에는 스타벅스, 버거킹, 맥도날드, KFC가 있다. 


나와 케이시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미니와 준은 말레이시아 현지 음식을 주문했다. 맥도날드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으나, 현지 음식보다는 비싼 편이었다. 10링깃에 어린이셋트 정도는 먹을 수 있고, 빅맥 셋트는 16링깃 정도니까, 한국보다 15% 정도 저렴하다. 나는 고기를 먹고 싶어 맥도날드에서 치킨도 시켰다. 미니와 준의 음식도 처음보는 광경이라 맛있어 보였으나, 몇 개 안골랐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하였다. 

 

요건 샘플이고, 그림과 똑같이해도 되고, 원하는 반찬을 고르면 접시에 같이 놓아준다.
볶음밥류는 이렇게 단품으로 판다. 볶음밥은 2,000원 안에 대부분 먹을 수 있다.
이 때는 몰랐다. 고기, 채소류가 생각보다 비싸다는 걸. 밥에 소고기 아주 작은거 하나, 치킨 한조각, 계란, 채소 하나 골랐는데 20링깃이 나왔다. 볶음밥 4개 값이다.


우당탕탕 식사를 하고 마트로 갔다. 너무 시간이 늦어 마트 물품은 내일 사려고 했는데, 온 김에 사기로 하였다. 나중에 말레이시아 물가에 대해 따로 작성하겠지만, 마트 물가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 특히 공산품은 하나도 안저렴하다. 코카콜라만 싸다. 샴푸, 슬리퍼, 과자는 한국과 비슷하고, 캔맥주는 작은거 한 캔에 8링깃 정도로, 우리 편의점보다 비싸다. 나중에 다시 오기로하고, 당장 필요한 것만 구매해서 나왔다.


돌아가는 길은 가벼웠다. 몸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에어컨도 작동하고, 열쇠 사용법도 알고, 여러 가지 기본 셋팅을 하고 나니 이제 쉴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결과 현지인이 생각하는 청결은 너무도 달랐지만, 그래도 익숙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동남아라서 그런지 난방은 없었고, 뜨거운 물도 순간온수기를 통해 사용한다. 4계절이 따뜻한 나라에서 보일러가 필요 없다는건 참 당연하지만, 신기한 경험이다. 나중에 KL 웨스틴에 가서 뜨끈뜨끈한 물로 씻으니, 그동안 얼마나 안뜨거운 물도 씻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아직 그랩도 안해봤고, 사야할 물건도 많고, 근처 지리도 모른다. 해야할게 많지만, 오늘도 이미 많은걸 했다. 한국에서 집을 떠난지 21시간이 되었다. 


이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잠을 청했다.


물론, 나는 바선생이 혹시나 나를 좋아할까봐 마스크를 끼고 잤다. 잠결에 마스크를 끼다보니 준이거를 꼈다. 아침에 마스크 줄이 짧아 귀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어쨌든 첫째날이 참 힘들게도 지나갔다.

작가의 이전글 [한달살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페낭 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