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개발자만의 전유물일까
스타트업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코딩하는 창업자'다. 실제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는 빠르게 MVP를 구현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의 창업자 중 상당수는 비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비개발자라도, 각자의 직군에서 쌓아온 역량을 기반으로 충분히 창업이 가능하다. 핵심은 자신의 직무 경험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적절한 형태의 사업 모델로 풀어내는 역량이다. 이번 글에서는 주요 직군별로 어떤 창업 모델이 적합한지, 그리고 어떤 역량이 창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보았다.
직군 특징:
핵심 역량: 고객 소통, 시장개척, 파트너십 구축, 거래 클로징 능력
창업 시 강점: 초기 고객 확보, 시장 타이밍 판단, 수익모델 설계
영업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듣고, 그에 적합한 솔루션을 연결하고, 최종적으로 계약이라는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가치 전달의 전 과정'이다. 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고객과 시장에 대한 감이 빠르다. 이들은 고객이 어떤 문제에 지불할 의지가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실제로 매출을 만들어낼 줄 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트랙션'을 확보하는 데 탁월한 위치에 있다. 또한 B2B 영역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할 수 있으며, 파트너십이나 유통 채널을 열어가는 데 있어서도 실제적인 강점을 지닌다.
추천 창업 모델:
유통 플랫폼: 특정 산업군의 B2B 연결 플랫폼 (ex. 식자재, 인쇄, 산업재)
세일즈 자동화 SaaS: CRM, 리드 관리 도구, 세일즈 리포팅 툴
커머스 스타트업: D2C 브랜드 운영 (상품 기획 + 판매 주도)
직군 특징:
핵심 역량: 브랜드 구축, 고객 세분화, 콘텐츠 전략, 데이터 기반 실행력
창업 시 강점: 고객 중심의 서비스 설계, 초기 유저 확보 전략 수립, 바이럴 구조 설계
마케팅은 '문제 해결의 언어'를 만드는 일이다. 마케터는 고객을 세분화하고, 각 세그먼트의 니즈를 파악해 메시지와 콘텐츠로 소통하며, 유입 → 전환 → 유지까지의 여정을 설계한다. 마케팅 출신은 특히 초기 유저 반응을 이끌어내는 능력에서 강점이 있다. 고객 페르소나 정의부터 유입 전략, 콘텐츠 제작까지 혼자서도 서비스의 첫 반응을 검증할 수 있다. 또한 퍼포먼스 마케팅, 브랜드 전략, 소셜 채널 운영 등 다양한 채널을 다뤄본 경험이 있어, 실전에서 고객과의 첫 접점을 만드는 데에 능하다.
추천 창업 모델:
디지털 콘텐츠 기반 플랫폼: 마케팅 지식을 담은 강의, 뉴스레터, 커뮤니티 등
마케팅 자동화 툴: 중소기업용 고객 관리, 이메일 시퀀싱 툴
커머스형 브랜드: 브랜드 구축에 특화된 제품군 기획 (뷰티, 푸드, 패션 등)
직군 특징:
핵심 역량: 시각적 전달력, 사용자 흐름 설계,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창업 시 강점: 초기 MVP의 완성도 확보,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설계
디자이너는 보이지 않는 문제를 시각적으로 정의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서비스의 사용 흐름과 감정 곡선을 설계하고, 제품의 인상과 신뢰를 책임진다.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초기 MVP에서 가장 먼저 사용자와 만나는 것은 비주얼이다. 설득력 있는 UX/UI는 그 자체로 유저 확보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노코드 기반 창업 도구가 발달하면서, 디자이너는 MVP 제작의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미적인 감각뿐 아니라, 정보 구조와 기능 흐름까지 설계하는 역량은 제품 완성도에 직결된다.
추천 창업 모델:
템플릿 마켓: Figma, Notion, Webflow 기반의 UI 템플릿 판매
디자인 구독 서비스: 소상공인 대상 무제한 디자인 서브스크립션
디자이너 커뮤니티 플랫폼: 포트폴리오 공유 + 매칭 기능 결합
직군 특징:
핵심 역량: 문제 해결 능력, 시스템화, 자동화, 기술 구현력
창업 시 강점: MVP를 혼자서 구현 가능, 기술 난이도 높은 문제 해결 가능
개발자는 무형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사람이다. 기술적 제약을 넘어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실행력을 갖는다. 특히 도구형 SaaS나 개발자 대상 툴에서는 내부 사용자가 곧 창업자가 되기에 제품의 완성도가 높다. 빠르게 반복 가능한 프로토타이핑 능력은 실험 기반의 스타트업에 매우 적합하다. 또한 개발자는 기술 커뮤니티 내에서 빠르게 정보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에 없는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추천 창업 모델:
개발자 툴: API 모니터링, 테스트 자동화, CI/CD 관련 도구
프로덕트형 SaaS: 특정 산업 업무 자동화 도구 (ex. 세무, 교육, 물류)
플랫폼 인프라 제공: 보안, 로그, 분석 등 개발자용 인프라 서비스
직군 특징:
핵심 역량: 인재 발굴, 조직 설계, 피드백 구조 설계, 교육 기획
창업 시 강점: 사람 중심의 구조 설계, 내부 운영 체계 개선 솔루션 설계
HR 경험자는 '사람이 모여 일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조직이 성장할수록 반복적으로 겪는 이슈—채용의 비효율, 피드백 부재, 성장 경로 불명확, 조직문화 문제—들을 현장에서 수없이 다뤄봤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툴, 피드백 시스템, 조직문화 진단 등 다양한 HR Tech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겪는 HR 문제를 유형화할 수 있어, 틈새 HR 솔루션의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인재에 대한 감각은 팀 빌딩에서도 큰 무기가 된다.
추천 창업 모델:
피드백 플랫폼: 구성원 간 상호 피드백 및 평가 시스템
채용 매칭 서비스: 특정 산업군 대상 헤드헌팅 플랫폼
교육 콘텐츠 구독: 직무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 제공 플랫폼
직군 특징:
핵심 역량: 수익성 분석, 재무계획 수립, 지표 기반 리스크 판단
창업 시 강점: 돈의 흐름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능력, 재무 지표 기반 서비스 기획
재무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어 탁월하다. 매출, 비용, 투자, 현금 흐름 등 스타트업이 생존에 필요한 모든 숫자를 설계할 줄 안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재무적 시야가 부족해 방향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재무 직군 출신은 리스크 관리를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재무제표 기반 사업계획 수립 등에서 큰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숫자로 팀을 설득하는 데 강점을 갖는다.
추천 창업 모델:
스타트업 회계 SaaS: 자동 손익계산, IR 지표 대시보드
프리랜서 세무 도구: 세금 신고 자동화, 비용 정리 툴
투자 트래커: 엔젤/VC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툴
비개발자라도 충분히 창업할 수 있다. 핵심은 자신의 직군에서 본 문제, 오랫동안 불편하게 느껴온 점,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을 파고드는 것이다. 개발자가 기술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비개발자는 자신의 경험과 시장 감각, 기획력으로 문제를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협업 구조, MVP, 초기 고객을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속한 직군은 이미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다. 단지, 어떤 문제에 가장 날카롭게 쓸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시작일 뿐이다.
벤처 투자유치부터 사업개발까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lukecarrer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