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이자 서사다
이전 글 "벨류에이션 실수5가지와 Tip 6가지"에 이어서 벨류에이션을 위한 초기 지표에 대해 다뤄보려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밸류에이션이다. 창업자는 이를 '내 회사가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숫자로 이해하고, 투자자는 '이 회사를 사면 나중에 얼마를 벌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이 간극은 종종 창업자와 VC 간의 긴장, 오해, 때로는 협상의 결렬로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VC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밸류에이션의 진짜 의미를 파고든다. 단순한 수익률의 관점이 아니라, VC가 어떻게 스타트업의 가능성과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해석하며, 어떤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설득력 있는 논리'로 판단하는지를 실증 기반으로 정리해보자.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방법—DCF(Discounted Cash Flow), EBITDA Multiples, Comparable Transactions—는 재무 데이터가 명확한 기업들에 한정된다. 그러나 스타트업, 특히 시드 단계에서는 이 수치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극단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현금흐름? 아직 매출도 없다.
EBITDA? 마케팅 비용으로 계속 적자다.
비교 가능한 기업? 우리랑 비슷한 건 없다.
이 때문에 VC들은 정량적 공식보다 시장 상황과 유사 사례, 그리고 투자 경험 기반의 직관으로 밸류에이션을 접근한다.
미국 시드라운드 평균 Pre-money 밸류: $10M~12M (PitchBook)
Pre-seed 단계: $2M~$5M 사이의 SAFE 투자 선호 (Y Combinator 기준)
한국 시드라운드 평균 밸류: 25억~50억 원, IT/SaaS 기준
VC는 시장의 컨벤션을 기본값으로 삼고, 팀/시장/데이터에 따라 상하 편차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유사 라운드에서 AI SaaS는 평균보다 1.5배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 구조는 본질적으로 다음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스타트업은 이 밸류에이션을 납득시킬 수 있는가?"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VC는 특히 아래의 요소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사용자 지표와 실행 데이터다. 이것이 단순히 지표의 나열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실증적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VC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유저가 해당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다. B2C의 SaaS 형태라면 아래 지표와 기준점에 대해 숙지하도록 하자.
DAU/WAU 비율: 일일 활성 사용자 수를 주간 활성 사용자 수로 나눈 비율. 0.2(20%) 이상이면 일정 수준의 일간 이용자 충성도를 의미한다. 0.3 이상은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Retention Rate (7일, 30일): 첫 방문 이후 7일 혹은 30일 동안 서비스를 재방문한 비율. 7일 리텐션이 25% 이상이면 긍정적이고, B2C 앱의 경우 15~20%도 인정된다.
Usage per Session: 세션당 평균 사용 시간 혹은 기능 사용 횟수. SaaS의 경우 평균 5~10분 이상이면 '업무 도구'로서 의미 있다고 판단된다.
계산식 :
DAU/WAU = 하루 평균 사용자 / 일주일 동안의 고유 사용자 수
7일 리텐션율 = Day7에 남아 있는 유저 수 / Day0 기준 유입 유저 수
전환률은 트래픽이 아닌 실질적 고객화의 정도를 보여준다. VC는 다음과 같은 전환 경로를 살펴본다.
방문자 → 회원가입 전환율: 10~30%면 보통, 30% 이상은 우수
회원가입 → 첫 사용 전환율: 50~70% 이상이면 좋은 UX로 평가
Free to Paid 전환율: B2B SaaS는 평균 10%, B2C는 13%~15% 수준
계산식 :
전환율 = 다음 단계 도달 수 / 이전 단계 총 유입 수 (기준은 첫방문부터 회원가입 or 첫 결제)
"리드 1,000명 중 74명이 2주 내 유료로 전환되었습니다. 전환률 7.4%입니다."
정량적 지표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고객이 자발적으로 남긴 정성적 피드백이다. 해외에서도 주로 NPS(Net Promoter Score)를 서비스 만족지수로 흔히 사용하는데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다만 사용흐름이나 전환흐름에 대한 지표가 약하거나 측정하기 쉽지 않을때 NPS 지표라도 대신 사용해야한다.
NPS (Net Promoter Score): 0~100 점수로 +30 이상이면 추천 의사 있음, +50 이상이면 매우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
계산법:
[추천자 비율 - 비추천자 비율] × 100
유저 인터뷰 빈도: 반복된 페인포인트가 나타나는지
기능 요청: 유저가 선제적으로 요구하는 기능 수
예시: "NPS 42. 고객들은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있으며, 20건 이상의 신규 기능 요청이 수집되었습니다."
수익이 없다고 해서 VC가 투자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LTV와 CAC 구조가 성립하는가는 초기부터 매우 중요하다.
계산법 :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 유료 고객당 월간 또는 연간 평균 수익
LTV (Customer Lifetime Value) = ARPU × 평균 고객 유지기간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 마케팅 비용 ÷ 확보된 유료 고객 수
양호 기준:
LTV/CAC 비율 > 3:1 → 투자 대비 수익이 충분히 확보됨을 의미
회수 기간 6개월 이하일 경우 매우 건강한 모델로 간주
예시: "CAC는 2만 원, LTV는 최소 7.4만 원으로, 3.7배 수익구조입니다. ARPU는 월 1.2만 원이며, 평균 고객 유지 기간은 6.2개월입니다."
VC 입장에서는 그것이 창업자의 실행력, 시장 반응,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의 작동 가능성을 검증해줄 수 있는 신뢰의 데이터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VC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지표의 맥락을 해석한다.
지표가 좋다는 건 한 시점의 스냅샷일 뿐이다. 우리는 그것이 다음 주, 다음 달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본다.
"지금 Retention Rate이 27%라면, 다음 코호트에서는 얼마나 유지되는가?" 지속성과 확장성은 결국 동일한 구조에서 반복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통해 증명된다. 우리는 유저 플로우나 행동 경로가 얼마나 견고하게 설계돼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참고 가이드라인:
7일 리텐션: 20~25% 이상이면 양호, 30% 이상이면 우수
30일 리텐션: 10~15% 이상이면 긍정적 신호, DAU/WAU 비율: 20~30% 이상이면 높은 일간 충성도
예를 들어, DAU/WAU 비율이 갑자기 상승했다면 다음을 질문한다. VC는 단기 이벤트보다 시스템에 의한 성과를 믿는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재현 가능한 구조다.
마케팅 프로모션 때문인가? 일시적 기능 추가인가?
뉴스나 바이럴에 따른 일회성 유입인가? (뉴스도 유기적 혹은 홍보성으로 나뉘는데 유기적인 경우 긍정적)
대응 기준:
이상적인 경우: 성장 곡선이 자연스럽고 꾸준해야 함 (꼭 J-Curve가 아니여도 성장 곡선)
대응법: 데이터에 대해 프로모션 효과 제외한 순수 유저 행동 데이터도 함께 제시
투자자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그것이 산업 평균과 비교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본다. 벤치마크와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있거나, 비슷한 수치라도 훨씬 적은 리소스로 달성했다면 가산점을 준다.
전환율이 6%라면, 이게 평균 대비 높은가?
Retention 30%는 이 카테고리에서 어떤 수준인가?
가이드라인:
B2B SaaS 전환율: 5~10%면 일반적, 10% 이상이면 강력한 수요 신호
경쟁사와 비교한 자료표 또는 산업 리포트 출처 함께 제시하면 신뢰도 상승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 맥락과 인사이트다. 창업자가 이 수치를 어떻게 보고, 어떤 액션을 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다. VC는 단순히 잘 나온 지표보다, 지표를 중심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 온 과정을 더 높이 평가한다.
"전환율이 낮아서 Onboarding을 다시 설계했습니다"
"Retention을 높이기 위해 고객 인터뷰 30건을 진행했습니다"
제안 가이드:
수치와 함께 '무엇을 보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 스토리 형태로 정리
지표 개선을 위한 실험 로그, 고객 인터뷰 기록 일부 공유 시 설득력 상승
실제로 VC는 초기 단계에서 완벽한 수치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개선 중인 지표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해결 계획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Retention이 낮지만, 우리는 이탈 이유를 파악했고, 리텐션 푸시 전략을 실험 중입니다." 이런 태도는 VC에게 학습 가능한 팀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이 된다.
VC는 숫자를 본다. 하지만 그 숫자를 무조건 믿지 않는다. 우리는 그 숫자를 만든 사람과 과정, 그 안에 담긴 학습과 실행의 맥락을 본다. 지표는 단지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스타트업이 얼마나 고객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리 측정기이자, 창업자가 실행과 개선의 루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리더십의 프리즘이다. 정확한 수치보다 중요한 건, 그 수치를 설명하고 다루는 창업자의 태도와 역량이다. 투자는 숫자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숫자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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